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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MZ세대는 '플렉스'만 하지 않는다…다만 '그들'이 그렇기 바랄뿐 [생생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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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MZ세대 직장인 <사진 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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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유통] MZ세대는 유통업계 마법과 같은 단어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출시될 때 'MZ'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고 홍보와 마케팅을 하면 정부에서 경영진이라도 잡아갈 기세다.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할 때 기업들이 MZ를 붙이지 않는 경우를 찾기 힘들지만 정작 MZ세대가 보면 물음표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 일단 밑도 끝도 없이 'MZ’를 붙이고 나서 마음대로 해석하는 듯한 편의주의가 팽배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소비되고 있는 단어 'MZ'와 꼭 함께 다니는 몇 가지 표현이 있다. '플렉스' '보복소비' '가치소비' '스몰 럭셔리' '명품' '과시소비' 등은 MZ세대를 형용하는 대표 표현이다. 수많은 언론 기사에서 MZ세대는 넘치는 부를 주체하지 못하는 또는 과분한 소비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흔하게 그려진다.

MZ세대 중 일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명품 사진을 올리며 플렉스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지난해 명품 매출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롯데백화점 45.4%, 신세계백화점 50.5%, 현대백화점 48.7%를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MZ세대와 '명품' '과시소비' 등의 단어가 함께 묶어질 때 많은 MZ세대는 "기사 속의 MZ세대는 누구란 말인가?" 의문을 제기한다. 본인과 본인 주변에 수많은 MZ세대는 명품, 스몰 럭셔리 등과 너무도 먼 나라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을 플렉스하며 사는 MZ세대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고 사는 MZ세대도 많기 때문이다. 'MZ=플렉스'로 많은 언론에서 프레이밍하는 상황은 이 시대에 많은 MZ세대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절망을 주는 한편 "나도 그래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지난 3월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MZ세대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플렉스로 대표되는 MZ세대의 통상적인 이미지가 과연 사실일까 의문이 든다. MZ세대의 소비는 2000년 같은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0.9배 수준으로 오히려 줄었다. 특히 MZ세대의 필수소비는 2004년 같은 연령대와 비교해 0.85배 수준을 나타내며 X세대(0.91배)와 베이비붐세대(1.0배)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MZ세대가 플렉스로 정의되고 있지만 MZ세대는 짠테크에도 관심이 많은 세대다. 티끌 모아 티끌이 되는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은 출시 3년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000만계좌를 넘어섰다. 연령대별 계좌 개설 고객 비중을 보면 20대 이하 38.4%, 30대 32.3%, 40대 21.2%, 50대 이상 8.1%로 나타났다. 30대 이하 고객이 70%가 넘는 수준이다. MZ세대의 짠테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편의점이다. 세븐일레븐이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서비스 '라스트 오더'의 전체 매출 60%는 2030세대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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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직원들이 마감 할인 서비스 `라스트 오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세븐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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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것들'이 소비의 화신이 된 것은 MZ세대가 처음은 아니다. 진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포클레스는 "청년들이 사치를 좋아해 폴리스의 미래가 어둡다"는 말을 했다고 알려졌다. 1990년대에도 당시 오렌지족의 문화가 X세대의 보편적인 문화인 것과 같이 취급되며 X세대의 사치와 낭비 풍조가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른바 기성세대에게 '요즘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행위다. 절약이 미덕인 사회 속에서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부여한 '사치'라는 부도덕한 역할을 항상 의도치 않게 도맡은 것이다.

기업들의 마케팅도 MZ세대에게 '소비'라는 특징을 부여한 장본인이다. 당연히 기업들 입장에서는 오랜 고객을 잡으면 잡을수록 좋다. 80대보다는 20대, 30대 젊은 층이라면 긴 시간 이윤을 낼 수 있는 좋은 지갑이 된다. '현재를 살고 있는 2030세대는 이전의 2030세대와 다른 MZ세대이며 그들은 플렉스를 하는 게 일상이다'라는 이미지를 부여한 것이다. 기업들에는 당연히 엄밀한 분석과 반대되는 의견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소비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SNS의 발달은 기업들에 더 좋은 기회가 됐다. 일반인인 듯 아닌 일반인, 이른바 인플루언서라는 존재들은 마치 일반인도 충분히 플렉스할 수 있으며 플렉스해야 한다는 기분을 준다. SNS가 가진 과도한 대표성도 기업들에는 의도치 않은 큰 선물이 됐다. 아무리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SNS에 인증샷을 올리지 않더라도 소수의 오피니언 리더들만 올리면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또한 SNS의 진위나 대표성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해석은 기업의 자유이며 기업들은 자신들을 위해 ’MZ=플렉스’라는 공식을 널리 퍼뜨렸다.

무분별한 언론의 용어 사용도 문제다. 기성세대의 사고방식과 기업의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하게 한 것은 그 두 가지의 교집합인 언론이다. 기성세대가 장악하고 있는 언론 환경에서 진짜 MZ세대의 이야기는 들어가기 쉽지 않다. 요즘 것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은 당연히 언론에서 큰 힘을 발휘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분별할 정도로 기업의 마케팅 용어를 언론, 출판 등에서 사용하는 행태까지 어우러지며 MZ세대는 결국 소비하는 세대가 됐다. 뒤이어서 MZ세대마저 'MZ=플렉스'라는 공식을 주입받으며 그 공식을 내면화하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MZ세대가 플렉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MZ세대에게 플렉스만 있는 것도 아니고 MZ세대만 플렉스하는 것도 아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는 개인을 나타내는 기호이다. 모든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개인을 나타내고 소비를 추종한다. 영화 '파이터클럽'의 주인공이 자신이 "이케아 가구의 노예가 됐다"고 말하는 것처럼 물신을 숭배하는 건 MZ세대만의 특성이라기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특성이다.

기술이 변하고 사회가 변했으니 새로운 세대에게 기성세대가 가지지 않은 특성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밀한 분석과 깊은 고민 없이 단순히 새로운 세대의 행태를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세대 갈등만 부추기는 행위다. 또한 지나친 세대론은 개인의 가치를 무시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MZ세대론과 플렉스 문화는 정말 쉬운 공식이다. 하지만 만능 공식은 아니다. 오히려 안 맞는 경우도 많다. 기업들과 언론, 그리고 기성세대들이 2030세대를 볼 때 MZ세대라는 프레이밍을 벗고 본다면 더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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