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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군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저지할 수 있을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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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북한의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뿜으며 수직으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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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위협이 구체적 형태로 드러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군이 이를 막을 수 있는지를 놓고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달 21∼23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전쟁억제력 강화를 위한 중대 문제와 전방부대 작전 임무 추가, 군사조직 개편 등을 의결했다.

회의에서는 북한군 전방부대 임무에 ‘중요 군사행동계획’을 추가했다. 이를 두고 전술핵 배치 및 사용과 한국군 3축 체계 대응 전략 등이 포함됐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군이 핵무기를 전면에 내세우면,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은 상당한 딜레마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평상시에도 재래식 군비증강의 효용성을 놓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대북 전격전과 핵무기가 부딪힌다면

‘한반도 유사시 신속하게 평양을 공격, 북한 전쟁지도부를 제압한다.’

미국이 1970년대 육군과 공군력을 결합한 공지전투 개념을 만든 이후 한국군이 큰 틀에서 유지해온 작전이다. 입체고속기동전→공세적 작전개념→입체기동작전으로 이름이 바뀌고, 작전 참가 전력이나 실행 방법이 일부 바뀌어왔지만, 기본 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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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3일 핵무기병기화를 현지지도하는 과정에서 핵탄두 모형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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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념의 핵심은 전쟁 기간이 길면 한국도 큰 피해를 입는 만큼 위기 상황을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전격전’을 벌인다는 것이다. 양적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북한군을 제압하기 위해 빠른 속도와 기동력으로 북한군 전쟁지도부를 타격하려는 의도다.

한국군이 항공기로 적 후방에 침투하는 신속대응사단, 전차와 장갑차로 무장한 기계화부대, 내륙 진격 능력을 갖춘 해병대 등을 만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북한이 전략·전술 핵무기를 모두 갖췄을 때도 ‘전격전’이 가능할 것인지 여부다.

한국군이 ‘전격전’ 최종 목표인 북한 전쟁지도부 섬멸에 가까워지면, 북한은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수뇌부 보호를 위해 전술핵 카드를 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평양으로 진격하는 한국군을 전술핵 표적으로 삼아 선제 핵공격을 시도한다면, 한국군이 ‘전격전’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미국의 전술핵이 있지만, 비례성 원칙을 감안하면 북한 수뇌부를 타격하기는 어렵다.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도 고려될 수밖에 없다. 미국으로서는 북한군이나 군사시설 등을 전술핵으로 타격하는 상황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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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방북한 취재진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폭파를 앞두고 갱도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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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전술핵 공격을 받아도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지는 않는 결과를 얻게 된다.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해도 김정은 체제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와 압박, 경제난 속에서도 핵무기에 매달린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같은 결과를 피하려면 북한이 전술핵을 사용하기 전에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공군 전투기 등 전략적 타격수단을 총동원해 북한 핵·미사일 전력과 전쟁지휘시설 등을 동시에 타격, 북한의 핵능력을 단기간 내 마비시켜야 한다.

문제는 타격해야할 북한 내 표적이 수천개라는 점이다. 현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TAURUS), 전술지대지유도무기, 함대지미사일 등을 일시에 총동원해야 하는데, 이같은 공격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지휘통제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미 연합군의 공격 시도에서 벗어난 이동식발사차량(TEL)과 벙커 등이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다.

제1차 걸프전 당시 미국과 영국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 스커드 미사일을 제거하고자 공군력과 특수전부대를 대거 투입했지만, 종전 시점까지도 스커드 미사일을 100% 제거하지는 못했다. 사담 후세인은 전쟁이 끝나기 직전까지 스커드를 이스라엘과 사우디에 발사하면서 다국적군을 괴롭혔다.

첫 타격에서 살아남은 북한 TEL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 스커드보다 더 위험하다.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로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군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은 채 실전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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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전술지대지유도무기(ATACMS)가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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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전쟁 초기 주도권 장악과 한국의 전쟁 의지를 무너뜨리고자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도 제기된다. 특히미 증원군이 전개할 부산항과 김해·대구 공항 등을 마비시켜 미군 증원을 저지하고자 KN-23에 핵무기를 탑재해 쏘는 시나리오도 고려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한국군이 운신할 폭은 좁아진다. 북한 핵위협이 한국군을 딜레마에 빠뜨리는 셈이다.

북한의 핵위협을 완전히 깨뜨리려면, 이를 위한 전략과 작전계획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이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무력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를 저지, 남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군의 작전계획과 더불어 한미 연합 작전계획 5015의 최신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재래식 군비증강 불신 증폭 가능성

국가간 군비경쟁은 단일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미국과 일본의 전함 건조 경쟁, 냉전 시절 핵무기 개발 경쟁이 대표적이다.

한반도는 북한의 핵무기와 한국의 재래식 무기 증강 경쟁이 이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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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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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은 ICBM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 반격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은 재래식 전력 증강을 지속하는 모양새다. 그 결과 핵전력은 북한, 재래식 전력은 한국이 우위를 차지하는 대치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같은 국면은 북한과 한국이 서로 느끼는 상대방의 군사적 위협과 대응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한은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한국은 북한 핵무기를 위협적으로 본다.

북한은 한국군이 지닌 우위를 무너뜨리기 위해 신형 전차와 자주포 등 재래식 무기와 전술핵을 늘린다.

한국은 북한 핵위협에 대응하고자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으로 구성된 3축 체계 강화에 필요한 자원을 계속 투입할 수밖에 없다.

극초음속미사일을 비롯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증대되면서 직렬식 킬 체인을 센서·통신·처리·타격·효과가 동시에 작동하는 평행식 킬 웹(Kill-web)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또다른 투자를 요구한다.

긴장완화를 위한 정치적 행보가 없다면 한반도에서는 상호 불신에 따른 군비경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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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신형 백두정찰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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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재래식 전력증강과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퍼질 수도 있다.

재래식 전력을 계속 강화해도 북한 핵위협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만큼 핵무기는 재래식 전력의 강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핵보유가 불가능한 한국은 이같은 문제를 미국의 확장억제력으로 보완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미국의 확장억제력을 강조해왔고, 윤석열정부도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높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춘 상황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가 100% 가동된다는 보장은 없다. 한 발이라도 MD를 뚫고 지상에 낙하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정치적 요인 등으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많지만, 국내에서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 주장이 계속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미국의 확장억제나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에 핵무기가 없거나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초보적 단계일 때 유효한 방식”이라며 “미국의 핵무기 사용 시 북한이 핵으로 뉴욕과 워싱턴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면, 미국이 서울을 지키고자 뉴욕과 워싱턴을 포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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