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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DSR 3단계 규제 시행… 은행권 ‘기업대출’ 경쟁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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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계의 기업대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은행들은 앞다퉈 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상 여신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이달부터 시행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와 금융 당국과 정치권의 가계대출 금리 압박 등에 따라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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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의 모습. 2022.6.3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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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포트폴리오와 플랫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한층 강화한 DSR 규제 영향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은행들이 전략을 새로 짜는 것이다.

DSR은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즉,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차주의 소득을 따져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달부터 DSR 3단계 규제가 시행돼, 총대출액이 1억원이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2금융권은 5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이 어렵다. 지난 6월까지는 규제 대상이 총 대출액 ‘2억원 초과’ 차주였는데, 하반기부터 ‘1억원 초과’로 규제 강도가 세졌다. 소득이 낮으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은행으로선 대출 규제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받으려는 수요가 위축돼 개인대출 영업이 한층 어려워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체 차주의 29.8% 전체 대출의 77.2%가 규제 대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경기 등의 영향으로 개인대출 시장 성장 둔화 가능성이 있다”면서 “여신 포트폴리오를 기업대출 중심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ICT솔루션 개발 기업 더존비즈온과 합작법인(JV)을 세워 중소기업 특화 금융플랫폼 사업에 나선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 플랫폼을 개발해 중소기업의 실시간 회계 및 전사자원관리시스템(ERP) 데이터에 기반한 신용평가모델을 바탕으로 기업 대상 금융중개 사업과 각종 데이터 사업(기업CB)을 하려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국내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계획 중인 글로벌 기업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독일 자금관리 플랫폼 기업 TIS와 손잡고, 국내 진출 글로벌 기업 및 외국인 투자 기업에 최적화된 디지털 자금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 지원과 협력을 강화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네이버 금융 자회사 네이버 파이낸셜과 협업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중소상공인) 대상으로 한 ‘우리은행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대출’을 출시했다. 스마트 플레이스는 네이버의 중소상공인(SME) 업체 정보 관리 운영 플랫폼으로, 50만명의 소상공인 매장이 등록돼 있다. 올해 하반기 중 선보이는 디지털공급망 플랫폼 ‘원비즈플라자’를 통해 중소기업 대상 전용 대출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BNK경남은행은 최근 ‘원전산업 중소기업 금융지원단’을 발족했다. 정부의 원전산업 지원방안에 동참해 원전 협력 업체를 지원할 전담조직으로, 원전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한 특별 한도와 금리 우대 등 금융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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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6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 소재한 인탑스 현지법인 사업장을 방문해 작업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IBK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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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들도 해외 출장과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기업들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3박 5일간의 일정으로 베트남 출장에 나섰다. 윤 행장은 인탑스, 서원인텍, 대영전자 등 현지진출 고객의 사업장을 방문하고 진출기업 현지법인장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출장을 계기로 기업은행은 현재 하노이와 호찌민에 운영 중인 2개 지점망을 확대해 주요공단 지점 개설 등 국내 진출 및 현지 기업에 대한 금융 및 서비스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도 지난달 말 중소기업 현장을 찾았다. 권 행장은 “농협은행이 중소기업 성장 지원을 위한 금융 지원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은행의 개인대출 둔화와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의 실적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타개하고 수익성을 키울 기업투자금융(CIB) 사업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다. CIB는 상업은행(CB)과 투자금융(IB)을 합친 말로, 기업금융과 IB 업무를 연계한 사업이다. 지주사가 은행 내 기업금융 관련 부서나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IB조직을 연계, 통합해 수익성을 키우고 사업 다각화하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말 뉴욕 존 F.케네디 국제공항 터미널(JFK New Terminal 1) 재개발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동 주선에 성공한 것도 CIB사업의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주축이 된 칼라일 컨소시엄은 지난 2018년 뉴욕·뉴저지 항만공사가 발주한 JFK 국제공항 내 제1, 2 터미널 통합 및 확장 개발 사업을 2018년 칼라일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칼라일 그룹과 전략적 투자 협약을 맺었고, 이후 국내외 담당 부서가 협업해 투자 기회를 발굴했다.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대출이자 압박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의 ‘기업대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청년층에 대해서는 장래 소득을 반영해 대출 숨통을 터주고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가 늘긴 했지만, 여전히 금리 정책과 DSR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력하다”면서 “금리 부담이 커진 데다 부동산 시장 심리가 얼어붙고 있어 주담대를 중심으로 개인 대출 실적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은행 부문 애널리스트는 “가계대출 가산금리는 작년 말과 올해 초를 기점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지만 기업대출은 성장과 대출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 포트폴리오가 매출 증가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은행들의 연간 순이자이익이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그러나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가계대출 수요가 늘지 않을 경우 하반기 은행들의 마진이 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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