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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신고 환영" 처벌 비웃는 사이버렉커…'뻑가' 가도 '다른 놈'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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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u클린 2022 ②-1] 사라지지 않는 '사이버 렉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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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극중에서 김도윤 배우가 연기한 '화살촉'의 리더. 인터넷 방송을 통한 사이버불링과 사적 제재를 조장한다./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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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고소 진행할게요 … 방금 뭐 겉핥기로 봤는데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들은 저런 사람 싫어합니다 … 상처 받고 용기 내지 못한 사람들을 대표해서 고소할게요" 방탄소년단(BTS) 뷔는 작년 말 팬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무분별하게 비난한 한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해당 채널 운영자는 얼마 후 뷔의 글을 캡쳐하며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이 직접 보는 유일무이한 사이버렉카(사이버렉커) 채널" "홍보해줘서 고맙다"며 오히려 뷔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사이버렉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유튜브에선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사이버렉커 채널이 활개치고 있다. 사이버렉커는 교통사고 시 안전과 법규를 무시하고 빠르게 달려오는 견인차(wrecker)에 빗대 온라인 이슈가 발생하면 재빨리 논란을 짜깁기 하는 영상을 제작해 조회 수를 올리는 이슈 유튜버들을 뜻한다. 특히 이들은 루머의 사실 확인을 도외시할 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의 주관까지 더해 루머를 양산하고 피해자에 대한 비난을 부추기까지 한다.


문제 되면 해명·사과 없이 '삭제'…채널 파고 종목 바꾼다

올해 초 BJ 잼미와 배구선수 김인혁씨가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온라인 상의 집단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이를 조장한 사이버렉커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됐지만, 여전히 개선은 더딘 상황이다. 사이버렉커 채널의 크리에이터들이 물의를 일으키면 해명·사과 없이 문제가 된 콘텐츠만 삭제하거나, 채널 갈아타기, 일정 기간 잠적 후 방송 재개 등으로 활동을 지속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뷔를 조롱했던 채널의 운영자는 소속사의 '법적 대응' 방침이 나온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BTS를 비난하는 내용의 콘텐츠를 공개해 왔다. 또 지난 23일에는 BTS의 다른 멤버 RM의 결혼설을 퍼뜨렸는데, 출처는 재미 한인 커뮤니티의 게시글이 전부였다. 이 운영자는 이전에도 케이팝 아이돌 관련 채널을 운영하다 모종의 이유로 채널을 삭제하고, 현재의 채널을 새로 개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별도 유로 멤버십을 운영하고, 콘텐츠마다 조회 수가 적게는 수십만 회에서 많게는 수백만회에 달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구독자 110만여명에 달하던 유튜브 채널 '뻑가 PPKKa'는 BJ잼미에 대한 사이버불링을 주도했다는 비판이 쇄도하자 관련 영상을 삭제하고, 올 2월부터 업로드를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뻑가와 함께 온라인에서 이른바 '사이버렉커 3대장'으로 불리던 다른 크리에이터는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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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우선 가수 겸 배우 설리를 조롱하는 콘텐츠를 올렸던 '이슈왕TV'는 지금도 거의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쏟아내며 68만여명의 구독자를 자랑하고, '정배우'는 다른 유튜버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사법처리 된 이후 가상화폐 유튜버로 전업해 28만여명의 구독자를 대상으로 방송하고 있다. 이밖에도 구독자 수십만명대의 이슈 유튜브 채널만 해도 유튜브에선 부지기수로 활동 중이다. 일부 '거물' 사이버렉커가 활동을 멈춘다 해도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콘텐츠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게 현실이다.

사이버렉커의 활동 범위도 확대됐다. 과거 연예인을 비롯해 정치인, 스포츠 스타 등 미디어 노출이 많은 공인들이 주요 타깃이었다면, 최근에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되는 사건의 당사자들, 예컨대 음식과 서비스 등에서 불만의 대상이 된 자영업자, 이른바 '페미니즘' 단어를 쓴 연인 등 보통 사람들까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유튜버는 왜곡된 알 권리를 내세워 이들의 신상을 털고, 사이버불링을 조장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정작 사이버렉커 제작자들은 얼굴을 가린 채 목소리 변조와 기계음 등으로 익명에 숨고, 문제가 발생하면 잠적한다. 일종의 사이버렉커 매뉴얼이 된 셈이다.


'공인' 괴롭히던 사이버렉커, 일반인도 타깃…플랫폼·언론 "반성해야"

전문가들이 사이버렉커의 폐해를 낳은 배경으로 우선 지목하는 대상은 플랫폼이다. 유튜브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 선호' '관심 많은 콘텐츠' 등을 재확산시키면서 이용자를 오래 머무르게 해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할 뿐, 추천된 콘텐츠가 개인과 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손희정 교수는 지난 3월 '신문과 방송' 기고에서 "사이버렉커 시장은 돈을 향하는 테크놀로지의 속성과 함께 열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IT 업계의 구매자는 광고회사들이고, 주요 상품은 유저 그 자체"라며 "유저가 무엇을 사기 위해 전자지갑을 열 것인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빅데이터'를 얻기 위해 IT 회사들은 더 많은 유저를, 더 오랜 시간 자신의 플랫폼에 묶어놓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 이를 위해 "매우 치열한 주목경쟁이 시작된다"며 "더 자극적인 이미지와 더 과격한 주장을 생산할 수밖에 없고, 시청자들은 이에 붙들리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사이버렉커 콘텐츠의 '확대 재생산'에 기여하는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로지 못하다.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는 BJ잼미와 김인혁 선수의 비극 이후 발표한 논평에서 "언론은 사이버렉커의 영상을 지속적으로 기사화하며 사이버렉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왔다. 사이버렉커의 영상을 보지 못했던 이들도 이 매체들의 기사를 통해 각종 논란과 루머를 접할 수 있었다"면서 "'언론의 탈'을 쓰고 있음에도 그저 받아쓰기에 급급해 제대로 된 취재 없이 기사를 생산해온 이들에게도 죽음에 대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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