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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러 제재할 땐 언제고… 자발적 미 기업 철수에 바이든 ‘곤혹’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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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들의 러시아 자체 제재 두고 평가 엇갈려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미국 경제 지표에 악영향

기업 철수는 푸틴 아닌 일반 러시아인들에 피해

글로벌 기업들 축소는 美 ‘소프트파워’ 약화시켜

세계일보

러시아 모스크바 쇼핑몰의 나이키 매장.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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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자체 ‘보이콧’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 반대라는 상징적 의미를 통해 기업들은 이미지 제고 등 긍정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지만, 미국 정부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등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경제 지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지표변동에 민감한 상황이다.

◆나이키·코카콜라·맥도날드·스타벅스…러시아와 이별

글로벌 미국 기업들은 최근 잇달아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 예일 최고경영자 리더십 연구소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1000개의 회사가 러시아에서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 전했다.

세계 최대 스포츠웨어 브랜드 나이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나이키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나이키는 러시아 시장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면서 “향후 몇 달간 책임 있게 사업을 축소해 나가면서 우리 직원들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데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나이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3일부터 러시아 내 모든 나이키 매장 100여 곳의 영업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영업 중단 3개월 여 만에 완전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다만 나이키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합쳐도 회사 전체 매출의 1%도 안 된다는 점에서 이번 철수는 상징적인 조치에 가깝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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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 제품.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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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도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지 42년 만에 철수한다. 코카콜라는 지난 16일 “코카콜라HBC는 러시아 재고가 바닥나면 코카콜라 등 제품을 러시아에서 더 이상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카콜라HBC는 코카콜라 음료를 병에 담아 러시아, 이탈리아 등 29개국에 독점 공급하는 회사다. 코카콜라 본사가 2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앞서 KFC, 피자헛, 타코벨 등을 보유한 미국 외식업체 얌 브랜즈,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도 러시아에서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얌 브랜즈가 러시아에서 운영하는 KFC 매장만 1000개가 넘고, 스타벅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13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러시아 내 850개 점포에서 영업을 중단했다.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기업 자체 제재

그러나 이런 미국 기업들의 러시아 사업 철수는 아이러니하게도 대 러 제재에 앞장서온 미국 행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러시아 자체 제재에 일부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식량 불안을 높인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민간에서 기업들이 영업을 중단하면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그의 측근이 아닌 평범한 러시아인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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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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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자금 세탁 방지 전문가 협회(Association of Certified Anti-Money Laundering Specialists)의 글로벌 제재 및 위험책임자인 저스틴 워커는 블룸버그에 “우리는 당국의 많은 사례가 의도와는 다르게 되돌아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제재로 인한 부수적인 피해가 예상보다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정치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일 미국 기업들에게 러시아에서의 운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농업, 의학, 통신 등 일부 상업을 장려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제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고 식량 비용 증가가 우려되면서 농업 및 해운 회사가 더 많은 러시아 비료를 구입하고 운반하도록 조용히 장려하는 중이다. 이는 밀과 같은 필수품의 가격이 높게 유지되면 굶주림과 빈곤이 치솟을 수 있다는 유엔과 인도주의 단체의 경고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활동 중단이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관리국(OFAC) 고문으로 일했던 스미스는 “글로벌 기업들의 이탈은 러시아에 심리적 피해, 상해를 입힐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 현지 시장에서 브랜드를 포기함으로써 ‘소프트파워’를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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