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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삼성 vs 미래, 피 말리는 ETF 전쟁…아슬아슬 1위 삼성, 해외 M&A로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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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이 라이벌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턱밑까지 따라잡혔다. 삼성 측은 외부 인재 영입과 글로벌 운용사 M&A로 공세의 고삐를 죌 계획이다. 사진은 서초 삼성 사옥.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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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는 특정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을 거의 그대로 복제해 지수 등락률만큼 좇는다는 의미에서 수동적(Passive)이다. 액티브 주식형 펀드 대비 투자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보수가 낮다. 기업 이익을 P와 Q의 함수로 본다면, ETF는 펀드 보수(P)가 낮아 점유율(Q)을 늘리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런 ETF 시장 부동의 2강, 삼성자산운용(이하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운용) 간 피 말리는 점유율 경쟁이 2라운드로 접어든 분위기다. 당초 부동의 1위였던 삼성운용이 테마형 ETF를 앞세운 미래에셋운용의 맹추격에 쫓기는 형국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삼성증권 출신 서봉균 사장 부임 이후 삼성운용은 외부 인재 영입과 해외 운용사 인수합병(M&A)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며 2위 미래에셋운용과 격차를 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점유율 추이를 보면, 삼성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단단히 상했다. 지난 6월 순자산가치 기준 시장점유율은 삼성운용 42%, 미래에셋운용 38%로 양 사 간 격차가 4%까지 좁혀졌다. 시장점유율 1등의 기준점이라 할 수 있는 ‘51%’ 선은 진작 무너진 상황이다.

삼성운용은 활발한 외부 인재 수혈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그동안 삼성운용은 내부 출신을 주로 기용하는 등 인력 운영이 폐쇄적이라는 우려가 많았으나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운용은 홍콩 릭소자산운용에서 ETF를 담당하던 김영준 헤드를 영입했다. 김영준 헤드는 우리자산운용 등을 거친 뒤 릭소자산운용에서 한국 영업을 총괄해왔다. 삼성운용은 지난해부터 순혈주의를 지양하고 유능한 외부 인력을 적극 영입 중이다. 지난해 NH투자증권에서 인덱스 사업을 주도하던 최창규 본부장을 비롯해 한화자산운용에서 ETF 운용을 도맡던 젊고 유능한 매니저를 줄줄이 데려왔다.

‘방어’에서 ‘공격’으로의 변화는 골드만삭스와 삼성증권 S&T부문장 등을 거친 서봉균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초 삼성운용에서는 전통적으로 삼성생명 입김이 셌는데, 최근에는 운용 쪽에서 생명 출신들이 별다른 성과를 못 내면서 증권 출신들이 실권을 쥐는 분위기”라며 “서 사장 역시 세일즈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공격적인 성향인데, 사장 부임 이후 미래에셋운용에 ETF 점유율이 밀린다는 식의 기사 노출이 잦은 것을 보고 인적 쇄신에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두 운용사 간 ‘전선(戰線)’은 해외로 확장 중이다. 삼성운용은 걸출한 브랜드 파워를 무기로 국내에서 위험 회피 성향이 짙은 보수적인 투자자를 불러 모아 ETF 시장 외연을 크게 확장했지만 국내 기반 상품만으로는 점유율을 늘리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 선발자 이점이 큰 ETF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미래에셋운용이 ‘Q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는 과정에서도 다채로운 글로벌 상품 덕을 봤다. 실제 해외주식형 ETF는 미래에셋운용의 핵심 강점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운용은 ‘타이거(TIGER)’ 브랜드를 앞세워 상품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짰다. 대표 지수를 좇는 ETF뿐 아니라 기술 기반 해외 혁신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테마형 ETF를 대거 늘렸고 이 전략이 주효했다. 현재 미래에셋운용은 미국, 캐나다, 홍콩 등 9개국 시장에서 ETF를 운용 중이다. 미래에셋운용은 또 2011년 국내 최초로 홍콩증권거래소에 ETF를 상장했다. 같은 해 캐나다 ETF 운용사 ‘호라이즌(Horizons) ETFs’ 인수에 이어 2018년 미국 ETF 운용사 ‘Global X(글로벌엑스)’를 인수하는 등 해외 ETF 운용사 투자로도 존재감을 키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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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략 속도 내는 삼성

▷블록체인 ETF 亞 최초 상장

삼성운용도 해외 ETF 시장에서 선제적 인수합병에 나서며 상품 네트워크를 확장 중이다. 최근 삼성운용은 미국 ETF 전문 운용사인 앰플리파이(Amplify)에 지분 20%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운용은 앰플리파이 2대 주주에 올랐다. 2014년 10월에 설립된 앰플리파이는 현재 운용자산(AUM) 규모가 5조원이 넘는 ETF 특화 운용사다. 블록체인 ETF인 BLOK와 고배당인컴 ETF인 DIVO 등으로 국내 ‘서학개미’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지분 투자 이후 삼성운용은 앰플리파이 ETF의 독점권을 확보해 상품 개발 역량을 차별화할 발판을 마련했다. 덕분에 삼성운용은 홍콩법인에서 아시아 최초로 블록체인 ETF를 상장시키는 성과를 냈다. 지난 6월 23일 삼성운용이 홍콩 시장에 상장한 ‘삼성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ETF’는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과 블록체인 기술 관련 ETF, 가상자산 ETF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국 앰플리파이가 뉴욕거래소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장한 블록체인 ETF인 BLOK와 동일하게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투자 종목은 블록체인 기술에 활발히 투자하는 기업, 블록체인 기술로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 등 주요 블록체인 관련주다. 현재 포트폴리오 상위 기업은 미국 CME그룹, 글로벌 IT 기업 IBM, 가상자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일본 IT 대기업 GMO인터넷 등이다.

이뿐 아니라, 국내 ETF 라인업 또한 글로벌 상품을 집중적으로 포진시키는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상장된 ETF를 보면 미국메타버스나스닥, 나스닥100레버리지·선물인버스, 미국ETF산업TOP10, 차이나메타버스, 미국클린에너지나스닥, 차이나2차전지, 차이나과창판STAR50 등 주요 주식형 ETF는 모두 글로벌 상품으로 구색을 갖췄다.

미래에셋운용도 해외 운용사 추가 투자로 맞불을 놓는 중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6월 15일 호주 ETF 운용사 ‘ETF시큐리티스(ETF Securities)’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운용의 미국 ETF 운용 자회사인 글로벌엑스도 이번 인수에 참여했다. 미래에셋운용 자회사인 미래에셋ETF홀딩스가 호주 운용사 지분 55%를, 글로벌X가 45%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자회사가 또 다른 해외 ETF 운용사 인수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설립된 ETF시큐리티스는 현재 21개 ETF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운용 규모는 약 4조3000억원으로 호주 7위 운용사다. 김영환 미래에셋운용자산운용 글로벌혁신부문대표 부사장은 “ETF시큐리티스는 미래에셋운용과 글로벌X의 투자 철학을 공유하면서 호주 ETF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운용은 상대적으로 테마형 ETF와 해외 상품 구색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서 사장 취임 이후 생명과 호흡을 맞춰 추가 M&A 대상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삼성금융그룹은 특유의 보수적인 기조로 의사 결정이 무척 느렸으나 적어도 운용 부문에서는 서 사장에게 상당 부분 권한을 부여한 만큼 속도감 있는 M&A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촌평했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6호 (2022.07.06~2022.07.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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