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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기자수첩] '쏘카' 상장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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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공모주가 사라졌다. 지난 5월 말~6월 초 얘기다. 증권가 사람들을 만나도, 재테크를 취미 삼던 지인들을 만나도 모두가 공모주 얘기를 하지 않는다. 1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 4~6월은 기업공개(IPO) 시장의 냉각기였다. 모든 게 연초 전망과는 반대로 향했다. 인플레이션은 심화됐고, 주가 지수는 1년째 내리막이다. 올해 공모주 대어로 주목받던 대형사들은 줄줄이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뉴스핌

김준희 금융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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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는 다음 타자인 쏘카로 시선을 옮겼다. 쏘카는 지난 4월 초 한국거래소에서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 6개월 내로 '상장 절차를 마치라'는 출발신호다. 쏘카는 한동안 침묵했다. 일각에서는 쏘카도 결국 상장을 포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장포기 전망이 나온 이유는 쏘카 역시 눈높이를 낮추지 못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지난해 상장한 공모 대어들은 증시 호황기에 최대 가치를 인정받으며 데뷔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도 쏟아졌다. 높아진 눈높이를 다시 낮추기는 쉽지 않다. 상장 주관 업무를 맡은 증권사에서도 발행사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들렸다.

쏘카는 장고를 이어갔다. 사업 모델이 비슷한 미국의 우버 주가가 올해 들어 반토막 난데다 성장산업에 대한 투심이 크게 위축된 상태였다. 동시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1호 상장사'라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올 하반기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보험 등이 출격을 앞둔 상황에서 IPO 시장 분위기를 가를 분수령이기도 했다.

그러다 상장 승인 두 달여 만에 금융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조만간 공모가를 확정해 공모청약을 받겠다는 일종의 계획서다. 기업가치도 시장 친화적으로 조정했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약 1조1400억~1조5100억원. 연초만 해도 최대 3조원대 몸값이 예상됐으나 이를 크게 낮춘 수준이다.

공모 구조도 신규 투자자들에게 친화적으로 설계했다. 기존 전략적투자자(SI)인 SK·롯데렌탈에는 6개월, 재무적투자자(FI)에는 1~3개월 간 공모주식을 팔 수 없도록 의무보유 기간을 설정했다. 이로써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을 16.28%로 줄였다. 또 공모주는 모두 신주로 발행한다. 구주주들의 자금 회수가 아니라 사업 확대가 목적이니 예쁘게 봐달라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쏘카가 공모흥행을 위해 '납작 엎드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우버와 비교하면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체로 투자자들에게 양보했다는 평가다. 또 이후 기업공개에 나설 기업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시장이 변했으니 증시 데뷔를 앞둔 기업의 마음가짐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제대로 싸지 않다면 투자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다. 앞서 수요예측에서 실패한 기업들의 사례에서 보듯 시장을 읽지 못하고 마이웨이를 고수하다면 상장 기회조차 잃을 수 있다. IPO 시장 위축에 자금 조달이 시급한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올해도 절반이 지나갔다. 증시가 불황이라해도 IPO는 계속돼야 한다. 쏘카의 출격이 하반기 IPO 시장의 불쏘기개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zuni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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