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탈북민 납치해 강제 북송 가담한 北 정보원, 집행유예 선처…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V조선

/TV조선 화면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 보위부 지시를 받고 탈북민을 납치해 북송한 보위부 정보원 출신 탈북민 남성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국가보안법 위반(목적수행) 혐의로 기소된 탈북민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자격정지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0년 3월 북한 보위부로부터 "십 수년 전 탈북한 B씨가 보위부 극비 문건을 탈취하려고 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B를 납치해 오라"는 지령을 받고 또 다른 정보원 등과 함께 체포조를 꾸렸다.

이후 A씨 일당은 대한민국에 있던 탈북민 B씨에게 연락해 "대한민국 정보·수사기관에 제보할 수 있는 북한 보위부 문건을 줄 테니 중국 장백현으로 오라"고 속였고, 중국으로 온 B씨를 납치해 북한에 넘겼다.

A씨는 2012년까지 북한 보위부 정보원으로 활동하다가 2016년 탈북해 2017년 대한민국에 정착했다.

이후 A씨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당시 탈북민 납치-북송 사건을 자백했다.

■A씨 "북한 지령 받고 '도구'로 사용돼…범행 고의성 없어"

A씨 측은 범행 당시 북한 보위성 직원의 지령을 받고 탈북민 B씨를 유인했을 뿐 A씨의 의사에 의해 사건 범행을 계획하고 수행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북한 보위성의 지시에 복종할 수 밖에 없었던 '도구'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북한 보위성의 지령을 받고 B씨를 납치할 차량을 구한 점, 체포조와 함께 범행 장소를 사전 답사한 점, B씨가 북한으로 되돌아갈 경우 북한의 법령에 따라 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범행을 한 점 등을 봤을 때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A씨는 "2009년 5월 경 북한에서 탈북자 송금 브로커 및 밀수업을 하다가 보위성 지도원에게 적발됐고, 이를 묵인해주는 조건으로 정보원 역할을 하게 됐다"며 정보원 일을 하게 된 것 역시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경제활동에 도움을 받기 위해 스스로 보위지도원의 정보원으로 활동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A씨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이 사건 범행을 진술한 것 역시 국가보안법에서 인정하는 '자수'가 아닌 '자백'이라고 봤다.

■법원 "탈북 전 저지른 범행, 현재 성실히 생활"…집행유예 선처

법원은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 형을 선고해 선처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협하고, 북송된 자의 인권을 침해한 반인륜적 범죄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이전에 저지른 범죄이고, 사건 범행당시 국가보안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지인에게 부탁해 차량을 제공받고, 탈북민 B씨를 태우고 압록강변으로 이동하는 차량 조수석에 탑승해 있었던 것 외에 별다른 기여를 한 바가 없어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낮은 편인 점도 참작했다.

재판부는 "현재 A씨가 입국 이후 직장을 얻어 성실히 생활하고 있고, 대한민국 일원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하면 집행유예의 선처를 베풀어 피고인으로 하여금 건전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도록 하는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장윤정 기자(yoom@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