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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준석, 尹정부에 날 세웠다 "쇼츠 공약 폐기, 공약 후퇴…공정의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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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에서 국정과제를 통해 말한 많은 정책이 정책 수요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며 "민생을 살피는 세밀한 이야기 전달이 부족했다"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6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59초 쇼츠' 공약 중 하나였던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 중지' 정책이 별다른 설명 없이 폐기됐다. 현장에서 매우 호응이 있었던 '양육비 국가 선지급제'도 국정과제로 주목을 못 받아 양육 위기에 처한 한부모 가정의 실망이 크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양육비 국가 선지급제' 공약이 후순위로 밀린 데 대해 "한부모 가정의 80%가 양육비를 지급받지 하는 게 성장기에 고른 기회를 받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며 "이건 대선과 지방선거를 지나며 보수가 외친 '공정한 경쟁'에 장애물이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택시 기사와 대리운전 기사는 사실상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대리운전의 시간당 비용이 3배 가까이 오를 동안 택시 기사 임금은 10%도 안 올랐다"며 "당정은 불편한 이야기를 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택시요금을 인상하면 물가 상승 우려가 있겠지만 이런 불합리는 해결해야 한다. 이건 공정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사회적 갈등 문제에 대해 당정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걸 요구하려 무질서를 지속하면 과대표된 그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일반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런 걸 방치하면 전 정부와 차별화할 수 없고, 우리를 지지한 사람들이 계속 지지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 서울 지하철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부 단체 시위에 대해 정부 여당이 적극 대응하기보다 인수위 시절부터 추상적 감정적 대응을 하다 이 문제가 장기화됐다"고 그는 거듭 날을 세웠다.

그는 "반도체·원전 등 중후장대한 산업도 중요하지만 민생을 챙기는 세밀한 이야기가 부족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며 "국민 정책 수요는 중후장대함보다 세밀한 민생 챙기기에 따라 결정된다"고 훈계하듯 말했다.

그는 "제가 구체적 사항을 열거하는 이유는, 지난 선거에서 많은 공약을 했고 실현 가능한 것을 국정과제화하며 현실적 검토를 한 것이지만 놓치거나 누락된 부분이 있다. 당이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기대하는 마음에서 정부에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신에 대한 윤리위 징계절차 개시 문제나 최고위원 추가 임명 건 등 사안을 놓고 당내 '윤핵관' 그룹과 대립을 빚어온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향해 "불편한 이야기를 할 용기"를 냈다며 "정책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 "공정한 경쟁에 장애물이 된다", "추상적 감정적 대응을 했다"고 비판을 제기한 것이어서 정치권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이 대표는 전날인 5일 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칼을 빼 들고 달려오는 사람이랑 무슨 타협을 할 수 있겠느냐"며 윤핵관 그룹을 겨냥했다. 같은 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나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는 것들은 윤리위와 관계없이 소위 '윤핵관'이라고 하는 세력 쪽에서 들어오는 게 명백하다"고 또 한 차례 날을 세웠다.

윤핵관 중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공격 배후에 윤핵관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거기에 대해 내가 대응할 필요가 있냐. 필요를 못 느낀다"고 강한 불쾌감을 보였다.

대선 이후 당선인 총괄보좌역을 지내 또 다른 윤핵관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非路不走) 말 같지 않으면 듣지 말라(非話不聽)'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자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며 "사람들은 스스로 파멸의 길로 들어서며 남 탓을 해대는 사람을 후안무치한 자라고 한다"고 해 이 대표를 겨냥한 글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한덕수 "권성동 원내대표 말에 전적으로 공감"…이준석은?

이 대표와 함께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반면 취약계층 대책 마련, 경제주체 고통분담 등 경제위기에 대한 거시적 대응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먼저 "정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한계상황에 내몰린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살펴야 한다"며 "특히 공공요금 상승에 따른 저소득 취약계층 지원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위기의 고통을 분담하는 문제에 대해 그는 "민관이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정부는 세수 손실을 감소하며 유류세를 최대폭으로 인하했지만 정유업계와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 인하를 놓고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다. 민간도 감내할 수 있는 선에서 고통분담 동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권 원내대표는 "정부가 연금, 노동, 공공 부문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개혁 로드맵' 마련을 주문하고, "대통령실, 총리실에서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규제 개혁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에 이어 모두발언에 나선 한덕수 국무총리는 "권 원내대표가 말한 사항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권 원내대표 말대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권 원내대표의 말에 두 차례 공감을 표했지만, 이 대표의 지적과 제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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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기호 사무총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준석 대표, 한덕수 총리,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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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의 협조, 즉 국정과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 대표와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의 결이 달랐다. 우선 이 대표는 이날 입법 관련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당정 양자 중 당이 해야 할 몫보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언급이 더 많았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민의힘 능력으로는 여의도에서 풀 한 포기 옮길 수 없다"며 "부동산 세제 개편, 임대차 3법 개정, 납품단가 연동제 등을 위해 협치가 절실하다. 소통·협치의 채널을 만드는 데 총리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 당도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100일 작전에 돌입했다. 100대 과제 (뒷받침) 입법을 위해 60건의 법안을 발의 중"이라며 "앞으로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에 "단기적 민생 안정 대책에 더해,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과 경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 혁신을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당정 간 '원 팀' 협력은 물론이고 야당과도 어려운 경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과감하게 요청해야 한다"며 "여야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국정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당의 협조를 받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국회가 너무 강해졌다. 과거에는 경제는 경제 논리대로 풀어나가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경제를 경제 논리대로 할 수 없는 시점인 것 같다"며 "경제가 정치의 핵심이 돼 있어 앞으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국회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그 전 단계로 당과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당정 회의를 자주 함으로써 국정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정, 2차 추경 신속 집행·규제개혁 법안 추진 등 공감...李 징계 문제는 "거론 없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당정협의회가 끝난 뒤 국회에서 연 결과 브리핑에서 “당정은 물가 등 민생안정은 그 어느 현안보다 중요하고 최우선 순위로 대응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며 △ 석유‧농축수산물식품 관련 이미 발표된 물가 대책 집행 가속화 △ 취약계층 2차 추경 신속 집행 △ 8월 중 추석 민생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정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 기대를 입법동력으로 삼아 경제 활성화와 민생안정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의 입법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 각종 규제개혁 법안 △ 기업 투자‧부동산 규제 합리화 법안 △ 각종 세법 개정안 등을 당정이 합의한 최우선 입법 과제로 설명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허 대변인은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사가 하루 앞인데 관련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거론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고위 당정협의회 정례화 계획에 대해 그는 “정기적으로 매월 하기로 했다”며 “필요한 사안이 있을 때도 당이든 정부든 요청해 진행하기로 했다. 멤버는 (오늘 참석자와) 동일하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도 따로 기자들과 만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입법을 위해서는 야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하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안이고, 그게 안 된다 하더라도 (정부가) 여당보다 야당을 많이 찾아뵙고 정책·입법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한편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한 데 대해서는 "메모했으니까 정부에서 다시 검토하리라 본다"며 "당의 목소리에 정부가 귀 기울이기 위해서 논의를 했고, 오늘 당에서 주장했던 내용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검토 결과를 알려달라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고성 오간 것도 없었고, 서로 긍정하면서 간간이 농담을 섞어가며 재미있게 회의를 진행했다"고 협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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