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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부산 수입업체들, 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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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상의 최근 모니터링… 채산성 악화 등 호소
오른 원자재 가격 제품 가격에 반영, 매출 급락 우려
환율 낮을 때 미리 사놓은 대금 결제용 달러도 소진
세제, 수출입 물류비, 금융 등 실효성 있는 지원 절실
한국일보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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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수입업체들이 원·달러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비용이 크게 늘면서 채산성 악화를 겪고 있다. 여기에 제품가격 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수입 비중이 높은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율 및 원자재 가격상승 영향과 피해 상황을 긴급 모니터링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지역 수입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은 대외적 요인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자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확대돼 원·달러 환율마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역 철강, 화학, 식료품 등 원부자재 수입 기업은 이미 높은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에 직면했다. 추가로 환율 상승이란 변수까지 원가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가격 경쟁력의 심각한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한 식료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사전 계약을 통해 납품하는 제품들은 납품 가격이 정해져 있어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한 탓에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환율 인상으로 제품 수입 단가는 오르는데 판매가는 정해져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에다 수입 원자재 가격까지 오른 탓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들도 많다. 제품 생산을 위해 아몬드, 땅콩, 식용유 등을 수입하는 지역 한 식료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매출이 바로 떨어진다”면서 “특별한 대응책이 없어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로부터 명태를 수입하는 한 수산물 도소매업체는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아예 원가 부담 증가분을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에 대해 지역기업 차원에서의 대응은 물리적, 재정적 한계로 사실상 전무해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한 철강 제조업체 측은 “최근 환율상승을 예상하고 대금 결제를 위해 환율이 낮을 때 달러를 미리 샀지만 이 마저 모두 소진했다”면서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입 규모가 큰 철강업체와 일부 화학 업체는 현재 공급망 리스크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인상, 환율 문제가 연초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에 일정 부문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 추가 인상 및 물류비 상승 등 복합적인 수익 악화 요인으로 인해 채산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상된 원가를 납품 가격과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일시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지만, 협력업체 입장에서 거래 관행상 납품단가 인상 요청이 현실적이지 못하고 판매량 감소 우려로 제품 가격 인상 역시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의 한 식료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40% 가까이 원자재가격이 상승했지만 대기업에서 아직 가격을 인상하고 있지 않아서 제품가격을 인상하지 못해 업계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제품가격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판매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 민감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부산상의 경제동향분석센터 측은 “원자재 가격상승 리스크에 대한 개별 기업 차원의 대책 수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정부의 법인세 감면 등 세제 지원, 수출입 물류비 지원, 금융 지원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 강화와 중소기업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환 헤지 상품도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산과 울산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도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부산울산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부산·울산지역 중소기업 341개를 대상으로 한 ‘2022년 7월 중소기업경기 전망조사’에서 7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가 78.9로 전월 대비 2.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5월 코로나19 발생(2020년 1월) 이후 최고치인 84.2를 기록한 뒤 6월 전월 대비 2.6포인트 하락에 이어 2개월 연속 떨어졌다. 지수가 100이상이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더 많음을, 100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중기중앙회는 “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 고환율, 세계경기 둔화 및 국내 물가상승이 체감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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