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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박용택 후배들에게 일침? “우승 한번 못하고 은퇴하는 게 얼마나 아쉬운지 선수 땐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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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은퇴·영구결번식 앞두고 기자회견서 소회 토로

“‘19년간 하면서 우승을 한번도 못한 게 말이 돼’라는 생각도”

“유한준은 은퇴 시즌에 첫우승. 너무너무 부럽고, 아쉬운 마음이 컸다”

“LG 단장님께 '이번 시즌 우승하면 반지는 달라'고 이야기해놨다” 너스레도

세계일보

박용택 KBSN 스포츠 해설위원(43)이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야구장에서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종료 후 열린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 무대에 나서 고별사를 하다 울먹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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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한번도 못하고 은퇴하는 게 얼마나 아쉬운지 선수 때는 잘 모를 거다. ‘19년간 하면서 우승을 단 한번도 못한 게 말이 돼’라는 생각이 있다.”

박용택 KBSN 해설위원은 지난 3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대뜸 이렇게 답했다.

박 위원은 이날 경기 후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치렀는데, 그는 2002년 KBO 리그에 입성해 줄곧 ‘줄무늬 유니폼’만 고집한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팀은 앞서 1990년과 94년 이후 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해 그는 한번도 우승 반지를 껴본 경험이 없다.

박 위원은 이 자리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한 박경수가 지난 시즌 뛴 KT 위즈의 우승을 언급하면서 “유한준은 은퇴 시즌에 첫우승을 했다”며 “너무너무 부럽고, 아쉬운 마음이 컸다”고도 했다.

박 위원은 이날 특별 엔트리를 통해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직접 시구를 한 뒤 좌익수로 이동했다 심판의 ‘플레이볼’ 선언과 동시에 후배 김현수와 교체됐다.

박 위원은 “특별 엔트리 때문에 하루 등록이 되지 않나”라며 “단장님께는 그 전부터 ‘연봉은 안 받겠다. 우승하면 반지는 달라’고 이야기해놨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우승 못 한 한도 드러냈다.

‘해설위원으로 올해 LG가 우승 반지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먼저 “(LG는) 확실히 강하다”며 “세다”라고 자평했다.

이어 “그런데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조금 더 세다”며 “3강 구도가 깨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만 대답했다.

다음은 박 위원과의 일문일답.

-은퇴식 소감은.

“아무 감흥 없을 줄 알았는데 어제 잠이 안 와서 새벽 4시쯤 잠깐 잠들었다가 왔다. 잘생긴 얼굴인데 오늘 영 컨디션이 아니다.(웃음)”

-경기 전 사인회를 했는데.

“오후 12시30분부터 여기저기서 사인을 했다. 팬들이 ‘19년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시는데 계속 울컥울컥 올라오더라. 지금까지 한 500장 정도 한 것 같은데, 은퇴식 행사 끝나고 무제한 사인회를 하려고 한다.”

-리허설 때 좌익수 자리에서 오래 서성이던데.

“오늘도 3번 좌익수로 나가서 잔디라도 뽑고 나와야 하나 싶더라. 아무래도 내가 가장 오래 서 있던 곳이니까 여러 생각이 들더라.”

-류지현 감독에게 한타석 소화하고 싶다고 했다는데.

“(롯데 선발) 글렌 스파크맨 정도면 충분히 칠 수 있다. 찰리 반즈였으면 치라고 해도 안 친다. 지금 제 컨디션이면 충분하다.”

-오늘 경기에 앞서 후배들에게 한 말이 있나.

“(오늘 선발인) 임찬규는 야구인생 마지막인 것처럼 던지겠다고 했다. 믿어봐야지. (해설위원인) 내가 유일하게 LG를 응원할 수 있는 날이라고 했다.”

-박용택은 어떤 선수였다.

“KBO 리그에서 가장 편한 야구 선수. 내가 못하면 언제든 욕해도 되고, 잘할 때는 어떤 선수보다 응원을 많이 해주고, 사랑을 많이 받았던 선수다. 내가 김용수 선배, 이병규형에 이어 LG 세번째 영구 결번이다. 김용수 선배는 전설 같은 느낌이고, 병규형은 거리감 있는 슈퍼스타, 히어로다. 나는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선수였던 것 같다.”

-영구 결번이 된 소감은.

“꿈을 이뤘다. 중간중간 좋은 선택을 잘했던 것 같다. LG에 들어와서 꿈꾼 게 아니라 야구하면서부터 가졌던 꿈이다. 김용수 선배가 영구 결번이 될 때는 ‘나도 저거 꼭 하고 싶다’고 했고, 병규형이 할 때는 꿈이 아니라 진짜 확실한 목표가 됐다.”

-류지현 감독의 말로는 신인 때 마무리 캠프 후 계약금이 올랐다던데.

“팩트다. 전무후무한 신인 계약이다. 친구들이 KIA 타이거즈에서 코치를 하는 김민우 등이었다. (김민우는) 3억4000만원을 받았고 서승화는 5억원이었다. 나와 함께 들어온 고졸 신인 김강은 3억원을 받았다. 난 2억3000만원을 준다고 했다. 신인인데 협상을 10번은 했고, 이 돈 받고는 안 한다고 했다. 마무리 캠프 후 (당시) 김성근 감독에게 주전급 평가받으면 올려준다고 하더라. 마무리 캠프를 정말 말도 안 되게 했다. 한달 반 정도 동안 하루 쉬었다. 김 감독님이 12월 제주도에서 연습하다가 불러 ‘왜 계약 안 하느냐고’고 하셨는데 그때 감독님이 나를 재미난 아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이후 스카우트가 (제주로) 내려와서 7000만원을 올려줬다.”

-지도자로 현장에 돌아올 계획은.

“어떤 것이 됐든 야구인으로 평생 살 거다. 내가 어떤 걸 하고 싶다보다 나를 어디서 필요로 하는지가 중요하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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