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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과일장수도 회사원도 해냈네…티끌 모아 '꼬마빌딩 건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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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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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꼬마빌딩' 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근에는 가수 서태지가 20년간 보유하던 건물을 387억원에 매각하며 300억원 가까운 차익을 남겨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최소 수십억 원의 자금이 필요한 빌딩 투자는 일반인에게는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수성가형 빌딩 주인도 상당하며 일반인도 꾸준히 준비하면 빌딩 소유자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매일경제는 어렵게 돈을 모아 빌딩 주인이 된 이들의 성공 스토리와 함께 빌딩 관리 노하우, 투자 실패 사례 등도 소개한다.


◆ 과일 장사, 미용실 운영하며 종잣돈 모아 빌딩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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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 임 모씨는 10여 년 전 매일 날품팔이를 하며 가난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한 지인의 도움으로 과일장사를 시작하게 됐고, 그는 이를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로 여기며 죽을힘을 다했다.

그렇게 모은 돈은 꼬박꼬박 은행 적금과 예금 등으로 불려나갔고 이 돈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과일 직영점 6곳과 온라인 과일 쇼핑몰까지 만들었다.

그렇게 모은 20억원(대출 7억원 포함)으로 2020년 임씨는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의 빌딩을 사기 위해 빌딩 중개회사를 찾았다. 하지만 20억원으로는 주요 상권 빌딩을 사기 힘들었기에 중개사와 그는 3주 정도 면밀히 조사한 끝에 건대 입구 인근의 허름한 2층 빌딩을 매입하기로 했다.

특히 이 건물은 소유자가 85세가 넘은 고령이라 건물 관리가 어렵고 자식들에게 빨리 현금을 나눠줘야 했기에 가격을 좀 깎아 18억원에 매입할 수 있었다. 1980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너무 노후화돼 1억5000만원 정도 들여 4개월간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하지만 건물만 좋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우량 임차인을 들여와 건물 가치를 높이고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도 올려야 했다. 이를 위해 임씨는 중개사와 함께 다양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연락해 이들로부터 입점 의향서를 받았고 결국 1층은 유명 커피 전문점, 2층은 화장품 업체에 임대를 줬다. 부동산 투자자문업체 노블레스코리아에 따르면 리모델링 전 보증금 1억원, 월세 400만원이었던 임씨의 건물 임대료는 현재 보증금 2억5000만원, 월세 1400만원으로 올라갔다.

40대 초반 여성 건물주인 유 모씨는 주변에서 '똑순이'로 통한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던 그는 고등학교 때 학업을 그만두고 미용실에 취직해 20여 년간 헤어디자이너로 근무했다. 중간에 미용실을 차려 10년 이상 운영해왔고 헤어 제품 등도 팔면서 수익을 늘렸다.

돈을 벌 때마다 통장에 넣어두며 종잣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5억원을 가지고 2019년 초 빌딩 투자에 나섰다. 노블레스코리아에 따르면 그가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꼬마빌딩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소재 한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 있는 허름한 5층짜리 건물이었다. 건물이 오래되긴 했지만 대단지 아파트 앞에 있는 입지가 맘에 들었다.

18억원의 매매 금액 중 15억원 정도를 대출로 마련해 2019년 5월 계약했다. 대출이 많은 만큼 임대료 수익을 높여야 했다. 하지만 기존 건물은 2개 층이나 공실이었고, 월 임대료는 250만원 정도가 전부였다. 노블레스코리아 관계자는 "대출이 많아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월 임대료를 크게 높여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남은 금액으로 리모델링해서 건물 가치를 올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1억원을 들여 4개월간이나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2020년에는 공실을 없애고 월 임대료를 600만원대까지 올릴 수 있었다. 대출 이자 등을 제외하고도 월 1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향후 빌딩 가치 상승으로 인한 수익도 노리고 있다.

◆ 직장인에서 이제는 건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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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성 홍 모씨는 1980년대 중반 약대를 졸업하고 국내 한 제약회사에 취직했다. 4년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그동안 모은 종잣돈과 주변 친척을 통해 최대한 많은 돈을 끌어모아 대학 선배가 운영하던 약국을 인수했다. 1980~1990년대 의약품 수요가 상당히 좋았던 시절이라 월 250만원의 임대료를 내면서도 매월 1000만원의 순수입을 거뒀다.

6년 동안 약국을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부동산 투자가 안전하다는 생각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여러 채를 사들였다. 이 자금 등을 바탕으로 2000년께 종로5가에 있는 한 빌딩을 30억원에 매입했다. 2010년에는 종로 빌딩과 남아 있던 아파트들을 전부 처분해 60억원을 모았다.

노후에 안정적인 수익을 고려하던 홍씨는 2015년께 임대료를 많이 받는 수익형 빌딩 투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홍씨가 찾은 건물은 서울 서대문구의 한 지하철역 출구 앞에 위치한 2층짜리 노후 건물이었지만 신축할 경우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어 보였다.

홍씨는 구청 관계자를 통해 지상 10층까지 건물 높이를 올릴 수 있음을 확인하고 82억원에 건물을 매입했다. 이후 30억원을 들여 건물을 신축했고 '메디컬빌딩'으로 병원 등과 장기간 임대차 계약을 맺어 대출 이자 등을 제외하고 월 6000만원 정도의 임대료 수익을 얻고 있다. 현재 홍씨 빌딩의 시세는 200억원 정도다.

◆ 빌딩 매입해 회사 사무실 넓히고, 임대료·시세 차익까지


올해 5월 경기 성남시에서 유통 기업을 운영하는 50대 남성 김 모 대표는 사세가 확장됨에 따라 사무실 면적을 넓히기 위해 사옥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 회사의 현재 사옥은 성남 구도심 비역세권에 있는 4층짜리 빌딩으로 2017년에 대출 10억원을 받아 총 20억원에 법인 명의로 매입한 것이다. 1층에 50평(약 165㎡) 정도를 사무실로 쓰고 나머지는 임대료로 월 690만원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의 편의는 물론 향후 시세 차익을 염두에 두고 사옥 이전 장소로 성남 역세권 빌딩을 찾았고, 고민 끝에 작년에 허름하긴 하지만 역세권 소재 3층 빌딩을 60억원에 매입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간단한 인테리어만 하고 건물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김 대표는 향후 시세 차익도 감안해 아예 신축을 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건물 매각 대금 40억원과 대출 40억원 정도를 들여 총 80억원이 들어간 김 대표 법인의 신축 사옥은 올 하반기 완공될 예정이며,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가치가 100억원을 훌쩍 넘어갈 전망이다. 월 임대료 수입 또한 2100만원 정도로 예상돼 이전 수입의 3배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단순히 사무실을 임대해 쓰기보다는 임대료 수익과 향후 시세 차익 등을 노리고 허름한 사옥을 매입해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준비 못한 상속, 빌딩 매각으로


빌딩 투자와 관리가 항상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건물주의 지위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서울에 사는 40대 남성 A씨(직장인)와 남성 B씨(직장인)는 지난해 6월 아버지가 사망한 후 서초동에 있는 5층짜리 꼬마빌딩을 상속받았다.

하지만 이때부터 형제에게 어려움이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에 이들 형제는 수십억 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를 낼 돈이 없었다. 또한 빌딩을 물려받은 후 감정평가사의 감정가격이 아닌 기준시가(아파트의 공시가격과 비슷)를 기준으로 상속재산을 신고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때문에 관할 세무서로부터 원래 내야 할 상속세 이상의 추가적인 세금이 부과돼 다른 상속자산과 합쳐 총 33억원가량의 상속세를 내야 할 상황이 됐다.

당장 내야 할 세금이 없던 형제는 결국 한 시중은행 세무사와 상담 끝에 80억원에 물려받은 빌딩을 매각하기로 하고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만약 빌딩이 매각되면 양도세도 25억원 정도 납부할 예정이다.

또한 아버지가 빌딩을 매입하면서 기존에 받았던 대출 15억원까지 상환하게 되면 총 7억원 정도가 남게 되고 결국 서초구 소재 꼬마빌딩을 청산해 한 명당 3억~4억원 정도를 받게 되는 셈이다. 월 1400만원씩 들어오던 임대료 역시 그들의 손을 떠나게 됐다.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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