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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당정 '대출금리 인상 속도조절' 압박에도…은행권 뾰족수 없어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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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이자 장사' 경고 이후 특정 상품 출시 주문도

금리 낮고 변동 속도 늦은 신잔액코픽스 적용 확대

금리상승리스크 완화형주담대 연장 출시 협의

주담대 변동형 작년말 3.71~5.07→29일 3.70~5.853%

[이데일리 노희준 김정현 기자]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 소비자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함께 협력해나가야 한다.”(지난 20일 윤석열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금융당국이 금리 급등에 대한 차주 상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잇따라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이자 장사’를 겨냥해 경고장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여당이 차주의 대출 원리금 증가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 상품 출시 확대까지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 상단이 6~7%에 달하는 등 금리가 급등한 상황인데다,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올리면 서민층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선제적 판단에 따른 조치다. 다만 금리는 시스템에 따라 오르는 것인데 당국과 정치권이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 0.25%p 오르면 연이자 부담 16만1000원 커져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시중은행에 ‘신잔액기준 코픽스’ 적용 상품의 출시 확대를 권고했다. 앞서 전날 국회에서 국민의 힘 주최로 열린 ‘물가민생안정특위’에서 여당이 금감원에 신잔액기준 코픽스 출시를 요청했지만, 이보다 앞서 금감원이 미리 금리 급등에 따른 차주 상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현재 코픽스 금리는 연 1.98%이지만, 신잔액 기준으론 연 1.31% 정도여서, 금리 기준만 바꿔도 상당한 인하 효과가 있다는 게 당국 분석이다.

전날 국민의 힘 특위에서는 또 각 은행이 현재 분기별로 개별 공시하는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격차)을 월별로 통합 공시하자고 금융당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은행의 예대마진을 줄여서라도 물가 상승과 금리 급등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위 위원장인 류성걸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대마진 공시 기간을 줄여 금리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예대마진 공개를 통해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유도해 이자율을 내리도록 하겠다는 게 특위측 설명이다.

성일종 정책위 의장도 “경제 위기상황에서 5대 금융그룹은 1분기 11조3000억이라는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했다”며 “은행의 이러한 초호황에는 2018년 6월 이후 금리차로 인해 이익창출을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특위는 또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의 상품 판매를 연장하자고 주문했고, 당국은 금융권과 협의에 들어갔다.

이데일리

(디자인=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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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압박…효과 얼마나 있을까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비판하자 실제로 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하 행렬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56~6.66% 수준이다. 지난 17일(4.33~7.14%)과 비교하면 약 2주 동안 금리 상단이 7%대에서 6%대로 하락한 것이다. 다만 하단은 4.33%에서 4.56%로 0.23%포인트가량 올랐다. 또 은행은 예대금리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인식, 예적금 금리도 발 빠르게 올려 잡고 있다. 예금 금리는 높이는 한편 대출 금리는 낮추는 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은행이 실제 대출금리를 어디까지나 낮출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경제 리스크가 올 가능성이 커지고 은행의 부실 비율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대폭 낮추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대출 금리가 실제 내려간 것은 맞다”면서도 “금리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낮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별로 공개하기로 한 ‘예대금리 차 공시 제도’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하면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금리차 키 맞추기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결국 고객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은행 간의 경쟁도 사라져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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