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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투데이 窓]80대 고령자 매출이 90%인 유통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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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머니투데이

김인권 칼럼니스트


일찍이 오래전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 그래서 고령자들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잘 갖춰졌다고 자부하지만 아무래도 구석구석 사각지대까지 완벽하진 않은 게 현실이다.

그중에서도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게 거동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80세 이상 노인들의 쇼핑활동을 위한 인프라다. 백화점이나 슈퍼마켓까지 가서 자유롭게 쇼핑이 가능한 왕복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곤 있지만 아직까지는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런 고민들을 한 방에 해결한 기업이 있어 흥미롭다.

이 신박한 해결사는 "도쿠도쿠도쿠시마루~"라는 특별한 로고송을 틀면서 전국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이동슈퍼마켓 '도쿠시마루'다.

10여년 전인 2012년 1월 탄생한 '도쿠시마루'는 경트럭을 일반 상품들을 판매하기 위한 진열대, 생선회, 야채 등 신선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 등을 갖춘 미니 슈퍼마켓 형태로 개조해 고령자들이 거주하는 집의 현관 앞까지 가서 상품들을 판매하는 특별한 유통 인프라다.

그 옛날 이동판매하면 두부가게가 두부를 판매하거나 양계장이 달걀을 파는 등 한 상품으로 압축해 판매하는 곳이 많았지만 이 회사는 이와 다르게 신선식품이나 생활용품 등 400여개 품목을 다룬다.

이 '도쿠시마루' 트럭을 운영 중인 '㈜도쿠시마루'는 전국구 종합슈퍼마켓 또는 지역 슈퍼마켓과 계약해 이동슈퍼마켓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노하우 제공을 비롯해 전체 시스템을 관리한다.

이 회사와 계약한 슈퍼마켓은 그 대가로 트럭 1대당 계약금 50만엔(약 475만원)과 월 3만엔(약 28만5000원)의 로열티를 지불한다. 그리고 개조된 트럭에 계약된 슈퍼마켓의 상품들을 싣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기사들을 이 회사는 '판매파트너'라고 부르는데 판매파트너는 약 350만엔(약 3300만원)으로 이동슈퍼마켓 트럭을 직접 구입해 사업자로 등록하고 판매금액의 일정부분을 마진으로 가져가는 비즈니스 구조다.

이렇게 구축된 인프라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이동슈퍼마켓차는 총 1000여대다. 이 '유료 산타클로스 트럭'들의 주 타깃은 위에서 언급한 운전은 물론 거동이 불편한 80대 이상 고령자고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90%를 웃돈다.

월요일-목요일, 화요일-금요일, 수요일-토요일 조합으로 1주일에 2회 같은 집을 방문하며 판매 중인데 이때 트럭에 없는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면 3일 후 다음 방문 시 준비해 판매하는 건 기본이고 슈퍼마켓 매장에 없는 물건이나 특별한 요청이 있을 때도 관련업체와 연결해주는 일종의 '퍼스널 컨시어지' 서비스로까지 확대된다.

이 특별한 판매유통은 상품을 판매할 때 온라인쇼핑몰에서 받는 일정 금액의 배송료 대신 '수수료' 개념으로 상품 하나당 10엔 또는 20엔을 추가로 받는데 이를 포함한 총이익과 수수료를 상품기지인 슈퍼마켓과 트럭기사인 판매파트너가 나누게 될 때 파트너의 연간 평균연봉이 500만엔(약 4750만원) 정도라고 한다.

고령화 사회의 틈새시장을 기가 막히게 파고든 이 회사는 10여년 전 트럭 2대로 시작해 지금 1000여대로 급성장한 결과 연간 유통금액이 지난해 기준 총 212억엔(약 2015억원)을 달성했고 이는 전년 대비 140% 증가한 결과라고 한다.

또한 놀라운 결과는 믿기 힘든 내용이긴 하지만 10년간 계약한 전국 슈퍼마켓 가운데 한 곳도 해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들 온라인 시장으로 눈을 돌릴 때 자본금 1000만엔(약 9500만원)으로 시작한 10년 전 작은 스타트업의 기적 같은 업적이다. 경이로운 숫자뿐만 아니라 매주 2회 아들 또는 손자뻘의 파트너들과 다정다감하게 얘기를 나누고 필요한 물건까지 직접 눈으로 보며 고를 수 있는 행복을 고객에게 안겨준 이 특별한 비즈니스모델에 조용히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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