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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커지는 美경제 비관론…월가선 "이미 경기침체 구간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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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단기 전망(향후 6개월)이 거의 10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6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부진한 것으로 나오면서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주저앉았다. 월가에서는 이미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섰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경제연구단체인 콘퍼런스보드는 6월 소비자신뢰지수가 98.7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달(103.2)보다 4.5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소비자들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향후 소비를 늘릴 가능성이 큰 반면, 지수가 100을 밑돌면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 시장과 비즈니스, 소득에 대한 소비자의 단기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지수는 66.4로, 전달 73.7 대비 하락해 2013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 현황에 대한 신뢰지수도 147.1로 전달 147.4에서 소폭 밀렸다.

린 프랑코 콘퍼런스보드 경제지표 부문 선임 담당자는 "소비자들의 암울한 전망은 특히 휘발유와 음식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라며 "기대지수가 80을 크게 밑돌았는데, 이는 올해 하반기에 성장률이 약화하고 연말까지 경기 침체 위험이 증가할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24일 미시간대가 발표한 6월 미국 소비자심리지수도 사상 최저치(50.0)로 발표됐다. 버나드 보몰 이코노믹아웃룩그룹 수석경제학자는 "소비자심리지수와 소비자신뢰지수가 동시에 하락하면 소비자 지출도 결과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콘퍼런스 설문조사 응답자 중 29.5%는 향후 6개월 동안 비즈니스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월 26.4%보다 증가한 수치다. 소비자들의 향후 12개월 동안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5월 7.5%에서 이달 8.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줄줄이 하락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1.56% 하락했고 S&P500은 2.01%, 나스닥은 2.98% 급락했다.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침체론'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국내에서는 '돈 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은 이미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공급망 붕괴와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기 시작했다"던 그가 부정적인 입장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를 일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준 3인자'로 꼽히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에 "경기 침체는 내 '베이스 케이스'(가장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시나리오)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경제가 튼튼하다"면서도 "분명히 재정 상황이 타이트해졌고 올해 성장이 작년에 비해 상당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0~1.5%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이것은 경기 침체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연말 기준금리는 3.0~3.5%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상무부는 29일 올해 1분기 미 GDP 증가율이 연율 -1.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집계된 잠정치 -1.5%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엇갈리는 경제 전망 속에서 시장의 관심은 30일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지표에 쏠리고 있다. 시장은 5월 근원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4.7%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3개월 연속 하락을 점친 것으로, 예상치에 부합한다면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시장의 기대가 커질 수 있다.

한편 이날 웰스파고는 약세장에 접어든 S&P500이 기술적인 손상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들이 2차 세계대전 이후 11회에 걸친 S&P500지수 약세장을 조사한 결과 약세장은 평균 16개월 동안 지속됐다.

웰스파고 분석가들은 "최근 약세장을 이용하고 싶겠지만 몇 달 내에 추가적인 진입 시점이 올 것"이라며 "현재로선 새로운 현금을 주식에 넣기 전에 인내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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