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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美 오른 날, 왜 우리만 떨어져?"…韓 증시 더 빠진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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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한국·대만·인도 등 신흥국 증시 분석해보니…

올 2분기 亞 7개국서 총 400억달러 순유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2배 많은 규모,

반도체 등 기술주 중심 한국·대만 매도세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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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며 장중 2300선이 붕괴되고 있다. 2022.7.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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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이미 대규모 투자금이 빠져나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3개월간 외국인들의 순매도 규모가 400억달러(52조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약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올 2분기 한국·대만·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 등 아시아 7개국의 글로벌 펀드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를 분석한 결과 총 400억달러의 자금이 이들 국가 금융시장에서 유출됐다고 전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3개월(9~11월)간 한국 등 아시아 7개국에서 빠져나간 220억달러(28조6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돈줄을 조여 신흥국에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발생했던 2013년 6~8월(180억달러·23조3600억원),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정점을 찍었던 2018년 10~12월(150억달러·19조4700억원) 당시 유출됐던 금액도 초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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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아시아 신흥국 7개국 주식 순매도 추이. 올 2분기 아시아 7개국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금은 총 400억달러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2배에 달했다. /그래픽=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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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로는 대만에서 170억달러(22조원), 인도에서 150억달러(19조4300억원), 한국에서 96억달러(12조4400억원) 등이 각각 빠져 나갔다. 특히 한국과 대만 증시의 경우 반도체 등 기술주 비중이 큰데 전 세계적으로 기술주 거품이 빠진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수출 중심 경제인 한국과 대만 주식에 대한 매도세가 특히 강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일본 엔화 약세가 한국과 대만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투자회사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캘빈 장 펀드매니저는 "한국과 대만의 경우 일본과 수출 상품군이 비슷해 엔저가 장기화하면 결국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이 때문에 증시까지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도에서도 외국인 매도가 잇따랐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태국 증시에는 작은 규모지만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美 금리 올리자 亞서 손터는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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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6월 15일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7월에도 0.50% 혹은 0.75% 포인트 인상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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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신흥국 자본시장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간 배경에는 어두운 세계 경제 전망이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으려고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투자자들이 고위험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것이다. 미국까지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 중국의 공급망 차질 우려 등도 외국인들의 아시아 증시 매도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그룹 줄리어스베어의 마크 매튜스 아시아태평양조사부문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시아 신흥국에서 주식을 팔아 치우는 것은 해당국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라며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이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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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김영훈 기자 = 13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있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6월 1~10일 수출이 151억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했다. 수입은 같은 기간 211억 달러로 17.5% 늘어, 무역수지는 6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2.6.1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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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시아 신흥국에서 추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회사 애버딘의 푸룩사 이암통통 선임투자책임자는 "투자가들이 수출 중심 경제와 고평가된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계속 조심스러워할 수밖에 없다"며 "세계 주요국들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만큼 기술주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채권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DBS그룹의 던컨 탄 투자전략가는 "아시아와 미국 간 금리 차이가 줄었고 신흥국들의 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올 하반기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 이탈이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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