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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비트코인 가치 폭락에…디폴트 위기 몰린 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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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비트코인 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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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로 몰리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최근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60%의 손실을 입었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전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등록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아홉차례에 걸쳐 2301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매수 시점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1억560만달러(약 1378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수도인 산살바도르에 있는 프란시스코 가비디아 대학이 발행하는 잡지 디스럽티브는 부켈레 대통령의 비트코인 투자로 엘살바도르 정부가 6300만달러(약 824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송금하고 결제할 수 있는 전자지갑 ‘치보(chivo)’를 개발했다. 치보를 내려받는 국민에게는 평균 연간 수입의 1%에 해당하는 30달러를 뿌렸다. 부켈레 대통령은 자국 성인의 60%인 300만명 가까이가 치보를 내려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이용률은 극히 저조하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2월 전미경제조사국(NBER)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치보 이용자의 10%만이 최초 지원받은 30달러를 사용한 이후에도 앱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엘살바도르 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조사한 결과를 보면, 비트코인이 법정화폐가 된 이후 비트코인을 거래한 기업은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비트코인 거래에 ‘사업적 가치’가 있다고 답한 기업은 3%에 불과했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추진했던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표시 국채 발행 계획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금융환경이 나빠지면서 지난 3월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80개를 1만9000달러(약 2485만원)에 샀다고 밝히며 “비트코인은 미래다. 싸게 팔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NYT는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연료와 식품가격 안정을 위한 보조금 지급이 늘어나면서 엘살바도르 정부의 재정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다며 외채 상환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엘살바도르 정부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면 내년 1월 8억달러(약 1조458억원)를 시작으로 연이어 돌아오는 외채를 상환할 자금을 마련할 길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NYT는 부켈레 대통령이 대규모 공공재정 지출 축소와 디폴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런던정경대 공공정책 전문가인 프랭크 무치는 “부켈레 대통령은 건전한 재정관리보다 대중적인 이미지에 더 신경을 써왔다”며 “그 결과로 엘살바도르는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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