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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방충망에 1㎝ ‘짝짓기 벌레’ 덕지덕지…“폭염인데 문도 못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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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수컷 붙어 다니는 ‘사랑벌레’

사람 안 물고 진드기 박멸하는 역할

해충 아니지만 수도권 서북부 출몰

습한 날씨 계속되며 개체 늘어 골치


한겨레

벽에 붙어 있는 사랑벌레의 모습.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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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서대문구와 경기 고양시 등 일부 지역에 ‘사랑벌레(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벌레 개체 수가 증가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자체는 폭증하는 주민들의 민원에 긴급방역에 나섰다.

은평구청은 사랑벌레에 대한 긴급방역을 시행 중이라고 지난 2일 밝혔다. 이 벌레가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 출몰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최근 개체 수가 급증한 이 벌레는 해당 지역에서 자동차 유리창과 상가 유리창, 건물 외벽, 엘리베이터, 지하철 역 내부, 간판 등 곳곳에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역 커뮤니티나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관련 글과 사진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자주 문을 여닫을 수밖에 없는 편의점·상점 등에서도 벌레 퇴치와 사체를 치우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임아무개(27)씨는 “얼마 전부터 베란다에 벌레가 계속 붙어 있어 (집 안으로) 들어올까 봐 환기조차 못시키고 있다. 단지 곳곳이 벌레 천국”이라고 말했다. 은평구 신사동에 사는 강남규(32)씨는 “이틀 전부터 창문에 수십마리가 발견돼서 창문도 못 열고 집에 들어온 것은 청소기로 퇴치하고 있다”며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곤충인지 몸에도 달라붙어서 곤란하다. 승용차에도 많이 붙어 있을까 봐 무서워서 확인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벌레가 출몰하는 지역의 구청과 보건소에는 관련 민원이 며칠 사이 폭증했다.

해당 곤충은 크기가 1cm 가 되지 않으며 파리과에 속한다. 날아다닐 때도 암컷과 수컷이 함께 붙어 다니는 곤충을 보통 ‘사랑벌레’라고 부른다. 외관상 검털파리로 추정되나 전문가들은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은평구청은 “해당 곤충이 3∼4일 동안 짝짓기를 한 뒤 수컷은 바로 죽고, 암컷은 습한 지역에 알을 낳고 죽는다. 독성도 없고 인간은 물지 않아 해충은 아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곤충의 경우 환경적 조건이 맞으면 개체수가 증가하는데, 해당 곤충이 검털파리가 맞는다면 번식하기 좋은 습한 날씨가 번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겸임교수는 “개체수가 증가한 벌레가 검털파리가 맞는다면, 최근 비가 자주 내리는 등 좋은 습도 조건이 번식에 영향을 끼쳤고 개체수가 늘면서 주택가로 유입됐을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서울 은평구청은 ‘사랑벌레(러브버그)’에 대해 긴급 방역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은평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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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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