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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77] If any of you want to bow out now’s your ch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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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질 사람은 지금 말해라

조선일보

영화 ‘미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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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4월, 미합중국 항공모함 호넷에서 미 육군 폭격기들이 이륙한다. 이들의 이름은 ‘둘리틀 특공대(Doolittle Raiders)’, 일본 본토를 공습하기 위해 자원한 파일럿들이 비장한 얼굴로 차례차례 이함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설적인 해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 ‘미드웨이(Midway∙2019∙사진)’의 한 장면이다.

1941년 12월, 진주만으로 귀환 중이던 미 해군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 파일럿 베스트 대위(에드 스크레인분)는 부조종사 머리에게 “언젠가 이 덕에 목숨 건질 거다(This might save your life one day)”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며 실전과 다름없는 위험천만한 곡예비행을 선보이며 착함한다. 그사이 진주만에선 공습경보가 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본 폭격기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급히 이륙한 베스트 대위의 편대는 인근에 있는 일본 항모를 추적하지만 기울어진 판세를 뒤집지 못하고 미 해군은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병사들은 새로 부임한 니미츠 사령관에게 따져 물으며 전우들의 복수를 주장한다. “우린 일본 놈들 언제 잡습니까(When are you going to let us at those Japs)?” 때를 기다린 미군은 크게 꺾인 사기를 다시 높이려 일본에 복수할 방법을 찾아 나서며 미드웨이에서의 대전을 준비한다.

그 전에 미드웨이 작전에 힘을 싣기 위해 일본 본토를 폭격하는 비밀 작전이 시작되고 미 육군 항공의 둘리틀 특공대가 편성된다. 하지만 일본을 폭격하고 다시 항모까지 돌아올 연료는 없다. 중국에 불시착하여 임기응변으로 생존하는 수밖에. 이에 둘리틀 특공대의 지휘관 지미 둘리틀은 파일럿들을 갑판으로 불러 모으고 말한다. “빠질 사람은 지금 말해라(If any of you want to bow out, now’s your chance).”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앞에 두고도 파일럿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모두 갈 겁니다(We all wanna fly, sir).”

[황석희 영화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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