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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유럽 인플레 8.6% 역대 최고…'울며 겨자먹기' 긴축 온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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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6월 물가상승률 8.6% '사상 최고'

러 가스공급 차질, 물가폭등 더 심화할듯

연준처럼…ECB, 금리 인상 대놓고 예고

이미 경기 둔화하는데…침체 기정사실화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인플레이션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기록적으로 치솟으면서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은 11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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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6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했다. 1997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다. 로이터통신이 내놓은 시장 예상치(8.4%)를 상회했다.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4월 7.4%, 5월 8.1%를 기록하며 최고치 행진을 거듭했는데, 또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게 됐다.

유럽이 물가 폭등에 시달리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뛴 데 따른 것이다. 6월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41.9% 치솟았다. 전월 상승률(39.1%)을 또 갈아치웠다. 식료품의 경우 11.1% 급등했다.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4.6% 상승했다. 이 역시 전월 기록(4.4%)을 돌파했다.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대(對)유럽 가스 공급에 물가 전반이 출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데,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탓이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최근 정상회의에서 향후 10년 목표를 담은 ‘전략 개념’을 통해 러시아를 두고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 위협”이라고 썼고, 이에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도이체방크는 “만약 수주 내에 러시아가 가스 공급 축소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물가 상승세가 훨씬 확대하고 경제 성장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ECB는 일단 급한 불은 끄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처럼 침체를 각오한 공격 긴축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울며 겨자먹기’식 돈줄 조이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오는 21일 통화정책회의 때 현재 제로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무려 11년 만의 인상이다. 7월을 넘어 9월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게 ECB의 계획이다. 중앙은행이 추후 몇 달 통화정책을 대놓고 확정해 예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 우려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는 내년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8%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NBC는 “ECB가 긴축으로 발빠르게 움직인다면 이미 경기 둔화가 진행 중인 와중에 성장세를 더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는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기류다.

특히 유로존은 각 나라마다 물가 상승 속도가 달라 통화정책이 더 어렵다. 이를테면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물가가 20% 가까이 치솟았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는 곧 유로존 내 각 나라들마다 통화정책 파급 경로와 성장세에 미치는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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