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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물가와 GDP

물가도 더위 먹었다, 상추·오이값 1주새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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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듯 뛰는 물가가 무더위를 만나 더욱 치솟고 있다. 최근 고물가를 견인하는 기름값은 당분간 ‘상수’로 자리 잡고, 갑자기 찾아온 폭염이 먹거리 가격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계청은 오늘(5일)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라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8월(5.6%)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당국은 6월 상승률이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석유류와 개인서비스 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물가가 더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를 돌파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주도하는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5월 전체 물가상승률도 전체(5.4%)의 1.5%포인트를 석유류가 끌어올렸다. 문제는 앞으로다. 당장 장마와 더위가 시작되면서 주요 채소류를 비롯한 밥상 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급격한 채소 가격 오름세는 발표를 앞둔 통계청 통계에는 반영되지도 않는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 일부 채소 가격은 일주일 새 2배 넘게 뛰었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보면 전국 도매시장 상추 평균 가격은 4㎏당 6만5660원(적상추 기준)으로 평년(1만8861원)보다 248.1% 상승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까지만 해도 같은 무게 상추 가격은 2만9760원으로 2만원대에 머물렀다.

오이 역시 대표적으로 가격이 오른 품목이다. 오이의 전국 평균 도매가격은 10㎏당 5만6150원으로 평년(1만8083원) 대비 210.5% 상승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104.2% 올랐다. 애호박(143.8%)·시금치(135.3%)·양파(122.4%) 등도 평년 대비 도매가격이 급등했다.

김원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 원예실장은 “엽채소는 특히 기상 여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6월 하순부터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많았고 기온이 높아 생산·출하량이 줄었다”며 “올 초 가뭄이 지속돼 작물이 튼튼하지 못한 상태에서 장마가 드니 평년보다 공급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장마가 지나면 상대적으로 고온에 강한 오이·호박 등 작물 가격은 안정을 되찾을 전망이다.

7~8월 물가는 더 무서울 수 있다는 예측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인상된 전기·가스요금도 물가에 반영돼 상승률을 높인다. 8월엔 평소보다 이른 추석(9월 10일)을 앞두고 소비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휴가철 수요까지 겹치며 물가 상승 압력을 더 자극한다.

인상된 공공요금 이달 반영, 여름 물가 더 오를듯

늦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까지도 고물가를 견뎌야 한다는 의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에 올 하반기 상승률이 낮아질 수는 있는데, 국제 곡물 가격이나 원자재 가격 등 수입물가가 높아 물가 부담은 클 전망”이라며 “여기에 하반기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면 물가와 관련한 사회적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는 공급망 차질이 생산 물량보다는 비용 측면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생산자가 제품을 만드는 데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만큼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특징 및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공급망 차질은 생산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는 대신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상반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봉쇄 조치가 취해진 반면, 최근에는 중국 등 일부 지역에만 봉쇄 조치가 진행되며 생산 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수요가 급감하며 생산 차질이 빚어져도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수요 회복이 이어지는 와중에, 지정학적 리스크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4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물가 등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비상 상황인 만큼, 민생경제 안정을 국정의 최우선 순서에 두고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임성빈 기자, 안효성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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