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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거대 위기가 온다]'R의 공포'가 집어삼킨 韓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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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의 '3중고'에서 비롯된 전세계적인 'R(경기침체, recession)의 공포'가 우리 경제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다. 주요국이 코로나 팬데믹 극복을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을 거둬들이고자 고강도 긴축 정책을 펴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에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급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연이은 대외 여건 악화로 기업의 수출·투자가 줄고 민간 소비까지 위축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신호마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올해 전세계 성장률 3% 안팎…주요 기구, 일제히 전망치 하향=글로벌 경제기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나란히 하향조정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의 봉쇄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가 크게 상승할 것이란 진단에서다.

먼저 OECD는 6월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3.0%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제시한 지표보다 1.5%p 내려간 수치다.

나라별로는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종전의 3.7%보다 1.2%p, 중국은 4.4%로 0.7%p 각각 낮춰 잡았다. 유로존도 2.6%로 작년의 4.3% 대비 1.7%p 하향했다.

반면, 물가는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 중단 시 유럽 내 생산 활동이 차질을 빚고, 물류비도 동반 상승할 수 있어서다. OECD가 제시한 회원국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8.8%다. 1988년(9.8%) 이후 34년 이래 가장 높다.

비슷한 시기 세계은행(WB) 역시 올해 전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크게 끌어내렸다. 1월의 4.1%과 비교했을 때 5개월 만에 1.2%p나 떨어뜨린 셈이다. OECD처럼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국면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등을 두루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세계은행이 바라본 올해 주요국 경제성장률은 미국 2.5%, 중국 4.3%, 유로존 2.5%인데, 연초 대비 각각 1%p 가량 내려갔다.

동시에 세계은행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금융 위기를 맞으면 그 여파가 세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세계은행 측은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면서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높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선 나라별로 가격통제와 보조금, 수출 금지 등 정책을 자제하고 투자 제한을 없애는 것은 물론 지출을 장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플레이션에 소비 둔화"…미국 '침체' 가능성 설왕설래=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분위기도 심상찮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공격적인 긴축 속에도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으면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국면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물가를 잡고자 '빅스텝'(0.5%p 인상)을 넘어서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는데, 미국이 금리를 한 번에 0.75%p를 올린 것은 1994년 이후 28년 만이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1.50∼1.75% 수준으로 급등했다. 연준은 지난 3월 금리를 0.25%p 올린 데 이어, 5월에도 0.5%p 인상하며 대대적인 긴축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현지의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작지만, 그 숫자는 1982년 1월의 6.9% 이후 40년여 만의 최고치다.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는 둔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소비자 지출은 전월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4월의 0.6% 증가에서 0.4%p 떨어진 것은 물론, 올 들어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소비가 뜸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다보니 미국 내에선 과도한 금리 인상이 소비를 약화시키면서 오히려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연준 발표 직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 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12개월 내 경기침체가 올 확률'에 대한 답변 평균치는 44%에 이르렀다.

사실상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GDP 전망을 실시간으로 제시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GDP 나우'는 1일(현지시간) 미국의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을 -2.1%로 예측했다. 미국은 1분기 -1.6%로 6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에 마침표를 찍었는데,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 이론적으로 경기침체에 들어선 것으로 판정된다.

그럼에도 미국은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춰 긴축 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유럽중앙은행(ECB) 콘퍼런스에서 "연준의 과도한 긴축에 리스크가 생기겠지만, 물가 안정에 실패하는 실수를 저지를 순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시장에선 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75%p 올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의 움직임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은 두 나라의 기준금리가 사실상 1.75%로 동일하나, 미국이 앞서나가게 되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韓 "올해 성장률 2.7%…민간소비 회복이 관건"=가장 큰 문제는 주요국이 흔들리면서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우리나라도 타격을 받게 된다는 데 있다.

OECD는 6월 전망에서 한국의 성장률을 3.0%, 물가상승률을 4.8%로 제시했다. 작년 12월의 전망치보다 성장률은 1.5%p 내렸으나, 물가상승률은 2.7%p 높였다.

특히 OECD가 점친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4.0%) 등의 전망치를 상회한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우리 정부의 시각은 그보다 더 보수적이다. 한국은행은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0.3%p 낮추고 물가상승률을 4.5%로 1.4%p 상향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지난달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올해 성장률을 2.6%, 물가상승률을 4.7%로 내다봤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차질 심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물가상승압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미 1분기 실질 GDP 성장률(0.6%)이 속보치보다 0.1%p 내려가면서 올해 목표인 2.6~2.7%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관건은 민간 소비가 얼마나 받쳐주느냐다. 한국은행은 5월 경제전망 자료에서 "중국 봉쇄조치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여건 악화가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방역조치 완화, 소득여건 개선 등에 힘입어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면서비스 소비와 국외소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재화 소비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향후 물가와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이 점차 늘어나겠으나,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 지원정책과 코로나 위기 이후 축적된 가계의 구매력이 소비 회복을 뒷받침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실업률은 20년래 최저…소비 회복 버팀목=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의 고용 지표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5월 실업률은 2.7%로 2013년의 3.0% 이후 가장 낮았다. 산업 전반이 코로나 팬데믹에서 극복하는 가운데 취업 취약 계층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직접 일자리 사업'이 1월부터 조기 집행된 결과로 보인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미국 3.6%, 유로존 6.6%, 중국 5.9% 등 과거와 비교해 낮은 수준의 실업률을 보였다.

즉, 물가가 크게 오르고 경기도 빠르게 둔화하고 있지만, 1인당 소득 규모는 꺾이지 않으면서 구매력 또한 유지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라별 긴축 정책이 한층 가속화하면 실업률이 소폭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진 경기침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이란 인식이 앞선다.

한국은행 측은 "취업자수가 올해와 내년 중 각 58만명, 12만명 증가할 전망"이라며 "서비스업 취업자수가 방역조치 완화 등에 힘입어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점차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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