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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1등 건설사 바뀔까?] 국토부, '시공능력평가' 심사 기준 변경 예고...건설업계 '격변'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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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건설현장 내 안전 점검 모습



최근 국토교통부가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기준을 수정하는 방안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건설업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각 건설사의 사업 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건설업계는 향후 개편 방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국토부, 내후년쯤 시공능력평가 개편

29일 국토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는 '건설기업의 시공능력평가 기준 및 방법의 개선연구' 용역의 사전규격을 공고했다. 시공능력평가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3조에 따라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공 실적, 경영 상태, 기술 능력, 신인도 등을 평가해 공시하는 제도다. 항목별 평가를 금액으로 환산해 합산하는 방식이다. 매년 7월 말까지 평가를 마치고 공시한 후 8월 1일부터 새 순위를 적용한다.

현행 시공능력평가는 자본금 등 사업체의 규모와 경영 능력 등에 초점을 두고 있어 공사 실적이나 건설 기술 등 실질적인 건설업의 경쟁력 요인을 반영하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 국토부 내부적으로도 심사 항목별 평가를 금액으로 환산해 단순 합산하는 평가 방식 자체가 이질적인 평가 항목을 단순히 가감 산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시공능력평가제도의 현황을 점검하고 심사 개선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평가 방식에서 평가 항목의 배점을 조정하고 금액 합산 대신 점수제로 전환하거나 기존의 항목별 합산 방식을 폐지하고 공사 실적, 기술 능력 등을 각각 공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번 연구 용역이 실제 심사 기준 개정으로 이어진다면 실제 적용되는 시점은 내후년 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올해 안에 용역을 마치고 내년 중 시행규칙 개정에 착수한다고 가정했을 때 관련 법령 개정에 소요하는 기간을 반영한 것이다.

◆시공능력평가제도, 어떻게 바뀌나?

향후 시공능력평가 제도가 개편될 경우 기존의 경영평가액 배점 비중이 작아지고 실제 건설공사 수주 결과와 함께 기술력, 안전 관련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지목된다.

현행 심사 기준은 지난 2016년 대대적인 개선 이후 전반적인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경영평가액 비중이 40% 선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평가액은 '실질 자본금'과 '경영 평점'을 고려하는 항목으로, 각 회사의 자기자본, 실적,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구조 전반을 평가한다.

이는 당시의 건설시장 환경에 맞춰 경영평가 비중이 높아졌던 것이지만, 업계에선 해당 비중이 적절한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100대 건설사 중 23곳이 워크아웃을 당했던 상황에서 부실기업을 걸러내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이후 시장 상황이 안정되면서 최근에는 해당 평가 기준이 경영 상태가 좋은 상위권 대형 건설사에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전체 토목건축공사업 시공능력 평가액은 258조9382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경영평가액은 99조9591억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38.6%)을 차지했다. 경영평가액이 실적평가액을 넘어선 건 경영평가액 배점비율을 90%에서 75%(현행 80%)로 하향 조정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전무했다.

해당 기간의 전체 시공능력 평가액에서 실적평가액과 경영평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0년 실적 41.7%·경영 27.8%, 2011년 43.4%·26.4%, 2012년 40.7%·26.4%, 2013년 39.2%·26.5%, 2014년 39.5%·23.7%, 2015년 38.5%·25.6% 등으로 경영평가액 비중이 30%를 넘긴 적이 없었다. 이후 기업 안정성 진단 강화를 위해 경영평가액 비율을 현행 80%로 상향 조정한 2016년부터는 이들 비율이 각각 37.5%와 30.3%를 기록하며 30%대에 진입했고 이후에는 실적평가액과 경영평가액 비중이 동반 상승해왔다.

반면 최근 3년 동안 각 건설사가 최근 얼마나 많은 공사를 수주하고 수행했는지를 평가하는 공사실적평가액의 비율은 2018년 40.5%까지 높아지다 다시 소폭 하락하는 추세다. 따라서 경영평가액의 비중이 높아지고 상황이 실제 건설사의 시공실적 대비 시공 능력을 과다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편 각 건설사의 기술력과 안전 시공 능력을 각각 반영하는 기술 평가액과 신인도 평가액 비중 역시 향후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전체 평가액에서 기술 평가액(42조3683억원)과 신인도 평가액(17조8366억원) 비중은 각각 16.4%와 6.9% 수준이었다. 기술 평가액은 각 업체의 보유기술자 수, 기술자 1인당 평균 생산액, 최근 3년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 등을, 신인도 평가액은 신기술지정, 협력관계 평가, 부도, 영업정지·과징금, 부실 벌점, 재해율 등을 감안해 산출한다. 특히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신기술 도입 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배점 기준이 개선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시공 하자와 관련한 부분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하자 판정 건수가 가장 많은 15개 건설사 가운데 7개 회사가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든다"면서 "공동주택의 품질 향상과 하자 저감 등을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공능력평가 왜 중요하나...업계 파장은?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매년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이지만 개별 건설사들의 입장에서 매우 관심이 높기 때문에 심사 기준 개편이 건설업계에 불러올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능력 평가액은 각 건설사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널리 활용되면서 유자격자명부제나 도급하한제의 근거로도 쓰인다. 유자격자명부제는 건설사를 평가액에 따라 1~6등급으로 나누고 공사 규모에 따라 일정 등급 이상으로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제도이며, 도급 하한제는 평가액 상위에 드는 대기업의 소규모 공사 수주를 막는 제도다. 해당 심사 결과를 기준으로 조달청과 민간 사업장으로부터 수주 입찰 제한을 받을 수도 있는 근거가 되는 경우도 나온다. 때문에 작은 규모의 순위 등락조차 각 건설사의 사업 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건설사를 선택하며 고려하는 여러 참고 사항의 하나지만, 건설사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의무 적용 사항처럼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면서 "이번 용역은 업계에서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들을 반영·수정하는 정도로 그렇게 급격한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사 기준이 개선되더라도 현행 도급 순위에 큰 변동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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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동안의 시공능력평가 1~10위 기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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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tiip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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