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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300명 자취방 가본 이남자 "요즘 20대가 자취하는 이유는" [더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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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플루언서] 1인 가구 전성시대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2050년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20년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1.2%(648만가구)로 가장 많았다. 1인 가구는 연평균 8만6000가구씩 늘고 있어 30년 뒤에는 1인 가구 비중이 더 커질 전망이다. 2050년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9.6%까지 늘고, 가구 수도 905만가구로 증가한다. 2인 가구도 36.2%(827만가구)로 늘어나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합치면 전체의 75.8%에 달하게 된다.

이번주 <더인플루언서>가 만난 '자취남' 정성권 씨는 1인 가구 전문가다. 우리나라에서 남의 자취방에 가장 많이 가본 사람 중 하나로 유명하다. 그는 구독자 3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자취남' 채널을 통해 자취생들의 집을 보여주며 온라인 집들이 콘텐츠를 제작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3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자취집을 찾아가 방 안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각자의 사는 이야기를 듣고 자취 꿀템을 소개한다. 혼자 사는 사람의 실제 생활 모습을 볼 수 있어 자취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봐야 할 필수 콘텐츠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집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가장 자연스러운 그 사람의 흔적이 묻어 있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의 집은 온전히 그 사람을 나타낸다. 오롯이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반영했기에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소품 하나하나에서도 그 사람의 기호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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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구독자 30만명을 보유한 자취남 채널을 운영하는 정성권 씨. <사진제공=자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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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을 시작한 계기는?

▷원래는 모바일 마케팅 앱 회사에 다녔었다. 회사 다니면서 3년 정도 유튜브를 했고, 전업으로 한지는 1년 반 정도 됐다. 원래는 혼자 나와서 자취하는 내 모습을 찍어서 올렸다. 그러다가 친구가 자취를 하게 돼 친구 집을 찍었는데, 그걸 계기로 남의 집을 찾아가 '온라인 집들이'를 하는 콘텐츠를 만들게 됐다. 직접 섭외는 하지 않고 신청을 받아서 방문을 하고 있다. 한 달에 100~150개 정도 신청이 들어온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자기 집을 공개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간단하다. 예쁘게 꾸몄으니 자랑하고 싶은 것이다. '○○살 여름에 내가 여기에 살았고, 이렇게 살았구나' 하는 걸 추억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도 같다.

-요즘 1인가구 트렌드는 어떠한가.

▷요즘 집값이 너무 올라버렸다. 아무래도 월세를 사는 분들은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이 많다. 집 유지비를 내기 위해서 나의 시간과 노력을 너무 많이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돈을 버는 게 월세를 내기 위해서인가' 하는 회의감을 느끼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부동산을 더 투기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트렌드는 전세·월세와 상관없이 내 집을 예쁘게 꾸미고 싶어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열심히 돈 모아서 집을 장만해야겠다' 이런 게 있었다면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단 것을 깨달아버려서 최선을 다해서 나의 지금에 충실하고 예쁘게 잘살자 이런 생각이 커지는 것 같다.

-남의 집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

▷집을 엿보는 것은 공간의 이야기를 듣는 일, 차곡차곡 쌓인 물건들의 이야기를 엿보는 일, 그 사람의 취향과 가치관 그리고 아주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집 자체는 비슷한 평수의 방 한 칸인데, 그 안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어떤 아이템을 써서 살림을 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집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자취집은 정말 잠만 자는 곳이라서 침대, 충전기, 샤워 용품처럼 딱 사는 데 필요한 생필품만 있고, 장식품이나 여가 활동을 위한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반면 어떤 자취집은 주황색 포장마차 천에 빨간색 플라스틱 테이블을 두고, 벽에는 메뉴판까지 달아 집안에 포장마차를 만들어 놓았다. 집주인의 취향을 100% 반영해 집을 꾸며 놓은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모든 집이 다 다르다. 누가 사느냐에 따라서 집이라는 정형화된 공간에 완전히 다른 색깔이 입혀진다.

-혼자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혼자 산다는 것은 내 삶을 나 혼자 돌보고 책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혼자 사는 사람은 나의 집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무도 내 물건에 손을 댈 사람이 없다는 건, 내가 안 치우면 그 물건은 영원히 그 자리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샴푸가 다 떨어지면 다용도실에 구비되어 있는 재고를 들고 오면 되는 게 아니라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내가 손을 놔버리면 나의 집은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로소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존에 필요한 귀찮고 잡다한 일들을 포함해 온전한 1인분의 삶을 책임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적당한 거주 공간 규모가 있을까?

▷최소 10평은 돼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생각인 것 같다. 혼자 살아도 10평은 돼야 살 만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직주근접과 집(자체 컨디션)의 중요성은 조금 다르다. 집이 조금 더 작더라도 서울로 와서 살겠다는 분이 조금 더 많았다. 저희 채널에서 인터뷰했던 분들 기준으로 따지면 8:2 정도 비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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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구독자 30만명을 보유한 자취남 채널을 운영하는 정성권 씨. <사진제공=자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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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책도 썼다. 책을 쓴 이유는?

▷사실은 책으로 뭔가 '세상을 바꿀 거야. 이런 세상을 가져주세요' 이런 것은 전혀 없었다. 굉장히 다양한 분들의 집을 봤는데 사람도 다르듯 집 생활양식이 다르더라. 틀린 게 아니라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집이라는 공간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공간이라는 것도 느꼈다. 1인가구가 40%에 달한다고 하는데 서울로만 따져도 250만명 아닌가. 근데 정말로 250만명의 삶이 다 다르다. 단적인 예로 어떤 분은 무소유, 어떤 분은 풀소유를 추구한다. 다양한 생활상이 있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유튜브를 병행했다. 전업에는 어떤 용기가 필요했나.

▷유튜브 전업을 위한 나만의 기준이 있긴 했다. 유튜브 수익이 회사를 다닐 때 벌어들이는 돈의 30%보다 많으면 퇴사하자는 것이었다. 사실 그 기준이 됐어도 6개월을 회사를 더 다녔다. 결국엔 금전적인 문제보다도 채널을 통해 더 하고 싶은 게 많아졌는데 회사일 때문에 하지 못하게 되니 결심을 하게 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절대적인 시간과 체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자 결심이 섰다. 눈 떠보니까 서른셋이고, 이러다가 마흔 되고 쉰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자 눈이 딱 떠졌다. 지금은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1억원을 투입하는 프로젝트다. 열 분을 뽑아서 1000만원씩 지원해드리고 집을 구하고, 월세까지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작년까지 벌었던 금액이 총 1억원이 안됐을 것 같긴 한데, 새로운 도전이다.

-자신만의 루틴이 있나.

▷사실 일상이 정말 바쁘다. 일주일에 집 8곳을 방문한다. 늘 생각하는 것은 있다. '바쁘게 살면서 전투만 하다가 전쟁을 못 보지는 말자'는 것.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방향성을 점검한다. 하루를 통째로 쉬는 날은 없다. 가끔 촬영이 취소되거나 하면 쉬긴 하지만 온전히 쉬는 법은 없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목표는?

▷오그라드는 말이지만, 악해지지 않는 것이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달콤한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고 원칙을 지켜가며 롱런하는 것이 목표다. 얇고 길게 가자는 생각이다. 내 체력이 다할 때까지 촬영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그러면서 좋은 방향성에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황순민 기자]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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