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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제값 못 받을 바엔 차라리 자식 준다"…다시 고개 드는 서울 아파트 증여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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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용산세무서 앞 세무사무소에 상속 증여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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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고점인식,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를 거치는 가운데 서울 주요 지역에서 아파트 증여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기산일인 6월 1일 이전에 소유권을 이전하려는 수요와 맞물리며 지난 4월 증여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똘똘한 한 채'를 자녀에게 물려주고 양도소득세 대신 증여세를 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증여는 812건으로 전월(525건) 대비 54.7% 급증했다. 대출규제로 거래가 급감하기 직전인 작년 7월(1286건) 이후 가장 많다. 전체 거래(3508건)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도 23.1%로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작년 3월(24.2%)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다. 전체 아파트 거래 4건중 1건이 증여인 셈이다.

증여가 많은 자치구 순으로 보면 송파구(104건), 서초구(81건), 강남구(63건) 등 강남3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체 거래 건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45%, 25%, 38%로 송파는 증여 비율이 절반에 달한다. 송파구의 경우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 이후 집값에 관망 또는 하향 조정되는 상황이다. 갭투자(집값과 전셋값 차이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가 불가능해 실거주 수요만 있어 올 들어 신고가 대비 몇 억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5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도 83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7월(1286건) 이후 최대치다.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작년 12월 597건 이후 올해 1월 454건, 2월 389건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다 3월과 4월 각각 525건, 812건을 나타내며 반등했다. 전국 증여 건수가 4월 4915건에서 5월 4008건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지역별로는 강남구의 증여 건수(111건)가 전달(63건) 대비 두 배 가깝게 늘었다. 서초구(79건)와 송파구(58건)도 다른 지역에 비해 증여가 많은 편이다.

증여거래가 증가하는 이유는 거래 절벽이 심화해 시세대로 집을 처분하기 어려워지자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1로 지난주(88.8)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1부터 200 사이 숫자로 지수화한 것으로, 100 밑으로 내려가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적은 상태임을 뜻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매수세가 약하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올 들어 계속 약세를 이어오다 3월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반등하는 듯했지만, 지난 5월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 조치 시행 후 다시 꺾이기 시작해 7주 연속 하락 중이다. 세금을 아끼려는 다주택자 중심으로 집을 내놓고 있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는 탓에 거래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매물만 쌓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25일 기준 6만4778건(아실 자료)으로 이는 두 달 전(5만4945건)보다 17.9% 증가한 수치다.

다주택자들이 집값 조정을 증여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주택자는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집을 처분하면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동시에 아낄 수 있는데 4~5월 중 처분하려는 다주택자가 많았지만, 매수 수요가 워낙 급감한 탓에 거래는 안 되고 가격도 내려가자 증여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자산가들은 대체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조정을 받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다시 오를 것이란 생각이 강한 편"이라며 "전세가 끼어있는 집은 자녀가 부담해야 할 증여세가 적은 데다 저가 매도도 원치 않아 집값 조정기를 증여의 기회로 활용하는 다주택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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