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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부동산 한파 여기까지”… 강남 아파트 보류지도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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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시장 한파가 보류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조합이 소송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주택이다. 조합은 전체 가구 가운데 1% 범위에서 보류지를 정할 수 있다.

한때 없어서 못 산다던 보류지 시장 분위기는 최근 많이 바뀌었다. 서울 강남권에서도 여러 차례 입찰에도 매각에 실패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단지는 재입찰에 나서면서 기존보다 최저입찰가를 낮춰 공고하기도 했다.

조선비즈

2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업소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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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노원구 태릉 해링턴플레이스가 최저 입찰가를 낮춰 매각 대상으로 나왔다. 태릉 해링턴플레이스는 태릉 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한 것이다. 태릉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3월부터 보류지 13가구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단 1가구 매각에만 성공했다.

태릉 해링턴플레이스 보류지는 총 12가구다. 전용 59㎡ 5가구(9억3000만원), 74㎡ 5가구(11억원), 84㎡ 2가구(12억7400만원)다. 전용 84㎡의 경우 지난 5월 매각 당시 최저입찰가가 13억원이었다. 태릉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힐 수 없지만 가장 큰 평수만 가격을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보류지 경매는 조합 측에서 정한 최저 입찰가 이상을 입찰가로 제출하면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사람이 낙찰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 19세 이상 또는 법인이면 누구나 청약 통장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지만, 낙찰 후 6개월 안에 대출 없이 잔금을 치러야 한다.

콧대 높던 강남 아파트 보류지도 유찰을 반복하자 최저입찰가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0일 두 번째 보류지 매각에 실패한 대치르엘 보류지다. 서울 강남구 대치2지구재건축 조합은 보류지 최저 입찰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 번째 보류지 매각에 나서면서 지난 4월 당시 최저입찰가를 그대로 유지했는데, 보류지 2가구 전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대치2지구를 재건축한 대치르엘 보류지는 전용면적 59㎡ 1가구와 77㎡A 1가구 등 총 2가구다. 직전 최저입찰가는 59㎡ 23억5400만원, 77㎡A 29억400만원으로 현재 시세와 비슷했다. 59㎡의 경우 현재 23억~24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대치제2지구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2번 연속 보류지 매각에 실패하면서 최저입찰가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왔다”면서 “이사회를 통해 최저입찰가를 낮출지, 낮추면 그 폭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협의해야해 세 번째 입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잇딴 유찰에도 최저입찰가를 낮추지 않는 단지도 있다. 응암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16일 녹번역 e편한세상캐슬 전용 59A㎡ 1 가구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주인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 달 일곱 번째 입찰에서 보류지 2가구에 대한 매각을 진행했으나, 1가구만 주인을 찾았다. 조합은 입찰 공고 없이 조합 직거래를 통해 보류지를 처분할 계획이다.

서울 주요 보류지들이 주인을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아진 가격 경쟁력’이다. 과거 보류지는 전액 현금으로 사야하는 대신 시세에 비해 저렴해 현금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급등한 당시 조합들이 시세에 맞춰 보류지 최저 입찰가를 책정하면서 유찰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실제 이번에 매각 대상으로 나온 녹번역 e편한세상캐슬 전용 59A㎡의 최저 입찰가는 시세와 비슷한 10억3000만원이다. 이 단지 같은 평형은 지난달 보류지(2층)보다 높은 8층이 9억8000만원에 매매됐고, 현재 호가는 9억3000만~11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최근 주택 매매시장에 한파가 불면서 보류지 실거래가가 최저입찰가보다 낮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합이 최저 입찰가를 크게 낮추지 않는 한 보류지 매각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그동안 보류지는 대출을 받을 수는 없지만 청약 통장 없이 시세 대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급매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시세와 비슷한 보류지를 살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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