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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KBO 비공인 ‘2군 홈런왕’ 나왔다…kt 문상철, 119호포 ‘통산 1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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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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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문상철, 28일 2군 상무전 홈런…통산 119호
-118개의 조평호 제치고 비공인 2군 홈런왕 등극
-“1군 기록은 아니지만, 나름의 의미 있다고 생각”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KBO 퓨처스리그에서 역대 최다 ‘비공인’ 홈런타자가 나왔다. 주인공은 올 시즌 2군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kt 위즈 문상철(31)이다.

문상철은 28일 문경구장에서 열린 국군체육부대(상무)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나와 2회초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상대 선발투수 김민규(23)의 시속 143㎞짜리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이 아치로 문상철은 개인 2군 통산 119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이는 KBO 2군 비공인 최다기록이다.

비공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하나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2군 제도를 운영한 뒤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2군 양대리그(북부리그·남부리그)를 도입한 KBO는 아직 과거 기록을 모두 전산화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데이터화된 내용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의 기록지다.

그러나 주요 수치인 홈런은 KBO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는 있었다. 이 연장선상에서 비공인 2군 홈런왕으로 여겨진 선수도 있다. 바로 조평호(37)다.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데뷔해 우리 히어로즈와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에서 뛴 조평호는 주로 2군에서 만만치 않은 펀치력을 과시했다. 군 복무 기간인 2009~2010년을 제외하고 1군에서도 118경기를 뛰긴 했지만, 2군에서 활약한 시간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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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조평호의 2군 홈런 숫자였다. ‘구전(口傳)’으로는 조평호가 역대 2군에서 유일하게 홈런 100개를 여유롭게 넘겼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KBO가 정확하게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2011년 넥센 시절과 2012~2017년 NC 시절이 전부였다. 이 기간 홈런은 77개. 앞서 때려낸 약 30~40개의 홈런을 일일이 찾아보는 작업이 필요했다.

KBO 관계자는 “조평호가 2군에서만 100개가 넘는, 통산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부분은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산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공식기록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한계를 인지한 KBO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의 조평호 2군 기록을 수작업으로 되짚었다. 다행히 연도별 수치는 정리가 돼 있던 터라 조평호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총 41개의 홈런을 터뜨렸다는 사실을, 문상철의 119번째 홈런이 나온 다음날인 29일 최종 확인했다(2004년 1개, 2005년 6개, 2006년 17개, 2007년 12개, 2008년 5개).

이렇게 해서 조평호의 2군 통산 홈런 숫자는 모두 118개로 집계됐고, 자연스럽게 2군 홈런왕이 118개의 조평호에서 119개의 문상철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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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철은 2014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올 시즌까지 1군과 2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다만 조평호처럼 2군에서 뛴 시간이 더 많았다.

학창시절부터 호타준족 내야수로 이름을 알렸던 문상철은 2군 무대에서 경쟁력을 뽐냈다. 2014년 14홈런을 시작으로 2015년 15홈런, 2016년 17홈런을 앞세워 거포로 성장했다. 이어 상무 시절이던 2017년과 2018년 각각 36홈런과 22홈런을 때려냈고, 2020년부터 올 시즌까지 1홈런과 2홈런, 8홈런을 연달아 쏘아 올리면서 2군 역대 최다홈런을 새로 썼다.

문상철은 “1군 기록은 아니지만, 그래도 2군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겨 기쁘게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기회를 주신 1군과 2군 감독님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2군 홈런왕이라는 타이틀이 내 한계를 뜻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도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마음으로 이 기록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앞으로는 1군에서도 멋지게 활약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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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문상철은 당분간 비공인 2군 홈런왕으로 남아야 한다. KBO가 2군 기록을 모두 전산화해야 비로소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1992년 입사 후 KBO에서만 30년 넘게 몸담고 있는 정금조 운영그룹장은 29일 “일단 조평호가 이전까지 2군 역대 비공인 최다 홈런타자였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보면 된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2군 경기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조평호처럼 오랜 기간 2군에서 뛴 선수도 많지 않았던 만큼 조평호를 능가하는 2군 홈런타자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상철이 홈런 119개를 기록하면서 비공인 2군 최다 홈런타자가 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번 이슈를 통해 남은 2군 기록도 빨리 전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KBO도 더욱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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