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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필즈상’ 허준이 교수 “하루 4시간만 연구, 나머지 가족과… 수포자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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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왼쪽)가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화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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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석학교수는 6일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 이후 “올해 초 묘한 시간대 국제수학연맹(IMU) 회장이 통화 요청을 해서 상을 주려는 건가 기대했는데 맞더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화상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앞서 지난 5일(현지 시각) IMU는 허 교수를 비롯해 마리나 비아조우스카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교수, 위고 뒤미닐코팽 프랑스 고등과학원 교수, 제임스 메이나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등 4명을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필즈상은 1936년 제정돼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학문적 성취가 기대되는 젊은 수학자 2~4명을 선정해 수여한다. 수학 분야 최고의 상으로 아벨상과 함께 ‘수학계의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여기에 40세 미만 수학자라는 까다로운 조건도 붙는다. 나이 제한 때문에 1983년생인 허 교수에게는 올해가 필즈상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해였다. 허 교수는 한국계 수학자로는 최초로 이 상을 받았다. 아시아 출신 수상자도 현재까지 8명에 불과했다.

허 교수는 수상 소식을 듣고 가족에게 이 사실을 전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아내를 깨워야 할지 10분 정도 고민하다가 깨웠더니 ‘그럴줄 알았어’라고 하고 바로 자더라”라며 “가족 모두가 러시아로 가기로 했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핀란드 헬싱키로 바뀌어서 혼자 왔다”라고 했다.

애초 올해 세계수학자대회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비대면 온라인 행사로 바뀌고 총회와 필즈상 시상식만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렸다.

그는 이른바 ‘수포자(수학 포기자)’로 알려진 것이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허 교수는 “어린 시절 에피소드 얘기를 하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을 잘하지 못해 부모님이 좌절한 적이 있었는데, 수포자였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수학 성적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었다”라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관심이 없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는 열심히 했기 때문에 수포자는 적절하지 않다”라고 웃으며 강조했다.

허 교수는 특별한 취미 없이 하루 4시간가량만 연구에 집중한다고 한다. 그는 “하루 종일 수학 연구하기에는 지구력이 떨어지고 원래 공부를 오래 못하는 스타일이다”라며 “연구 활동은 하루에 4시간만 집중해서 한다. 나머지는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라고 말했다. 이어 “첫째는 7세, 둘째는 1세에서 2세로 가는 중인데 집안일도 많고, 아이들 공부를 봐주기도 하며 머리를 식히고 다음 날 다시 공부하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또 “한국에서 개인적으로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한다”라며 “다양한 친구들과 모여 온종일 생활하며 싸우기도 했지만 지금 성장하는데 자양분이 되어준 소중한 시간이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지만, 두 살 때 한국으로 들어와 초중고를 거쳐 대학 석사까지 모두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허 교수는 “지금 젊은 수학자들이 모두 잘해주고 있다”라며 “젊은 수학자가 부담을 느껴 단기 목표를 쫓지 않고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유롭고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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