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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믿었던 중국마저…中기술굴기에 수출 막히고 FTA로 수입 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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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수출한국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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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교역의 흑자 폭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중국 산업과 기술이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이 자국산 제품에 힘을 싣는 이른바 '차이나 밸류체인(CVC)' 구조를 짜면서 막강한 내수 시장의 힘을 바탕으로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6월 대중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한 129억7000만달러였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도시 봉쇄 여파로 중국 시장이 침체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이 11.5% 증가한 40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디스플레이 수출이 4억1000만달러로 29.4% 감소해 수출 실적을 끌어내렸다.

중국 외 다른 권역의 높은 수출 상승세와 비교할 때 단순한 봉쇄조치 여파로만 분석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기간 아세안 지역 수출액은 16.7% 증가한 102억5000만달러, 미국 수출액은 12.2% 증가한 97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인도 수출은 14억3000만달러로 22.5% 급등했다. 상반기 전체로 봐도 중국 수출은 813억8000만달러로 6.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절대적인 수출 액수는 여전히 높지만, 증가 폭은 아세안(증가율 31.8%, 647억2000만달러), 미국(18.2%, 549억6000만달러), 일본(12.0%, 160억달러)은 물론 유럽연합(EU·8.2%, 340억2000만달러)보다도 낮았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상황 평가보고서'는 한국 수출품이 중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정체된 반면 중국 수입품은 한국 시장을 빠른 속도로 점유해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출액에서 중국의 비중은 FTA 발효 전후 5년을 비교했을 때 25.2%에서 25.6%로 소폭 늘었으나 한국의 수입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2%에서 21.2%(1014억9000만달러)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FTA 발효 후 5년 동안 대중 수출액(누적)은 발효 전 5년간에 비해 0.1% 느는 데 그쳤으나 같은 기간 수입액은 17.8%나 늘었다.

부문별로 보면 전자산업은 FTA 발효 전후 수출액 규모가 62.6% 증가해 흑자 규모가 확대됐지만 화학·고무·플라스틱, 자동차, 기계 등은 흑자 규모가 오히려 줄었다. 의복, 철강 부문은 기존의 적자 폭이 감소하는 데 그쳤고, 기타제조업·가공식품 분야에선 오히려 적자가 확대됐다. 보고서는 "한중 FTA는 대중 교역의 확대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과 후생 증가에 기여했다"면서도 "FTA에 따른 관세 감축의 효과에 한정할 경우 사전적으로 예측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미미하게 증가한 반면, 대중국 수입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흑자 규모가 축소됐다"고 밝혔다. 이 기간 중 사드 배치 발표에 따른 한중 관계 악화,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중 수출에 부정적 요인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갈수록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대목이다. 중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내수 중심의 성장 방안을 추진하면서 자본재·중간재의 경우 수입품 대신 자국 제품을 쓰는 전략을 펼쳐왔다. 부품·소재 등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으로선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부가 FTA 체결 전 실시한 사전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인 무역의 경우 대중국 수출과 수입이 각각 연간 46억7000만달러, 42억20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이번 분석 결과 제조업 수출은 29억9000만달러, 수입은 30억5000만달러 늘어 규모도 예상보다 작았을 뿐 아니라 수입액 증가가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 간 무역수지 흑자·적자 여부가 FTA 성과를 평가하는 절대적 잣대는 아니지만, 제조업 부문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믿을 건 한국이 중국에 월등하게 앞선 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분야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선두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물론,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반도체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물량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액면 그대로 중국 반도체가 한국에 수입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철저하게 견제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중국이 천명한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대 들어 수출이 아닌 내수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는 데다 중국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면서 기술력 향상이 빠르게 이뤄졌다"며 "그간 기술적·가격적 격차에 기반해 이뤄졌던 한중 간 교역이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서로 수출입하는 대등한 관계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적 우위가 확실한 영역에선 여전히 기존처럼 한국이 상당한 흑자를 볼 수 있겠지만, 과거와 같은 일방적 흑자 구조는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중국 기업이 오히려 한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대중무역 흑자 기조는 앞으로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고, 최근 두 달간 경험한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박동환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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