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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구글러의 도전…"느릴 순 있어도 늦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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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로이스 김(정김경숙)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


50세는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라고 해서 지천명(知天命)이라고 부른다. 하늘이 부여한 원리를 깨칠 수 있는 나이지만,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머뭇거릴 수 있는 나이다. 하지만 혁신의 심장 실리콘밸리에는 이러한 관념을 깬 인물들이 있다. 그 중 한명이 로이스 김(정김경숙)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다. 토종 한국인으로 지천명 나이에 구글 본사에 도전해 본사 누글러(구글 신입사원)가 됐다. 그런 그가 지치고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위해 멘토로서 자서전적 노하우를 엮은 책을 냈다. 바로 웅진지식하우스에서 펴낸 <계속 가봅시다 남는게 체력인데: 50대 구글 디렉터의 지치지 않고 인생을 키우는 기술>이다.

책은 커리어를 일구는 방법, 청년들을 위해 번아웃을 극복하는 방안, 워킹맘으로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방법 등을 경험담을 통해 풀어간다. 로이스 김 디렉터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에서 매일경제 특파원과 만나 "구글 본사 직에 도전한 것이 나이 쉰이었다"면서 "긴 호흡으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인 체력·공부·실행 노하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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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김 디렉터가 작성한 `계속 가봅시다 남는게 체력인데`


― 책을 낸 계기가 궁금하네요.

▷쉰이 됐지만, 새롭게 시작한 커리어 여정에 대해 나누고자 썼어요. 지금 제 아이가 취업준비생이 됐는데요. 지금은 어렵더라도 기본적인 꾸준함에 대해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특히 낯선 곳에서, 낯선 언어로, 낯선 사람들과 어떻게 일하는지, 그리고 커리어 확장을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알려주고 싶었죠. 또 번아웃(무기력함)과 보어아웃(열정의 상실)사이에 있는 직장인들에게 실질적인 팁과 응원을 주고 싶었습니다.

― 이력을 보니 학위가 6개네요. (연세대 독어독문학사, 네브라스카대 MBA, 연세대 언론홍보 석사, 경희대 MBA 이비즈니스, 서울대 정책학 석사수료, 서울과기대 디지털문화정책 박사)

▷ 박사 학위는 아직 다 밟지 못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이랜드에 들어가서 일하다 유학길에 오른 남편을 따라 같이 미국에 오게됐어요. 그러면서 무엇인가 새롭게 해보고자 5학기를 1년 만에 마치는 네브라스카대 MBA에 도전하게 됐는데요. 이전 직장에서 기획팀에서 근무하면서 일이 재미있었는데 그래서 공부를 더 하고 싶었어요. 전 항상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도전할 때 학교에서 공부를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위가 늘었네요. (웃음)

― 적극적인 성격이신가 봐요

▷결코 아니네요. MBA 도전한 것은 공부도 중요했지만 성격도 바꿔보고 싶었어요. 수줍어한 성격이었는데 대학원에 가서는 급우들한테 일부러 말도 붙여보고 이벤트도 직접 열고 하면서 외향적으로 바꾸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 이후에 한국에 돌아오신 것이죠?

▷ 네. 남편과 미국에서 4년간 있다가 1995년도에 귀국을 했어요. 귀국하면서 모토로라에 입사를 했고 마케팅 담당으로 근무를 했어요. 스타텍이라는 피처폰이 인기가 있었을 때였고요. 그 이후 릴리라는 제약사로 이직을 했어요. 당시 릴리 제약사는 약학과를 졸업한 사람을 주로 브랜드 매니저로 채용을 했는데 문과생 졸업생으로 브랜드 매니저 자리에 도전했습니다. 그 후에 시알리스가 1년 만에 1위를 하게 됐고요.

― 구글 코리아에는 어떻게 입사를 하셨나요.

▷ 지인이 PR임원을 뽑는데 지원을 해보라고 했어요. 당시에는 구글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었는데요. 검색 엔진 업체라고만 들었는데, 주변에서 무조건 지망을 해보라고 해서 지망을 하게 됐고요.

― 구글 코리아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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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김(정김경숙)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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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이라는 것이 정보의 바다인데요. 검색 엔진이 단순히 파워풀하기만 해도 되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했던 것이 인터넷 개방성 포럼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그때 한국의 인터넷은 모든 것이 전부 한국형이라 매우 고립돼 있었고요. 액티브엑스 공인인증서 등 상당한 장벽이 있었었죠. 학교나 정부 기관들은 홈페이지를 다양한 외국어 지원도 하도록 만들어놓고 정작 국내외 검색엔진들이 검색하지 못하도록 막아놓기도 했었죠.

― 캠페인을 몇 년간 하셨나요.

▷ 7년 이상 한 것 같아요. 당장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것 보다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회사에서도 충분히 이해해 지원을 잘해줬어요. 그 후에는 우리나라 웹페이지들이 검색을 해도 잘 나오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블로그를 포함한 많은 한국어 콘텐츠들이 국내 포털에만 검색이 되는 '가두리 양식' 이었는데, 점차 열린 인터넷 생태계가 국내에도 형성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 구글은 전문 검색 엔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었는데요.

▷ 네 맞아요. 학습할 때 나 공부를 할 때 검색은 구글이다라는 PR을 진행했었어요. 실제로 마케팅을 할 때도 대학생 이상, 직장인 대상으로 대상을 명확히 했고요. 항상 저희는 검색을 주도적으로 하세요라는 입장이고요. 불필요하게 많은 것을 검색하기 보다는 원하는 거 검색하고 빠르게 검색해라고 알려 주는게 중요했어요.

― 한 때는 PR팀과 마케팅팀 모두를 담당했는데요.

▷ 초기에 광고팀이 매우 컸어요. 하지만 이들이 싱가포르로 이동을 해서 마케팅팀을 줄여야하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그때 회사에서 저보고 마케팅을 전공했으니 같이 겸직을 하라고 했었어요. 2년간 맡았었죠. 당시에는 모바일 검색이 부상했고, 음성 검색을 런칭할 때라 둘 다 매우 중요한 시점이었고요.

― 또 인상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 2016년에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딥마인드를 구글이 인수하면서 '바둑'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이세돌 9단과 연결이 됐어요. 한국에서 진행을 하게 되면서 장소를 잡아야 했는데,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돌리려면 정말 장소가 중요했죠. 또 대국장도 있어야하고 내외신 기자석도 준비를 해야 했고요. 중간 중간에 분위기를 돋우고자 꾸준히 이세돌9단의 인터뷰 자리도 마련하는 등 정말 분주했어요.

― 결과는 대성공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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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김 디렉터와 이세돌 9단 [사진 출처 = 한국기원]


▷5국이 8일 동안 진행됐는데요. 처음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적다가 2국까지 이세돌 9단이 패하면서 대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어요. 기자석 100석을 200석으로 늘리고 나중에는 500명까지 몰리더라고요. 이세돌 9단이 졌는데도 코멘트를 요청해야 해서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었고요. 하지만 이세돌 9단이 5국까지 하는 과정을 보니 매우 의연했어요. 승리를 하니 다들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나네요.

― 구글 본사에 도전한 계기를 설명해주실래요

▷ 나라 팀에 속했을 때는 항상 불편한 것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미디어들이 신년 기획을 할때는 본사에 연락해도 답변이 잘 안되죠. 왜냐하면 본사는 프로덕트별로 팀이 구성이 돼 있거든요. 또 실리콘밸리에는 아시아 유럽 남미 등 수많은 특파원들이 나와 있는데 아무도 안 돌아봤어요. 그래서 연례행사인 오프사이트 때 본사에 이러한 담당자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어요. 그랬더니 직군을 만들더라고요. 내가 제안한 것이 이뤄져 너무 기뻤어요. 처음에는 직급이 안맞아서 지원할 생각은 없었는데 혹시나하고 채용 디렉터에게 얘기하니 일 영역은 오는 사람에 맞게 커질수 있다록 해서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 책을 쓰신 동기가 번아웃을 위한 직장인들에게 조언을 들려주고 싶어서였는데요.

▷ 직장인은 항상 업앤 다운이 있어요.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 권태 무력감이 생기죠. 특히 40대를 지나면 열정이 식고요. 그래서 식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또 우리나라 평균 퇴직연령이 49.3세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미국에 도전할 때 보다 젊은 나이였어요. 느릴 순 있어도 늦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 지치지 않으려면 미라클 루틴이 필요하다는 뜻인가요.

▷ 들려드리고 싶은 말은 체력을 키우고, 공부를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찾으라는 거였어요. 이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로이스 김 전무는 하루에 출근 전후로 두 차례 조깅을 하고 검도 유단자입니다.) 몇가지 원칙이 있어요. 미라클 루틴을 만드는 제1원칙은 아침 시간을 확보하는 겁니다. 제2원칙은 'Be Present'. 지금 하는 일에 100% 몰두하는 것이죠. 그리고 3원칙은 해야 할 일 리스트(To Do List)를 만드는 대신 캘린더(날짜)에 기록을 하는 것이에요. 4원칙은 하루 단위가 아니라 연 단 위로 길게 생각하는 것이고요. 마지막 원칙은 인생을 길게 보고 라이프타임 주기로 하고 싶은 것을 계획하라는 조언입니다.

―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주실래요.

▷ 예를 들어 당장 힘들고 졸리지만 그저 누워서 쉬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고 운동을 시작하면 일단 기분이 뿌듯해요. 나 자신을 이겼다는 사실, 그리고 내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해요. 무엇보다 내 몸의 주인은 나라는 생각, 그러니 무엇이든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게 되기 때문이죠. 세상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투성이지만, 내 몸만큼은 내 맘대로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희망적이지 않나요?

― 그래도 로이스 김님은 영어는 잘 하셨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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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김(정김경숙)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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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에요. 외국계 회사를 많이 다녔지만 구글 이전에는 본사랑 이메일 할 정도만 영어로 썼어요. 한데 구글에 들어오니까 모든 문서가 다 영어고 회의도 실시간 영어로 해서 다소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도 하루에 한 시간은 영어로 공부를 했어요. 미국에 와서도 매일 빠짐없이 좋은 표현을 적고, 암기하고, 북클럽에 나가고, 스피치 클럽에도 참여해요. 적어도 하루에 3시간씩은 공부를 해요. 또 영어 오디오북은 작년에만 66권을 읽었어요.

― 다른 회사랑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 발표를 많이 들어보셔서 아실 텐데요. 제품 발표에 있어서 과장을 하지 않아요. 또 구글은 매우 수평적인 문화를 갖고 있고 인재 영입에도 매우 적극적이에요. 구글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협력도 할 줄 알고 일도 잘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일은 잘 하는데 성격은 별로”라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여기 와서 똑똑하고, 열심히 하고, 성격도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처음 느꼈어요. 아직도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내고 있어서 언제나 스타트업 같아요.

― 늦은 나이에 도전해서 힘들지 않았나요.

▷ (웃음) 구글의 커뮤니케이션 조직에서 아마 제가 최고령 그룹에 있는 것은 틀림없을 것 같아요. 비슷한 연배가 1~2명 더 있긴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잊고 지내요. 일부 상사는 나이가 어린데도 그런 느낌이 전혀 없어요. 더 어른스럽고 존경스럽고 성숙된 느낌이에요.

― 30년간 PR과 마케팅을 해 오셨는데요. 잘하는 팁이 있을까요.

▷두 가지 모두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연민, 관심, 사랑. 그것이 기본이에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빠른 속도로 이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요.

― 앞으로 계획을 알려주세요.

▷ 앞으로 구글에서 제품 커뮤니케이션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더 먼 미래에는 미국 스타트업이나 미국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해 드리고 싶어요. . NGO 인권단체 커뮤니케이션도 해보고 싶고요. 아직도 할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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