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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bhc, 튀김유 공급가 60% 인상... 가맹점주 '눈물'로 튀기는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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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올레산 해바라기유 한 통에 5만 원씩 올려
bhc "'우크라 전쟁' 이유로 불가피" 강조했지만
경쟁사·동종업계보다 가격 인상 폭 월등히 커
업계 "수급 안정화 분위기에 인상 과도해" 비판
농식품부 "가격 인상 과해… 적정 가격 여부 볼 것"
한국일보

서울 시내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치킨이 튀겨지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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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한 통을 거의 15만 원 주고 사왔어요. 길 건너편 가게에선 거의 똑같은 기름을 7만4,800원에 사와요. 그러니 속이 안 터지겠어요?”

4일 찾은 서울시내 한 bhc 가맹점 주인은 기름통을 쾅쾅 내리치며 말했다. 그가 언급한 길 건너편 가게는 베이커리 브랜드였다. 이곳 역시 bhc와 같은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를 사용하지만, 본사에서 절반 가격에 사온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bhc와 같은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를 사용하는 SPC본사의 파리바게뜨 가맹점 판매 가격. 4일에도 부가세를 포함해 7만4,8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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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프랜차이즈 bhc 본사가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가격을 한번에 60.1% 인상해 가맹점에 판매하자, 점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본사는 국제 식량 원자잿값 급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bhc 본사의 가격 인상률은 ①치킨업계와 비교해도 ②같은 해바라기유를 사용하는 업계와 비교해도 이례적 수준이다.

bhc 본사, ‘우크라 전쟁’ 이유로 60% 인상

한국일보

bhc 본사가 30일 가맹점주들에게 공지한 내용. 가격 조정안은 7월 1일부터 적용됐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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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bhc 본사는 1일부터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가격을 61% 올린 14만6,025원에 가맹점에 팔고 있다. 본사에선 그간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한 통(15㎏)을 9만750원(부가세 포함)에 가맹점에 공급해왔는데, 하루 전날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해바라기유는 bhc 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해야 하는 ‘필수 품목’이라, 가맹점은 다른 곳에선 구매할 수 없다.

bhc 본사는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격 인상 이유로 꼽았다. 전 세계 해바라기유 수출량의 60%가 우크라이나에서 나오는데, 이번 전쟁으로 출하량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bhc 본사 설명처럼 해바라기유의 국제 가격이 인상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bhc 전용유와 품질 차이가 없는 SPC(식용유 공급사:삼양사) 등 다른 회사들은 가맹점 공급 가격을 크게 조정하지 않고 있다. 대두유, 카놀라유, 올리브유를 튀김유로 사용하는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인상률(15~33%)과 비교해도 bhc 본사의 인상률은 월등히 높은 편이다.

5월에는 “인상 계획 없다”더니... 수급 안정화 뒤 인상?

한국일보

bhc는 전용 튀김유로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를 사용한다. 보통 15㎏ 기름 한 통에 치킨 60마리를 튀긴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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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bhc 본사의 해바라기유 가격 인상률이 과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수입처 다변화로 최근에는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푸드 농심 오뚜기 CJ제일제당 사조대림 등 식용유 공급사 5곳은 농림축산식품부가 5월 18일 개최한 ‘식용유 수급 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현재 시점에서 식용유 공급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 해바라기유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는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등 대체 공급선을 확보 중”이라고 밝혔다.

식용유업계 관계자는 “스페인산은 우크라이나산에 비해 1.5배 정도 비싼 편이었는데, 최근 둘 다 가격이 급등해 차이가 없어졌다”며 “스페인산 수입가는 올해 3월 1㎏당 3.8~4유로(15㎏ 환산 시 약 8만 원) 수준으로 잠시 올랐고 최근에는 2.7~3유로(15㎏ 환산 시 약 6만 원)로 내려온 상황”이라고 전했다.

bhc 전용 튀김유를 제작하는 롯데푸드 관계자도 “수입 비중이 가장 높았던 우크라이나산 수입을 중단했고,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산 비중을 늘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가격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가맹점주 “‘원부자재 가격 인상’ 이중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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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bhc의 가맹사업법 위반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을 진행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bhc본사가 기성품 튀김유(고올레인산 해바라기유)를 공급하면서, 가맹점주가 그 품질에 준하는 튀김유를 시중에서 직접 구입 가능함에도 불합리하게 고가로 매입하도록 강제했다며 가맹사업법상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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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 후폭풍이 bhc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이중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원자재들이 본사가 정한 가격대로 사야하는 '구매 강제품'인 데다가, 가맹점주들은 B2B(기업 간 거래) 거래로 취급돼 정부 가격 안정 조치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본사와 점주를 연결해주는 한 가맹거래사는 “본사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중보다 저렴하게 가맹점에 필수 재료를 판매하는데, bhc는 특별한 제조비법이 들어갔다며 유통 마진을 과하게 붙이고 있다”며 “본사가 가격을 많이 올려도 구매 필수품이기 때문에 가맹점은 찍소리도 못하고 사야만 한다”고 말했다. bhc는 시중 제품과 품질 차이가 없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를 가맹점에 비싸게 강매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된 상태다. bhc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2.2%에 달해, 외식업계 평균(10%)보다 훨씬 높았으며, 당기순이익도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EU 무역협정에 따라 무관세율을 적용받는 스페인산 해바라기유 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지난달 22일 통과된 ‘할당관세 개정안’에 따라 아르헨티나산도 관세 부담이 사라져 가격 인상 요인이 줄어들었다”며 “가격을 60%나 올린 것은 심한 것 같아, 본사가 적정한 가격에 가맹점에 물품을 공급하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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