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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러, '사할린-2' 운영자 교체방침…"러 제재한 일본에 대항조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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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권리 인수할 새 법인 설립…기존 외국 투자자 지분 인수 심사

연합뉴스

'사할린-2' 프로젝트서 생산된 액화천연가스 실은 유조선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블라디보스토크·도쿄=연합뉴스) 최수호 박성진 특파원 =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응해 극동 에너지 개발 사업인 '사할린-2'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외국 기업들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일본 언론은 이 프로젝트에 일본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인 일본에 대한 대항조치로 분석했다.

◇ 러시아 하원 에너지위원장 "일본 기업 제재 가능성"

1일 인테르팍스 통신과 러시아 극동 지역 매체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현재 사할린-2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사할린에너지'의 모든 권리와 자산 등을 인수할 새로운 러시아 법인을 만들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특정 외국·국제기관의 비우호적 행동에 관한 연료, 에너지 분야 특별경제 조치에 관한 법안'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새 법인 지분 절반은 공동 운영에 참여하는 가스프롬 사할린 홀딩 LLC 등이 갖는다.

나머지 지분은 기존 사할린에너지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 석유기업 셸(27.5%)과 일본 미쓰이물산(12.5%), 미쓰비시상사(10%) 등이 보유 지분에 비례해 받을 수 있다.

새 법인은 사할린에너지에 소속된 모든 직원도 승계한다.

다만 셸 등 외국 투자자들은 한 달 이내에 새 러시아 법인 지분 인수를 요청해야 하며, 러시아 정부가 가능 여부를 승인할 방침이다.

만약 외국 투자자들의 요청이 불허되면 러시아 정부는 해당 지분을 러시아 회사에 매각하고 외국 투자자 명의로 된 특별계좌에 금액을 예치한다.

또 외국 투자자들이 생산물분배계약(PSA)에 근거해 사할린-2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안 재정, 환경 등 분야에서 벌인 활동을 점검하고 피해액을 산정할 예정이다.

이후 특별계좌에 예치한 지분 매각 대금에서 러시아 정부가 산정한 피해액을 제한 뒤 남은 금액만 외국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이처럼 외국 기업들에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러시아 정부의 사할린-2 프로젝트 통제 방안은 우크라이나 사태 후 서방 제재가 이어지자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앞서 지난달 초 러시아 의회는 서방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일본에 맞대응하기 위해 사할린-2에 참여하는 일본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에너지위원회 파벨 자발니 위원장은 "일본은 미국 등 서방과 함께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했고 우리는 손실을 봤다"며 "동시에 일본은 사할린-2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생산 자원 등을 모두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셸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에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할린-2 프로젝트는 러시아 극동 지역 사할린에서 석유·천연가스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이 프로젝트로 수출된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는 각각 1천41만t과 416만t 규모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자 셸은 프로젝트 철수 의사를 밝혔고, 중국 기업에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반면 일본은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철수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사할린-2 생산 LNG 60% 일본 수출…사업 중단시 일본 에너지난 우려

푸틴 대통령이 사할린-2 프로젝트 관련 법안에 서명한 데 대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사업을 "사실상 국가(러시아)가 접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이 이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아사히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미국, 유럽과 협력해 러시아에 압력을 강화한 일본에 대한 대항 조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러시아에 여러 경제 제재를 취해왔지만 일본 기업이 참가한 에너지 개발 사업인 사할린-2 프로젝트만은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에너지 안전보장에 극히 중요한 프로젝트"라면서 사할린-2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으로서는 쉽게 이 사업의 권익을 포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으로 일본은 LNG 수입의 8.8%를 러시아에 의존했으며 대부분이 사할린-2 프로젝트 생산분이었다.

사할린-2에서 생산되는 LNG의 약 60%는 일본으로 수출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사할린-2에서 수입한 LNG는 일본 전력 공급량의 3%에 해당한다.

때 이른 무더위로 전력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사할린-2에서 LNG 공급마저 중단되면 일본은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전기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갑작스러운 러시아의 발표에 일본 정부는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곧바로 LNG 수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자와 의사소통해 대응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하라 세이지 관방 부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자원과 관련한 권익이 훼손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현재 대답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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