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원·달러 환율이 6원 오르면서 전날에 이어 1300원대에서 이틀 연속 상승하며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장중엔 1311원까지 치솟으면서 10원 이상 상승폭을 키웠다. 장중 고가, 종가 모두 지난 2009년 7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 수준이다. 다만, 외환당국의 미세조정 등으로 추정되는 하락 압력도 동시에 나타나면서 환율 상단을 눌러 1306원선에서 마감했다.

사진=AFP

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00.30원) 대비 6.0원 오른 1306.30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일 8.20원 오른 1308.50원에 시작한 뒤 1311.0원까지 올랐다. 이후 10원 안팎의 상승폭을 보이며 1310원 안팎에서 등락하다가 점심 전후로 상승폭을 줄여가더니 1306원선에서 마감했다. 장중 고가, 종가 기준 모두 2009년 7월 13일 기록한 1315.0원 이후 약 13년만에 최고치로 연고점을 새로 썼다.

이날 환율이 1300원대에서 추가 상승한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달러화가 초강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글로벌 달러인덱스는 현지시간 이날 오전 2시 50분께 전일 대비 0.05포인트 내린 106.46을 기록, 2002년 11월 이후 약 2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가 유로존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이달 중순부터 열흘 간 줄이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본에 대한 석유·가스 공급 중단 가능성까지 들고 나서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확대됐고 노르웨이 해상 유전·가스전 노동자 파업 소식이 겹치면서 유로존 경기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번진 영향이다. 오후들어서는 유로화가 약세폭을 일부 만회하면서 달러인덱스가 소폭 하락 전환했으나 여전히 106선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 국채 금리 장단기 역전 현상도 이어지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가중됐다. 같은 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25%포인트 오른 2.836%ㅇ나 2년물 금리는 0.029%포인트 뛴 2.843%로 장단기 금리 역전이 지속됐다.




전날 마(MAR) 시장에서 국민연금이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불이 붙은 달러 매수 심리가 이날 경기침체로 인해 더 확대됐다. 역외 시장에서도 롱(달러 매수)심리가 우위를 보이며 환율을 끌어 올린 요인이 됐다. 다만 장중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10원선을 돌파한 뒤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커지면서 상승폭을 점차 줄여갔단 분석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과 유로화 폭락에 따른 달러인덱스 급등이 환율 상승을 주도했고 달러 매수 심리도 이어지면서 환율을 밀어 올렸다”면서 “환율이 1310원대로 신고점을 터지한 뒤에는 외환당국 스무딩으로 추정되는 하락 압력도 나타나면서 상승폭을 일부 반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선 위험회피 심리도 커졌다. 홍콩, 대만과 중국 등 중화권 증시가 2%대 낙폭을 보인 가운데 코스피 지수 역시 비슷한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투자자가 3150억원 가량 팔면서 하루 만에 순매도세로 전환하면서 전일 대비 2.13%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외국인이 470억원 팔았지만 기관, 개인이 사면서 지수는 0.84% 하락했다.

한편,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에서 거래된 규모는 103억6600만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