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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쌍용차 토레스 디자이너, “엠블럼 없애자니 반대 많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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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쌍용차 디자인센터장 이강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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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내주 출시를 앞둔 쌍용자동차의 새로운 SUV ‘토레스’에는 전후면에 엠블럼이 없다. 대신 뒤쪽에 ‘토레스’라는 차명이 큼지막하게 영문자로 새겨져 있고(레터링), 트렁크 우측 하단에 ‘쌍용’이라는 브랜드명이 영문자로 박혀 있다. 외관에서 굳이 쌍용차의 엠블럼을 찾으라면 네 바퀴의 축 커버에나 가야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엠블럼을 떼버린다는 건 대단한 모험이다. 일단 회사 내부에서 반발이 크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느냐는 반론이 강하게 인다.

토레스도 마찬가지였다. 토레스의 외장 디자인팀 문일한 팀장은 29일 미디어 관계자들과의 디자인 설명회에서 “엠블럼을 없애자고 했을 때 딜러들로부터 반대 목소리가 크게 나왔다. 그러나 엠블럼을 그릴 가운데 박아 둔 상태에서는 쌍용차 SUV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통 오프로더를 지향하는 SUV 명가’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한 쌍용자동차는 가장 먼저 디자인 철학을 확립하는 작업에 나섰다. ‘정통 오프로더’는 기계적 성능도 중요하지만 외관 디자인에서 먼저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줘야 한다.

‘새로운 디자인 철학 정립’의 첫 결과물이 ‘토레스’다. 토레스는 아직 정식으로 출시된 차도 아니고, 디자인과 차량 가격만 공개했을 뿐인데 사전 계약이 2만 5,000대나 몰려들었다. 정통 오프로더까지는 아니지만 디자인은 무쏘와 코란도의, 힘이 넘치는 요소들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뚜렷했고, 무엇보다 2,690~3,040만 원대 가격이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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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 상무가 KR10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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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는 지난 29일, 토레스 디자인 설명회를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 디자인 센터에서 열었다. 쌍용차에서 출시 행사와는 별개도 디자인만을 주제로 미디어 행사를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할 말이 많았던 게다.

이날 행사에서 기자들의 관심사는 ‘토레스’였다. 제품 사진을 촬영할 순 없었지만 실차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의 진짜 핵심은 쌍용차가 디자인 철학을 드디어 정립했다는 데 있었다. 지난 2020년 타 브랜드 출신 디자이너를 책임자로 영입해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정립하는 작업을 해 왔던 쌍용차다. 마침내 디자인 철학이 완성됐고, 그 첫 번째 작품이 토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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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디자인 철학을 정립하는데 매진한 주인공이 바로 디자인센터장 이강 상무다.

이강 상무는 “쌍용차를 좋아하는 고객들에게 그들의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위대한 유산을 가진 쌍용차는 자동차 시장에서 다시 밝게 빛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상무가 정립한 디자인 철학은 ‘Powered by Toughness’다. 우리말로 하면 ‘강인함에 의해 추진되는 디자인’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강인함의 디자인’으로도 부를 수 있겠다. 예전의 코란도와 무쏘 디자인이 보여줬던 강인함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얘기다. 코란도와 무쏘가 활보하던 시절보다는 여가를 즐기는 인구가 크게 늘었고, ‘아웃도어 라이프’라는 새로운 문화도 생겼다. 정통 SUV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쌍용차로서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환경이다.

토레스 디자인이 ‘Powered by Toughness’라는 철학에서 탄생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토레스에는 현실적인 타협이 들어갔다. 이강 상무는 “토레스는 쌍용자동차 회생의 키를 쥐고 있는 차이다. 우리의 새 디자인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토레스가 많이 팔려야 하고, 그래야 우리도 자신 있게 다음 스텝을 내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토레스 디자인이 도심형 SUV의 분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이유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레스는 몇 가지 정립된 디자인 언어를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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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그릴에 세워진 6개짜리 기둥이다. 지프의 세븐 슬롯을 벤치마킹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눈으로 직접 본 토레스의 그릴 디자인은 슬롯 보다는 6개의 ‘기둥’에 더 방점을 두고 있었다. 이강 상무는 “동서양의 성벽에서 영감을 얻었다. 대부분의 성벽 위에는 적을 공격하기에 용이하면서 적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요철 모양의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다. 견고하면서도 거친 이미지가 바로 이것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6개 기둥의 그릴 디자인은 성벽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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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으로 가면 독특한 후미등 디자인이 눈에 띈다. 이 디자인에는 태극의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四卦)가 숨어 있다. 토레스의 후미등에 들어간 괘는 리(離)다. 3개의 ‘효’ 중에 바깥쪽 두 개는 ‘양’이고 가운데 효만 ‘음(중간이 끊어진)’인 괘다. 건은 하늘을, 곤은 땅을, 감은 물을 상징하는데 리는 ‘불’이다. 이강 상무는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에는 ‘쌍용자동차는 대한민국 자동차입니다’는 문구가 있는데, 이 문구에서 힌트를 얻었다. 쌍용차 디자인에 ‘대한민국’을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건곤감리의 후미등 디자인은 향후 다른 차에도 응용되는데, 차급에 따라 서로 다른 ‘효’가 선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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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들어가면 아래 위가 다 ‘커트’된 스티어링이 눈길을 잡는다. 보통은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하기 위해 스티어링의 하단부가 직선 처리된 ‘D컷’을 쓰지만 토레스는 아래 위를 다 커트했다. 다만 상단은 커트 폭이 짧아 아래 위 커트만 보면 사다리꼴의 형상이 그려진다. 이강 상무는 “오프로더의 역동성을 보여주고 싶었고, 일부 여성 운전자들이 계기반을 보기 위해 고개를 쑥 내미는 모습을 보고 시인성을 개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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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철학이 정립됐다는 얘기는 향후 나올 신차 디자인도 모두 ‘Powered by Toughness’를 구현한다는 말이 된다. 이강 상무는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 온전하게 담긴 차는 현재 개발 막바지에 와 있는 ‘KR10’이 될 것이다”고 듣는 이들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스케치만 공개된 ‘KR10’ 프로젝트는 코란도의 야성을 액면 그대로 계승한 정통 오프로더다. 현재 모델은 이미 완성됐고, 시장조사까지 완료한 상태라고 이강 상무는 밝혔다. 쌍용차의 새 주인은 입성하자마자 열매부터 챙기는 건 아닌 지 모르겠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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