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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국 교육 낙오자'는 어떻게 세계 최고 수학자 됐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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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국제수학연맹 '필즈상' 수상..."수학계 노벨상"

고교 중퇴, 뒤늦게 수학입문, 10년새 12개 난제 해결 국제수학계 '수퍼스타'

"화성 얼음 발견 비견 업적" 문화-스포츠계 이어 학술계 'K-열풍' 불씨될 수도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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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화성에서 얼음을 찾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확인한 것과 비견될 만한 수학계의 업적을 세웠다."

한국인 사상 첫 필즈상(Fields Medals) 수상자 허준이(39ㆍ사진) 교수의 업적에 대한 수학계의 평가다. 노벨 과학상 분야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한국에서 수학 분야 세계 최고 영예로 꼽히는 필즈상 수상자가 먼저 배출됐다. 그동안 기초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한국 과학에도 ‘큰 집’을 지을 수 있는 든든한 초석 하나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및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인 허 교수는 5일 국제수학연맹(IMU)가 핀란드 헬싱키에서 주최한 세계수학자대회에서 ‘2022년 필즈상’을 받았다. 이 상은 1936년 제정돼 4년마다 한 번씩 만 40세 미만 젊은 수학자 중 업적이 뛰어난 이에게 주는 상이다. 1983년 6월 생인 허 교수는 올해 만 39세로 필즈상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해에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수학계 120년 역사 상 아무도 이루지 못했던 일을 이룬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가 IMU의 국가별 수학 등급 평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5등급을 받는 등 수학계에서의 위성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허 교수의 수상은 문화계, 스포츠계에 이어 학술계의 ‘K-열풍’을 일으킬 불씨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허 교수는 대학원 박사 과정 시절인 2012년 1968년 제시돼 50여년간 수학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리드(Read) 추측을 해결하는 등 최근 10년새 12개의 수학계 난제를 풀어 낸 국제 수학계의 ‘수퍼스타’다. 허 교수는 부모 유학 중 태어나 미국 시민권자이긴 하지만 초등학교부터 서울대 대학원 석사까지 한국에서 학문적 기초를 닦았다. 어린 시절 구구단을 못 외웠고, 수학 보다는 문학을 좋아해 소설가를 꿈꾸며 학교를 자퇴했던 ‘한국 교육의 낙오자’가 세계 최고의 수학자로 변신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가 상문고 재학 시절 시인이 되겠다고 학교를 중퇴했다가 검정고시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은사인 김영훈 서울대 수학과 교수를 만나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결정적으로 서울대가 마련한 필즈상 수상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의 수업을 듣게 된 이후 수학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그는 대학원 석사 과정 시절 히로나카 교수와 주고받던 대화에서 힌트를 얻은 연구 주제에 매달린 끝에 성과를 거뒀다.

허 교수는 수상식 직후 "제게 수학은 개인적으로는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 좀 더 일반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종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일"이라며 "저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에 의미 있는 상도 받으니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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