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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승희의 '발뺌 전략'…"난 몰랐다" 실무진에 책임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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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통해 선관위 '檢 수사의뢰' 알려진 지 이틀 만에 정면 반박

車매입에 정치자금 사용 시인하면서도 "실무진 착오" 입장 고수

계약 당시 인수 염두에 둔 '특약 조항' 감안하면 설득력 떨어져

선관위 "조사 후 위법 소지 있다고 판단해 수사기관에 넘긴 것"

임기 막바지 몰린 보좌진 격려금·동료의원 후원금 등은 빠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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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당시 의정활동에만 쓰여야 할 정치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세부내용을 몰랐다'며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히 관용차로 대여한 렌터카 매입에 1800여만 원을 쓰는 등 정치자금이 부적절하게 지출됐다는 점은 이미 시인했음에도, 단순한 '실무 착오'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버티는 모양새다.

하지만 김 후보자 관련 의혹을 직접 조사한 주체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상당 부분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 아래 수사기관에 공을 넘겼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선관위는 지난달 28일 김 후보자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지난 5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복지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지 33일 만이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이 만료되기 직전일이기도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있던 윤 대통령이 시한을 1주일로 못박으면서 국회 원 구성이 안될 경우 청문회를 '패싱'한 임명 강행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그 사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검은 접수 하루 만인 지난달 29일 서울남부지검에 김 후보자 사건을 배당했다.

그간 언론이 숱하게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설명자료를 냈던 김 후보자는 이틀 만에야 침묵을 깼다. 선관위가 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장관 후보자를 수사 의뢰한 초유의 사태에도 그의 입장은 기존 해명과 대동소이했다. "고의적으로 정치자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한 바 없"기에 자신은 결백하다는 것이다.

인사청문준비단이 콕 집어 언급한 의혹은 '국회등록차량이었던 후보자 배우자 명의의 자동차 보험료와 렌터카 임대료 등 2건'이다.

앞서 김 후보자는 의원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7년 2월 관용차로 렌트한 G80을 3년 뒤 인수하며, 보증금으로 납부했던 정치자금 1857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관련기사: [단독]김승희, '렌터카 G80' 인수에 정치자금 1800만원 사용). 특히 계약서에 이미 '보증금 1857만원은 36개월 후 인수 시 감가상각으로 0원이 됨을 확인한다'고 명시한 특약 조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부터 보증금을 '활용'한 렌터카 매수를 염두에 두었단 뜻이다. 국고로 반납돼야 할 정치자금이 차량 인수에 고스란히 쓰이면서, 김 후보자가 추가로 지출한 사비는 928만여 원에 불과했다. 당시 시가가 수천만 원에 달했던 G80을 헐값에 매입한 셈인데, 공직자로서의 윤리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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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전날 "회계 처리과정에서 실무적인 착오로 인한 것"이라며 "의원 시절 차량 임대 및 보험료 처리 등을 회계실무진에서 진행하였기 때문에 후보자는 세부적인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9일 인사청문준비단이 CBS노컷뉴스 보도와 관련해 내놓은 해명과 비슷하다. 후보자 측은 "당시 의원실 회계담당자는 (특약조건으로 명시된) 이 표현을 계약만료 후 보증금이 소멸된다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밝혔다"며 "정치자금을 회계처리함에 있어 세심한 주의가 부족했으며 좀 더 면밀히 계약내용을 챙기지 못한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실무를 담당한 일선의 실수일 뿐 김 후보자 본인은 인지조차 못했기에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는 항변이지만 전형적인 '발뺌'이라는 비판이다.

렌터카 업계의 얘기는 김 후보자의 주장과 다르다. 문제의 특약이 일반적인 계약에 통용되는 조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인사청문준비단이 밝혔듯 보증금을 뺀 나머지 구입비가 후보자의 사비에서 나갔는데, 계약내용을 몰랐다는 것은 넌센스다.

후보자는 렌터카를 개인 소유로 바꾸기 전인 2020년 3월, 정치자금 352만원을 들여 해당 차량을 도색하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김승희, 정치자금으로 G80 도색 후 매입 의혹). 의원 임기가 고작 두 달 남아있던 시점이었다. 역시 의원 시절인 2016년 7월엔 남편 차량의 보험금 명목으로 정치자금 수십만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김승희, 꼬리무는 '정치자금 테크'…이번엔 남편車 보험).

인사청문준비단은 "최근 문제를 인지한 후 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회계 착오로 인해 집행된 자금은 반납해야 한다는 답변에 따라 반납했다"고 했지만, 언론을 통해 문제시되지 않았다면 자의로 2천만원 가까운 금액을 국고로 돌려놓았을지 의문이다. 김 후보자는 렌터카 보증금과 배우자 차량보험금을 관련보도 직후에야 선관위에 순차적으로 반납했다.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 반납 자체가 '정치자금법 위반'을 인정한 것은 아니란 주장도 펼쳤다. 선관위 또한 이 사건에 대해 법 위반으로 결론을 짓고 고발을 한 것이 아니라, '위반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직 해당 의혹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나온 것은 아니란 취지지만,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는 선거 관련 의혹을 포함해 정치자금의 부정사용 등 소관사건에 대해 1차로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한 뒤, 실제 혐의가 일정 있다고 판단되면 2차로 '정식 조사'를 실시한다. 지난달 둘째 주부터 사실 확인에 나선 선관위는 같은 달 24일 조사에 착수했고, 나흘 만에 검찰에 수사를 맡겼다. 혐의가 짙다는 자체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선관위는 공식적으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렌터카 관련 의혹과 남편 차량 보험료 등은 수사대상에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그건 거의 확실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본인이 직접 인정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선관위가 김 후보자의 지출을 문제 삼은 근거인 정치자금법 2조가 '사적 경비'나 '부정한 용도'의 지출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가 의원 임기 막바지에 같은 당 의원 후원금과 보좌진 격려금 명목으로 정치자금 수천만원을 몰아 썼다는 의혹은 수사 의뢰영역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2조가 적용되려면 자금을 의정활동으로 안 쓰고 사적으로 써야 하는데, 보좌진 격려금 등은 법적으로 아예 못 주게 돼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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