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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원가 이하 요금제 못 살겠다"…알뜰폰 업계, 금융권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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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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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국민은행 알뜰폰 진출? 신경 안 쓴다. 해봤자 얼마나 잘할까."

3년 전 KB국민은행이 규제 샌드박스로 알뜰폰 사업에 진출했을 당시를 회고한 국내 한 이동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은행업계에선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알뜰폰 시장에 뛰어드는 건 무리수라는 판단이 들었다는 것.

하지만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막강한 자본을 등에 업은 KB국민은행은 유례없는 '저가 마케팅'으로 출시 2년 5개월 만에 3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저가 요금제 공세에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며 KB국민은행의 사업허가 취소마저 요구하고 나섰다. 설상가상 KB국민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도 알뜰폰 사업 진출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져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알뜰폰협회 "가격 파괴 수준의 서비스…견제할 대책 없어"

알뜰폰 업계는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에 대해 '대기업의 횡포'라며 당국에 제동을 걸어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4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금융기관의 알뜰폰 사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는 "대기업이 가격 파괴 수준의 요금제와 사은품 제공으로 가입자를 유인하고 있지만, 이를 견제할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은행의 알뜰폰 시장 추가 진출은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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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출연한 KB국민은행 리브엠 광고. /사진=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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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특히 문제삼는것은 원가보다 낮은 요금제다. 2019년 12월 출범 이후 KB리브엠은 LTE 11GB 요금제를 2만원 초중반대에 판매하는데 이는 망사용대가(원가)보다 1만원 낮은 수준이다. 가입자당 월 1만원에 달하는 손해를 보는 셈이지만 은행 고객들을 묶어두고 다양한 금융 상품을 교차판매할 수 있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반면 알뜰폰 업체입장에서는 마진이 없는 수준인 3만3000원에 같은 요금제를 판매해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이에 일부업체들은 손해를 감내하면서 망도매가 이하로 낮은 요금제를 내놨다.

전국 휴대폰 판매자들의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도 지난달 13일 성명서를 내고 "리브엠의 도매대가 이하 덤핑요금제 등 불공정 영업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리브엠의 통신 시장 교란 불공정 영업행위를 중단하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알뜰폰 중소 사업자·알뜰폰 자회사·통신사 모두 위기

이통통신사의 알뜰폰 자회사들도 불만이다. 요금을 낮춰 경쟁에 가세하고 싶지만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회선설비 미보유사업의 매출이 800억원 이상인 기간통신사업자는 서비스별로 요금 및 이용조건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해야한다.

이에 해당하는 KT엠모바일, 미디어로그, LG헬로비전, SK텔링크, KT스카이라이프 등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들은 지난해 매출이 모두 800억원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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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상반기 알뜰폰 브랜드별 체감만족률. /사진=컨슈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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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은 망을 빌려주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3사에게도 위협이다. 소비자리서치 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올 상반기 이동통신 만족률 조사결과, 알뜰폰은 65%(전체 알뜰폰 업체 평균치)로 SK텔레콤(61%), LG유플러스(51%), KT(47%)를 모두 앞질렀다. 특히 선두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이 있었다. 알뜰폰 내에서 리브엠은 이용자 10명 중 8명꼴(78%)로 만족해 직전 조사에 이어 2회 연속 알뜰폰 만족률 1위에 올랐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소비자들은 리브엠의 '저렴한 가격'에 만족해했다"며 "리브엠은 요금뿐 아니라 이미지, 프로모션·이벤트, 부가서비스 등의 항목에서도 다른 알뜰폰 사업자를 크게 앞섰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시선은 싸늘 "저렴한 가격 사용할 권리 침해"

낮은 요금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로 군소 알뜰폰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이때문에 금융권의 추가 진출과 낮은 요금제에 무작정 제동을 건다면 소비자들의 반발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대기업들보다 경쟁력있는 요금제를 내놓기는 당장은 힘든 게 사실"이라며 "과당경쟁으로 업체들이 시장에서 밀려나는 상황을 막기위해서라도 당국이 나서 적정선의 요금 규제와 함께 불법, 편법 마케팅을 막아 건전한 경쟁구도를 만들어야한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금융권 알뜰폰 진출과 관련해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사업 활성화를 위해 향후 지원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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