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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새 시즌도, 월드컵도 다시 '0'에서 시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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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손흥민이 4일 서울 마포구 아디다스 홍대 브랜드센터에서 열린 `손 커밍 데이` 행사에 나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이승환 기자]


전설적인 감독 리뉘스 미헬스는 "우승은 어제 내린 눈일 뿐"이라는 말로 스포츠에서 과거의 성과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게도 다를 것은 없었다. 손흥민은 "다음 시즌은 다시 0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며 EPL 새 시즌과 2022 카타르월드컵에 대한 각오를 불태웠다.

손흥민은 4일 아디다스 홍대 브랜드센터에서 열린 '손 커밍 데이' 행사에 참여해 지난 시즌을 마친 소감과 다가올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의 득점왕보다도 "소속팀의 챔피언스리그 진출과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확정"을 지난 시즌 제일 기쁜 일로 꼽은 그는 자신의 센추리클럽 가입에 대해서도 "102경기를 뛰었지만 어릴 때부터 대표팀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면서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하나하나 기억에 남았지만 아무래도 지성이 형(박지성)과 방을 같이 쓰면서 대표팀 시작을 만들어준 첫 경기 시리아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자타공인 커리어 최고 시즌을 보냈다.

시즌이 끝난 뒤 영국 런던에 손흥민 특유의 사진을 찍는 포즈의 골 세리머니 모습을 그린 벽화가 생길 정도로 한국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벽화 얘기가 나오자 손흥민은 "잠결에 누가 사진을 보내줘서 그 벽화를 봤다"며 "구단 쪽에서 들은 얘기로는 그 벽화를 그린 분이 원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팬인데 아들이 제 팬이어서 그렸다고 하더라. 런던 라이벌 팀 팬에게 사랑받는 것은 골든부츠를 받는 것보다 어려운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하며 웃었다.

1차 목표였던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이어 득점왕까지 차지한 과정은 또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다.

손흥민은 "득점왕을 받은 것도 행복했지만 팀 동료, 친구들이 어떻게 보면 남의 일인데 자기 일처럼 좋아해주는 것을 보며 외국에 나와서 내가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기뻤다"고 말했다.

마지막 라운드였던 노리치 시티전에서 전반을 2대0으로 마치고도 득점이 없다가 후반전에 2골을 몰아넣으며 득점왕을 확정한 상황을 돌아본 손흥민은 "사실 전반전에 멘탈이 나갈 뻔했는데 오직 챔피언스리그에만 집중하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님도 하프타임에 '쏘니 득점왕 도와주라'고 말하셨고, 교체로 들어온 루카스 모라, 스테번 베르흐베인 등도 들어올 때마다 '널 득점왕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하더라"며 "어떻게 보면 저랑 경쟁하는 친구들이고 저 때문에 경기를 못 뛸 때도 있는데 그런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특히 동료 중 에릭 다이어는 한 달 전부터 "골든부츠는 네 것"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손흥민은 "사실은 저도 처음에는 차이가 많이 났으니까 '무슨 골든부츠냐'고 답했지만 가까워지니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미소도 잠시였다. "지난 시즌은 없어지는 것, 다시 0에서 시작"이라고 단언한 손흥민은 새 시즌에 대해서는 "일상에서는 욕심이 없는데 운동장에서는 이기적일 정도로 욕심이 많다. 목표를 세워두고 일찍 달성하면 스스로 느슨해지는 일을 경험했기에 잘한 경기에서도 부족한 점을 찾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스스로에게 약이 된다"고 말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항상 자신의 경기들을 다시 틀어보고 부족한 부분을 찾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음주 팀K리그와 토트넘 간 친선전을 통해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하는 손흥민은 "함부르크와 레버쿠젠 시절에도 한국에 왔는데 이번에 대표팀이 아닌 토트넘의 손흥민을 보여드릴 좋은 기회다. 팀원들이 맛있는 곳에 데려가라고 해서 그게 걱정"이라고 말하며 다시 웃었다.

또 화제가 됐던 '월드클래스' 논란을 두고 손흥민은 "저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월드클래스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드릴 말씀이 따로 없다"며 "진짜 월드클래스에게는 이런 논쟁이 펼쳐지지 않는다. 이런 논쟁이 있다는 것은 아직도 올라갈 공간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가장 큰일인 월드컵은 일단 최선을 다하되 즐기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번 월드컵이 시즌 중에 치르는 월드컵이라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포르투갈이든 우루과이, 가나든 모두 똑같다"고 말한 손흥민은 "지금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보여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대로 주장으로 월드컵에 가게 되면 선수들에게 그냥 그 무대를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4년에 한 번씩 오는 기회를 부담과 무게감 때문에 놓치지 말고 운동장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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