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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외교무대 존재감 키우는 기시다, 재무장으로 가는 일본 ... "일본의 재무장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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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독일 엘마우성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첫 세션이 끝나고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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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서방 국가들보다 앞장서서 러시아와 중국을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개발도상국 지원 사업이라고 비판하고, 세계 식량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기시다 총리는 그러면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려는 자신의 구상에 대한 서방과 세계의 지지를 확장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NHK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연설에서 스리랑카의 함반토타항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에 의한 불공정, 불투명한 개발금융에 대한 대응책을 G7이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정부가 항만 건설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빌린 부채를 갚지 못해 함반토타항 지분과 운영권을 2017년 중국 국영기업에 99년 기한으로 넘긴 사실을 지적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글로벌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PGII)’이 일대일로에 대한 대안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질 높은 인프라 정비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일본도 5년 간 650억달러(83조6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의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을 언급하며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는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센카쿠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일본 영해에 대한 중국 침입과 대만 문제, 북한의 핵문제 등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동아시아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기시다 총리는 세계 식량위기와 물가상승에 대해서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세계 평화·질서의 틀이 직면한 도전”이라며 G7 국가들의 개도국 식량 원조 제공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침략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대러)제재는 완화할 수 없다”며 대러 제재 강화를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연설을 통해 중국의 위협이 아시아 국가들 공통의 문제임을 강조하고 일본이 대중 견제의 선봉에 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 개도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구상을 발표한 직후 곧바로 일대일로의 문제점을 앞장서서 비판하며 중·러 견제의 선봉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의 외교전은 G7 정상회의 이후에도 계속된다. 그는 오는 8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에도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한다. 당장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일본이 본격적인 군사적 역할을 표방하게 될지가 주목된다.

일본 전문가이자 바드대학 인권학 교수였던 이안 부르마는 블룸버그통신에 “과거에 비하면 훨씬 덜 걱정스러운 사람들이 더 확실한 이유로 더 강력한 방어를 옹호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독일과 일본의 재무장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일본이 방위력을 강화하면서 아시아 민주주의를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시다는 아베(신조 전총리)에 비하면 전통적인 비둘기파이며 일본 공산당마저 방위비 인상에 찬성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과 일본이 국방력을 강화하고 재무장에 나서는 흐름을 지적했다.

일본에서 외신기자로 활동해온 윌리엄 사포사토는 지난 24일 미 외교전문지 기고에서 나토 정상회의까지 이어질 기시다 총리의 외교적 행보의 핵심은 “도쿄를 반중동맹의 중심에 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를 통해 국방비 증액 등을 통한 일본의 군사적 역할 강화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포사토는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중국 견제를 위한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에 우호적인 여론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포스트는 “일본과 같은 강대국이 지역 및 글로벌 방위·안보 분야에서 더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일본의 부상하는 군사력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경제적·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이 지역에 새로운 균형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도 지난 10~12 자국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당시 기시다 총리가 발표한 일본의 안보전략을 상세하게 소개하며 우호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국을 제외하면 복병은 입헌민주당 등 일본 내 재무장 반대 야당들 정도다. 자민당은 다음달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방위비를 5년 이내 두 배 이상 늘리고, 반격능력이란 이름으로 적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는 반중 선봉에 섰다가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안보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급격한 군사력 증강이 진정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질 것인가”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도쿄신문도 “자민당의 이번 참의원 선거 공약대로 방위비를 두 배 늘리고 적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하면 평화국가의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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