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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연대 학생들 “청소·경비노동자와 ‘연대’…학교에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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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학내 비정규 노동문제 공대위 기자회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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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및 학생들이 6일 서울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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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안정호 기자] "‘나’에 매몰된 울타리를 벗어나 타인과 공동체의 연결과 연대, 공존의 고민 속에서 지성이 꽃 핀다."

처우 개선 요구 시위로 수업권을 침해당했다는 연세대 학생들에게 고소당한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또다른 연세대 학생들이 연대 의사를 밝혔다.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6일 오전 서울 신촌캠퍼스 백양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상식적인 요구를 원청인 학교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정작 노동자가 생존권이 달린 문제로 학교와 대화하고자 할 때는 하청업체가 해결할 일이라며 손을 떼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는 지난 3월부터 점심 시간동안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9390원인 현재 시급의 △440원 인상 △사용 가능한 샤워실 설치 △퇴직자 인원충원 등이 이들의 요구다.

김현옥 분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세전 208만원, 세후 194만7000원을 받고 일하고 있다"면서 "인원이 줄어든 이후 퇴직자 자리는 충원이 안되고 업무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고 학내 노동자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연세대 중앙교지 연세편집위원인 아메(필명)는 "학교 측의 방관자적인 태도는 (노동자들의) 당연하고 상식적인 요구를 특별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며 "진리 탐구를 모토로 삼는다는 대학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학생들에게 어떠한 가르침을 주게 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연세대 마이너리티 공동체 마실 소속 흥준은 "학교가 책임을 외면하는 동안 학생들마저 노동자의 투쟁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권리를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을 법으로 단죄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모순적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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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및 학생들이 6일 서울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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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관계자는 "그동안 업체를 통해 학교에서 낼 수 있는 임금안을 제시했다"면서 "13개 대학의 20여개 용역업체와 산별노조가 모여서 집단 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임금 인상에 대한)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연세대 재학생 3명은 지난 4월부터 신촌캠퍼스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수업권을 침해했다며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 중 한 명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먹고 사는 청소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으로 왜 학생들의 공부가 방해 받아야 하는가"라며 소송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이들은 연세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 노조 간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과 관련 진료비, 수업료 등으로 640만원가량을 청구했다.

현재 민사 소송의 경우 김남주, 류하경 변호사 등 연세대 졸업생 출신 법조인들이 변론을 자원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전선은 노동자와 연세대학교 간에 있음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법률 대리단을 꾸리고 있는데 대규모가 될 수 있다"면서 "소송이 제기된 이상 대응할 수밖에 없지만 연세대 구성원들 주류의 목소리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재학생·졸업생들도 노동자들과 한 목소리로 ‘연대’

지난 4일 캠퍼스 내 중앙도서관 입구에는 ‘당신이 부끄러웠으면 좋겠다’라는 제목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비난하는 학생들을 향한 대자보가 붙었다.

자신을 연세대 구성원이라고 소개한 이 대자보에는 "청소·경비노동자들과 그에 연대하는 공동체원들은 그동안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조용한 방법으로 오래, 길게, 끊임없이 투쟁했다"면서 "무의미한 사측의 교섭과 학교 본부의 책임 회피가 돌아온 상황에서 이 다음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기 바란다"고 했다.

졸업생들도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 4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투쟁지지 연서명을 받고 있는 졸업생들은 "후배 중 일부가 (노동자들을) 고소를 한 사실에 대해 졸업생으로써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면서 "불편에 대한 책임을 엉뚱한 곳에 묻고 있는 무지, 눈앞의 손해만 보고 구조적 모순은 보지 못하는 시야의 협소함,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게으름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확성기 소리가 불편했다면 노동자들이 확성기를 갖고 백양로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방치한 학교 측에 책임을 묻고 분노해야 마땅한다"며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할 책임과 결정권은 학교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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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캠퍼스 내 중앙도서관 입구에는 ‘당신이 부끄러웠으면 좋겠다’라는 제목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비난하는 학생들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안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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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권 보장 책임은 학교"…학생들의 ‘공정감각’ 지적한 강의도 나와

지난달 말 연세대 강의계획서에는 ‘사회문제와 공정’이라는 교양과목이 올라왔다. 해당 과목은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오는 2학기에 강의할 예정으로 소송을 낸 학생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나 교수는 강의계획서를 통해 "연세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 노동자들에게 있지 않음에도 학교가 아니라 지금까지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 온 노동자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공정감각’이 무엇을 위한 어떤 감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누군가의 생존을 위한 기본권이나 절박함이 ‘나’의 불편함과 불쾌함을 초래할 때 그 간의 불공정을 감내해 온 사람들을 향해 불공정이라고 외친다"며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에 대해 수업권 방해를 이유로 연세대 몇몇 학생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것 또한 같은 사안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vividoc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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