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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K팝도 시초는 엘비스…아이돌이 자기 삶 통제력 못 가지면 영혼 파괴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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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프레슬리 전기 영화 '엘비스'

'물랑루즈' 만든 바즈 루어만 감독

신인 오스틴 버틀러 오디션 발탁

내달 개봉 전 감독·배우 화상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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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비스'의 바즈 루어만 감독(왼쪽)과 주연 배우 오스틴 버틀러가 28일 화상 간담회로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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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의 삶과 음악이 스크린에 부활한다. 다음달 13일 개봉하는 ‘엘비스’는 그를 ‘세계 최초 아이돌’로서 재조명한 전기영화.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2001), 셰익스피어 원작을 현대로 옮긴 ‘로미오와 줄리엣’(1996) 등 감각적 음악 영화를 만들어온 바즈 루어만(60)이 각본‧연출을 맡아, 지난달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12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국 멤피스 흑인 동네에서 트럭을 몰던 가난한 신인 가수 시절부터 사망 직전까지 엘비스의 20년 가까운 세월을 상영시간 159분에 담아낸 신인 배우 오스틴 버틀러(31)의 흡인력도 놀랍다. 영화 ‘데드 돈 다이’(2019),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 등의 조‧단역을 거쳐 이번에 오디션으로 대규모 상업영화 첫 주역을 꿰찬 버틀러가 촬영을 위해 2년 동안 갈고 닦은 가창력, 골반털기 등으로 생전 ‘제왕’의 무대를 화려하게 되살렸다. 루어만 감독에 따르면, 엘비스의 딸 리사 마리 프레슬리가 처음 영화를 보고 오스틴 목소리를 자기 아버지 목소리로 착각했을 정도다.

버틀러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참여한 무브먼트 코치와 함께 엘비스의 걸음걸이, 손동작까지 만들어나갔다. 세월에 따른 엘비스의 체형 변화는 5시간 넘는 분장으로 빚어냈다. 결말부에 삽입된 엘비스 프레슬리의 실제 공연 실황 장면이 자연스레 연결돼 보인다. “처음엔 슈퍼인간 같던 엘비스가 조사할수록 가깝게 느껴졌어요.” 버틀러의 말이다. 그와 루어만 감독이 28일 화상 간담회로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Q : -버틀러를 엘비스 역에 낙점한 이유는.

바즈 루어만 감독(이하 루어만): “아이돌은 말 그대로 ‘아이돌(Idol)’화 돼서 숭배받는 존재로 만들어진다. 완벽하고 이상적이고 항상 우리보다 낫고 영감을 주는 존재여야 한다. 그런데 혼자 있을 때 그의 영혼은 어떤 모습일까. 캐스팅의 주안점이었다. 오스틴은 오디션에 오기 전부터 엘비스의 면모를 갖고 있었다. 보컬‧무브먼트 훈련도 어렵지만, 이 역사적 인물의 내면 표현은 연습으로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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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에선 배우 톰 행크스가 특수 분장을 통해 엘비스의 악덕 매니저 역할을 소화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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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하운드 도그(Hound Dog)’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 등 대표곡 10여곡을 불렀다. 마지막 콘서트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전 육성을 추출해 배우 음성과 섞었다고.

오스틴 버틀러(이하 버틀러): “제가 가수가 아니고 수줍음도 많아서 정말 최선을 다해 보컬코치와 연습하며 엘비스의 목소리와 톤을 닮아가려고 했다. 1950년대 데뷔 초기 노래는 100% 제 목소리다. 엘비스가 음악을 통해 관객에게 말을 걸길 원했다. 후반부 ‘언체인드 멜로디’는 엘비스의 라이브 녹음으로 남아있던 파워풀한, 듣고 있으면 마음 시린 생전 목소리를 넣었다.”

루어만: “기술적으로 1960년대까지 녹음된 곡들은 엘비스의 음성을 쓸 수가 없었고 후대 곡들은 목소리를 섞어 썼다. 오스틴이 처음 캐스팅됐을 때 친구·엄마 앞에서나 노래해 봤다고 했었는데 연습 결과가 정말 놀랍더라.”

“30세 이하 젊은 층은 엘비스를 핼러윈 의상 정도로 알죠. ‘블랙핑크’ 로제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릴로와 스티치’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엘비스에 관해 처음 들었다더군요.” 루어만 감독은 요즘 세대가 잘 모르는 엘비스가 사실 역사상 최초의 아이돌이자, 대중문화 유행의 창조자란 걸 부각하고 싶었다고 했다. “낡은 이미지를 벗겨내고 엘비스가 지금의 젊은 세대, 아이돌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면서 특히 엘비스의 악덕 매니저 톰 파커 대령 캐릭터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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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감독 바즈 루어만)에서 오스틴 버틀러는, 데뷔 초부터 사망 직전인 40대 초반까지 엘비스의 굴곡진 생애와 폭발적 가창력을 모두 소화해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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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는 엘비스를 세계적 매니저로 키워냈지만, 아이돌 착취 시스템의 창시자나 다름없었던 인물로 그려진다. 배우 톰 행크스가 육중한 외모 분장으로 변신해 그의 이중적인 면모까지 그려냈다.

첫 장면부터 영화 전체 해설자로 나서는 톰 파커는 출연 비중도 엘비스 못지않다. 주인공 엘비스의 폭발적 무대, 고뇌하는 내면에만 몰입하고픈 관객에겐 방해물처럼 느껴지는 존재다. 엘비스의 삶에서도 그는 엘비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몰아지지 않는 독가시처럼 그려진다.

루어만 감독은 “톰 파커는 어린 엘비스를 보며 상업적 잠재력을 봤고 역사상 첫 번째 아이돌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K팝 같은 가요 문화 창시자가 곧 엘비스”라며 K팝과의 관련성도 짚어냈다. “저는 한국의 많은 음악 관계자와도 잘 아는 사이인데, 요즘도 매니지먼트가 아티스트의 운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는 고민할 문제”라며 “비즈니스만큼이나 아티스트의 정신적 건강도 중요하다. 아티스트가 본인의 삶, 영혼에 대한 통제력을 갖지 못하면 파괴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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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루어만 감독이 애초 ‘엘비스’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와 미래의 삶을 이해하려면 과거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카메라 한 대면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다. 브이로그에 양치질하는 모습을 올린 걸로도 눈 깜빡할 사이에 유명해지는 요즘 세대에게 유명세에 대해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소위 유명세란 개념이 급부상한 1950~70년대 미국 사회 변화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대중문화의 아이콘 엘비스 프레슬리였던 것. 돌풍 같은 스타덤에 휘말리다 불과 마흔둘에 요절한 엘비스다. 이번 작품을 통해 무명을 벗은 버틀러는 ‘엘비스’가 주는 시대를 초월한 교훈을 이렇게 공감했다.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건 현실감각이 왜곡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 나 자신의 관점이 뒤틀릴 수 있죠. 어떻게 중심을 잡고 굳건하게 나의 어린 시절, 본질을 기억하며 유지해나갈 수 있을까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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