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월북으로 믿었다면 (이대준 씨를)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하태경 의원이 어제(28일) 통일부와 면담한 뒤 전한 입장입니다. 북한도 이 씨가 월북했다고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이 같은 통일부 의견에 대해 하 의원은 “대북 전문부처의 의견”이라며 힘을 실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왼쪽)이 28일 오후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인 하태경 의원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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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 피격에 안 내던 '의견'까지 낸 통일부
통일부가 당시 북한조차 월북으로 보지 않았다고 했다는 건 말 그대로 의견입니다. 부처에서 정책이 아닌 개별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내는 건 사실 드문 일입니다. 정확히 확인하기 힘든 북한 당국의 판단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당국은 보통 알기 어려운 북한 정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라거나 “예단할 수 없다”는 표현을 씁니다.
통일부의 '이례적 의견'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부는 '국민의힘 TF'와의 면담 자리에서 2020년 9월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이 일어나기 두 달 전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같은 해 7월 19일 탈북민이 재입북한 사건입니다. 당시 군 당국은 탈북민 김 모 씨가 배수로를 통과해 한강으로 입수했고, 조류를 이용해 북한 방향으로 헤엄쳐 넘어간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하 의원은 “이때는 (김 씨를) 죽이지 않았다”며 “(이대준 씨를) 월북으로 믿었다면 (이 씨 역시) 죽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 이 모 씨와 탈북민 김 모 씨는 신분도 상황도 분명 다릅니다. 게다가 재입북한 김 모 씨의 생사도 확실치 않습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김 모 씨가 재입북했을 때도 북한 내 코로나 19에 대한 경계가 강화된 시점이었던 점을 감안해 "코로나 19로 인해 다 죽인 건 아니었다"는 분석까지 덧붙였습니다.
■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 말아야"
어제(28일) 하태경 의원은 통일부와의 면담에서 “통일부가 주도했으면 (이대준 씨가) 죽는 것을 방치하고 제2의 인격 살인, 명예 살인까지 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정부가 발 빠르게 대처했더라면 이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통일부에 힘을 실어주는 하 의원이나, 안 내던 의견까지 내면서 이전 정부를 비판하는 듯 바뀐 통일부 태도도 어쩐지 어색해 보입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오늘(29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여러 정당은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고의로 악용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요한 건 “유족의 알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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