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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상 최대폭 상승한 ‘기대인플레’… 힘 실리는 ‘빅스텝’ 전망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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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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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폭으로 상승하며 4%에 바짝 다가섰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다음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급락…1년4개월 만에 100 이하로

한은이 29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3.3%) 대비 0.6%포인트 오른 3.9%로 집계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2개월 만에 최고치다. 또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기록이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상승률을 뜻하는 ‘물가 인식’도 4.0%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4%대에 들어섰다. 전월 대비 상승 폭도 0.6%포인트로 역대 최대였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에 대한 물가 기대치이지만, 현재의 물가 흐름을 계속 반영하면서 높게 나타난 것 같다”며 “유가와 국제식량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 해외 요인이 가장 크고 개인서비스요금과 외식비 등 생활과 밀접한 체감물가가 높은 점이 겹치며 기대인플레이션을 높게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149)도 역대 기록을 세웠다.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내릴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지수는 100을 웃돈다. 금리수준전망지수가 전월(146)보다 3포인트 상승한 만큼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음을 알 수 있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전월(102.6) 대비 6.2포인트 하락했다. 6.2포인트는 지난해 7월(-7.2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CCSI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지난해 12월 3.8포인트 하락한 후 방역 조치 완화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에 따라 등락을 반복해 왔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돈 것은 2021년 2월(97.2) 이후 1년4개월 만이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중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통해 산출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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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기대인플레 상승에 한은 ‘빅스텝’ 단행 전망도 잇따라

한 달 새 0.6%포인트 상승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놓고선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중앙은행의 빠른 금리 인상과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안을 차단하기 위한 각종 정책수단이 제대로 통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2월 2.0%를 기록한 뒤 올해 3월까지 14개월 연속 2%대에 머물렀다. 이후 4월부터 3개월 연속 3%를 넘어섰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계속 오르는 것은 아직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지 않았다고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조사 참여자들의 응답 분포를 살펴보면 5월에는 2∼3%가 23.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3∼4%(21.3%), 4∼5%(16.1%), 1∼2%(12.3%) 등이 두 자릿수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한 달 뒤에는 3∼4%(18.8%) 답변 비중이 가장 커졌을 뿐 아니라 5∼6%(14.1%), 6% 이상(14.4%) 답변도 두 자릿수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반영해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 폭이 0.6%포인트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만큼, 4%대도 곧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거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를 넘어섰던 시기를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7월~2009년 7월, 동일본대지진과 유럽 재정위기 등이 겹친 2011년 3월~2012년 4월 등이다. 한은은 과거 위기 때와 지금 가장 큰 차이로 기대인플레이션의 빠른 상승 속도를 꼽았다.

물가 단속 필요성이 커지면서 한은이 최초로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짙어지고 있다. JP모건은 이달 중순 “한국은행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소비자동향조사가 발표된 뒤 신영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씨티그룹, SK증권 등 국내 금융권도 한은이 다음달 13일 금통위에서 사상 첫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한은이 ‘성장보다 물가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마냥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다. 소비를 위축시키며 경기를 더욱 침체에 빠뜨릴 수 있어서다.

다만, 소비와 관련한 지표들이 아직 굳건하다는 점이 한 줄기 희망이다.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지출전망은 전월(116) 대비 2포인트 하락한 114를 기록했다. 황 팀장은 “소비 관련 지표로 백화점이나 할인점 매출, 국내 카드 승인액 등을 모니터링 중인데 아직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이동량도 과거보다는 증가하고 있는 편”이라며 “(전월 대비) 약간 떨어진 면은 있지만 장기 평균(108)보다는 높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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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공포에 주저앉은 주식시장…코스피 2400선 아래로

주식시장은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코스피는 1.8% 넘게 하락해 다시 24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는 기대인플레이션 심화와 경기침체 공포에 다시 주저앉았다. 물가급등과 이로 인한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하반기에는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을 흔들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4.10포인트(1.82%) 내린 2377.99에 장을 마치며 4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했다. 종가 기준 2400선 하회는 지난 24일(2,366.60) 이후 3거래일 만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34.99포인트(1.44%) 낮은 2387.10으로 개장해 하락세를 지속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272억원, 5046억원을 팔아치우며 ‘쌍끌이 매도’를 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16포인트(0.93%) 내린 762.35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경기침체 우려 확산에 따른 달러 자산 선호 심리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5.6원이나 급등하며 1299원을 기록, 다시 1300원대에 근접했다. 경기침체의 ‘사전신호’로 여겨지는 장·단기(10년·2년) 국고채 금리 격차는 이날 오전 13.7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을 기록해 올해 들어 가장 작았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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