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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벤틀리 타고 돌다 "저 빌딩 사자"…2200만원 日임장투어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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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6일 일본 도쿄 번화가. 엔화 약세가 이어지며, 홍콩 부자들이 상대적으로 '싼값'이 된 일본 부동산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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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 영국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는 30대 프라이빗 뱅커(자산 운용가) 제니퍼 챈은 다음 달 일본 방문을 앞두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못한 럭셔리 휴가를 즐기면서 도쿄 주요 지역에 있는 소매점을 둘러보고 가격이 적당하면 매입할 계획이다. 챈은 "부동산 개발을 위해 땅을 사는 것을 비롯해 앞으로 몇 년 동안 일본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라며 "(팬데믹 이후) 국경이 완전히 열리면 가치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말했다. 지금 달러당 엔화 가치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 이는 일본 부동산을 지난해 이맘때보다 20~3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하면서다. 지난달 2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는 한때 137엔대를 웃돌며, 136.6엔에 마감했다. 이는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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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는 136엔대를 기록해,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앙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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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엔저 시대를 맞아 '싼값'이 된 일본의 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홍콩의 부자들이 도쿄로 몰려들고 있다고 지난달 28일 파이낸셜 타임스(FT)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부동산 매입을 위한 럭셔리투어는 성황을 맞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JP인베스트가 기획한 이 투어는 24년 만에 급락한 엔화를 업고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금융권 관계자와 부자가 주 고객층이다. 1인당 12만8000 홍콩달러(약 2200만원)에 달하는 6일짜리 여행상품 일정은 화려하다. 특급호텔과 온천, 오마카세(맞춤형 상차림), 미슐랭 3스타 음식점 방문을 비롯해 '빈티지 포르셰'를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자부 주반 지역의 투어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패키지의 주요 내용은 운전기사가 딸린 벤틀리나 헬리콥터를 타고 도쿄 부동산 시장을 둘러보는 것, 소위 ‘임장’(부동산 현장 탐방)이 주목적이다. 특히 지난해 도쿄올림픽을 위해 새로 단장했지만, 올림픽 이후 텅텅 비어 있는 호텔이 홍콩 부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일본 부동산 담당인 오카다 사치코는 "홍콩의 부동산 펀드와 사모펀드는 일본의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관광) 관광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들은 지금이 호텔을 살 적기로 보고 있다"며 "(일본) 금리가 낮아 투자하기 좋은 때"라고 말했다.

JP인베스트의 켈빈 청은 부동산 매입 목적의 럭셔리 투어를 지난 5월 처음 시작했으며, 최근 하루에 약 8~10건의 문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청은 "고객들은 도쿄의 소매점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앞서 투자한 사람은 1인당 300만~1000만 홍콩달러(약 5억~16억원)를 지불했다고 덧붙였다.

도쿄에 투자하는 홍콩 부자들은 엔화 약세뿐만 아니라 일본이 전 세계적 불황의 우려를 비껴가는 곳처럼 인식한다고 한다. 이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가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따르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여전히 초저금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7일 단기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제로'로 하는 현행 금융완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엔화 약세는 가속했다. 청은 "지난주 일본 부동산에 대한 투자 문의가 직전 주보다 20~30% 늘었다"고 말했다.

SCMP는 지난 4월에도 홍콩인들이 투자나 휴가 목적으로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부동산 투자자인 폴리 로는 홍콩의 정기예금 등의 수익이 높지 않은 점도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는 "엔화의 급격한 하락과 연간 4%의 높은 임대수익 전망을 고려하면 일본 부동산이 더 나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홍콩에서 일반인의 손에 닿지 않는 수준까지 집값이 치솟은 것도 한 원인이다. SCMP에 따르면 야시장이 있는 몽 콕의 152스퀘어피트(약 4.27평) 아파트 가격은 지난 1월 340만 홍콩달러(약 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로는 "딸이 저축한 돈으론 홍콩에서 집을 마련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홍콩인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일본의 작은 상가는 물론 오피스텔·료칸 등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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