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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증시, 하반기 더 나빠질 수도" WSJ...경기침체·실적악화, 엔·유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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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기업실적 둔화 등의 여파로 올 하반기 주식시장이 더 큰 고통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실적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4월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테슬라 공장에서 자동차들이 조립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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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만에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미국 주식시장을 비롯한 세계 주요 주식시장이 하반기에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이하 현지시간) 경고했다.

그동안 각 투자은행, 전문가들이 잇달아 경고음을 보내도 주식시장 전망에 관해 말을 아껴왔던 WSJ이었지만 이날은 미 국내외 요인들을 열거하며 주식시장 추가 하락을 우려했다.

경기침체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양대 국내 요인 가운데 하나는 경기침체다.

경기침체를 내다보는 이들의 전망은 제 각각이기는 하다. 도이체방크가 고객들을 상대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90%부터 뉴욕연방은행의 예측모델에서 제시된 4.11%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일단 '2개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일반적 기준을 따르자면 미 경제는 올 상반기 이미 침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CNBC에 따르면 실시간으로 국내총생산(GDP) 흐름을 추적하는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에서는 미 경제가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추산됐다.

1일 GDP나우에서는 2·4분기 미 GDP 성장률이 -1%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데이터트렉리서치 공동창업자 니컬러즈 콜라스에 따르면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2011년 GDP나우 경제모델로 성장률을 추산한 이후 지금까지 평균오차는 고작 0.3%p에 불과했다.

미 경제는 1·4분기 -1.6% 성장했다.

미 주식시장은 아직 경기침체 가능성을 제대로 주가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그 폭이 완만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식시장 낙폭이 그동안 컸던 탓에 막상 경기침체가 오더라도 추가 낙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JP모간 전략가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는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고점 대비 저점 폭이 지난 11차례 경기침체기간 평균 26%였다고 지적했다. 올해 이 지수가 20%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경기침체가 닥치더라도 추가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평균치를 기준으로 주식시장은 이미 경기침체를 80%는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실적 둔화
더 큰 문제는 기업실적 둔화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둔화가 겹치면 기업들의 실적 증가세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올들어 S&P500지수가 20%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주로 밸류에이션이 높은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했을 뿐 주가 움직임이 굼뜬 경기순환주는 아직까지는 크게 가격 조정을 받지 않았다.

WSJ은 그러나 지난달 7일 이후 이들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그동안 주가가 낮아 별 변화가 없던 종목들까지 하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주식시장 스타인 석유·가스 업체들도 하강 대열에 합류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예측해 떼돈을 번 투자자로,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헤지펀드매니저 마이클 버리 역시 실적둔화 전망을 이유로 주식시장 하락세가 이제 절반을 지났을 뿐이라는 비관을 내놨다.

CNBC에 따르면 사이언자산운용 설립자인 버리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실적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면서 경기침체로 가격 추가 인상이 어려워지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계속해서 비용압박을 받는 기업들이 결국 실적 악화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실적이 둔화되면 애널리스트들이 앞다퉈 실적전망을 하향조정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실적전망으로 주가를 나눈 값인 주가수익배율(PER)이 오른다. 주가 고평가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주식시장이 또 한 차례 심각한 조정에 빠져들 수 있다.

와타나베 부인의 귀국과 유로존 채무위기
WSJ이 지적한 외부 변수는 일본 엔화 가치 상승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채무위기 위험이다.

우선 전세계 곳곳에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며 자산 가격 상승에 일조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의 종식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은행(BOJ)이 그동안의 저금리 기조를 접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시중금리 상승을 허용하는 것이 신호탄이다. 일본 시중 금리가 올라가는 것을 BOJ가 용인하면 외국의 높은 금리 상품에 투자했던 이른바 엔 캐리트레이드가 위축된다.

일본의 낮은 금리로 인해 외국의 고금리 상품에 투자했던 일본 소액 투자자들이 일본 금리가 오르고, 여기에 더해 엔 가치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 위험까지 높아지면 외국에 투자했던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에 나갔던 '와타나베 부인'이 귀국하는 셈이다.

유로존 채무위기 충격이 시장을 흔들 가능성도 있다.

유로존 채무위기 진앙지 가운데 한 곳이었던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최근 급등하면서 채무위기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 매입을 중단하면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이 다시 오르고 있다. 유로존의 취약한 고리가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2010년 유로존 채무위기 당시에 그랬던 것처럼 독일 등의 반대 속에 ECB의 이탈리아 지원이 너무 늦게, 그리고 지원 규모가 위기를 진정시키에 충분치 않을 정도의 소규모에 그치면 유로존은 결국 남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다시 도미노 채무위기를 맞을 수 있다.

WSJ은 지원이 충분치 않을 경우 이탈리아와 유로존이 올 가을에는 다시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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