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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으로 빚진 돈 탕감? 법원이 ‘빚투’ 조장? ‘개인회생 준칙’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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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개인회생 시 주식·코인 빚 경감해주기로

서울회생법원 “파탄에 빠진 청년들 빠른 복귀위해”

“형평성 문제…코로나19 피해 구제 더 시급” 비판

세계일보

비트코인이 미화 1만900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가상화폐 가격이 등락을 거듭한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 추이가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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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의지로 투자해서 돈 잃은 사람 빚을 왜 없던 거로 해주느냐.”

“땀 흘려 일하는 사람만 바보 만드는 건가. 오히려 일확천금의 길로 부추기는 것 같다.”

서울회생법원이 가상화폐나 주식 투자 실패로 대출금을 날린 채무자를 상대로 개인회생을 통해 손실금을 갚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취지의 기준을 이달부터 적용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원 측은 투자 실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젊은층을 구제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개인회생 절차 관련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 실무준칙 조항을 새로 만들고, 지난 1일부터 이 기준을 적용한 바 있다. 개인회생이란 빚 부담으로 파탄에 이른 채무자 중 앞으로 계속 수입이 예상되는 이를 구제해 주는 제도다. 채무자가 최저 생계비를 뺀 자신의 소득으로 일정 기간 빚을 갚으면 나머지를 면제해주는 것인데, 소득은 있지만, 재산이 없어야 대상이 된다. 물론, 채무자의 재산 총액이 전체 빚 규모보다 작을 때만 허용된다.

기존에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잃은 이들이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하면 손실액까지 보유재산으로 봐왔었다. 손실액이 클수록 보유재산도 많은 것으로 계산돼 사실상 개인회생을 이용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일부터 “가상화폐나 주식 투자 손실금은 채무자 재산 총액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다른 자산처럼 가상화폐나 주식도 시세에 따라 가치를 계산하게 됐다.

이에 따라 재산이 빚보다 적어지는 이들이 늘어 개인회생 허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개인회생으로 갚아야 할 변제금도 하향될 전망이다. 가령 A씨가 빚 5000만원으로 투자했다가 4000만원을 잃었다고 했을 때 개인회생 절차의 변경된 기준을 적용하면 A씨의 투자 관련 보유재산은 1000만원이 된다. 기존 개인회생 제도에서는 5000만원을 변제해야 했다면 이제는 10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서울회생법원은 이 같은 준칙을 마련한 배경에 대해 “가상화폐 등 투자 실패로 20~30대의 부채에 대한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고, 개인회생 신청 또한 증가하고 있다”며 “투자 실패로 파탄에 빠진 청년들의 빠른 복귀를 위해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법원의 준칙 발표 후 “가상화폐와 주식에 무리하게 투자한 이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 “성실하게 빚 갚는 사람만 호구 되는 것” 등의 볼멘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법원이 앞장서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말이 좋아 투자지 투기와 마찬가지라 본다”며 “개인회생으로 면책받을 심산으로 빚을 크게 내 코인에 뛰어드는 이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고 우려했다.

노동소득에 대한 경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회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와중에도 일하며 흘린 땀을 믿고 버텨왔다”며 “(개인회생이) 이렇게 되면 다들 한탕을 노리지 누가 대출받고, 직원들 월급 탓에 스트레스 받아가며 일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자영업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자영업자의 회생절차 벽을 낮춰주는 것이 더 시급한 것 아니냐”며 “대출받아 장사하다 망해서 개인회생을 하면 갚아야 하는데, 코인과 주식은 빚을 줄여준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서울회생법원은 가상화폐·주식 투자 실패에 국가가 나서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원 측은 이번 준칙 마련 당시 “제출된 자료 등에 비춰 채무자가 투자 실패를 가장해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인정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예외를 뒀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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