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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필즈상 허준이 교수 "모든 연구, 추억 속 앨범처럼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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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현대 수학 공동연구 활발, 동료와 함께 생각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멀리 깊이 갈 수 있어"
"대수기하학 들으며 수학에 완전히 빠져 그 상태로 수십년을 살고 있다"
"'수포자'는 아니었다"
8일 오전 귀국한 뒤 오는 13일 고등과학원에서 수상기념강연 계획
노컷뉴스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언론 브리핑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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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언론 브리핑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계 최초의 수학 분야 최고 권위상인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가 "큰 상을 받게 돼 기쁘고 주위 분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서 두 배로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인 허 교수는 6일 오후 필즈상 수상 언론브리핑에서 수상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시상식 참석을 위해 현재 핀란드 헬싱키에 머무르고 있는 허 교수는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부담감도 있는데 부담감에 눌리지 않고 천천히 꾸준히 공부하겠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올해 초 (수상 사실을) 처음 들었다"며 "묘한 시간에 국제수학연맹 회장이 전화를 요청해 '혹시 필즈상인가' 기대를 안고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밤 시간에 전화를 받았다는 것인데 "밤 시간에 아내가 자고 있어서 깨울까 고민하다 깨워서 말했는데 '응 그럴 줄 알았어'하고 자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필즈상은 수상자에게 미리 수상 사실을 알려주지만 시상식까지 외부에 알리지 않아야 한다.



허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제가 했던 연구는 모두 애정이 있다"며 "대부분이 공동연구이고 하나를 꼭 꼽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하나하나마다 추억 속의 앨범처럼 소중하다"며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서 정답으로 귀결되는 과정이 신기하고 소중한 기억이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석사과정까지 국내에서 마친 허 교수는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비교대상이 마땅치 않다"며 "개인적으로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유년시절 보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초·중고등학교 때 굉장히 다양한 친구들과 40~50명씩 모여 하루 종일 생활 같이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다"며 "돌이켜보면 그 때만 할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의 저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자양분이 된 수많은 경험을 제공해준 소중한 시기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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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IMU) 필즈상 시상식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뒤 메달과 함께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IMU) 필즈상 시상식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뒤 메달과 함께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 교수는 한국의 수학연구가 나갈 길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허 교수는 "지금 젊은 수학자들이 너무 잘 해주고 있고 나도 그 중 하나"라며 "단기적 목표를 추구하지 않고 자유롭고 마음 편하게 큰 프로젝트를 추진할 만한 여유롭고 안정감 있는 연구 환경이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허 교수는 일반적으로 어렵다고 알려진 수학의 매력에 대해 공동연구의 장점을 들었다. "현대 수학에 있어서 공동연구 활발하다"며 "혼자 하는 것보다 동료와 함께 생각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멀리 깊이 갈 수 있어서, 그런 경험이 큰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를 "생각이 그릇이라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그릇을 옮길 때마다 물의 양이 늘면서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그런 것이 만족감을 줘서, 중독성이 있어서 수학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수학포기자 이른바 '수포자'였다는 일부 소문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에피소드 말하면서 구구단 외우기를 힘들어 하니까 부모님이 좌절했다고 말했더니 기사 제목이 그렇게 나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허 교수는 "수학 성적은 중간 정도였다"며 "초·중학교 때는 큰 흥미는 없었지만 고교 때 성적은 괜찮았고 수포자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글쓰기에 열정을 가져 시를 쓰는 삶을 꿈꾸었다는 허 교수는 "과학 저널리스트가 되려고 물리천문학과로 진학한 뒤 잠시 학업을 쉬었다 돌아와서 들은 순수수학 강의에서 처음으로 수학의 매력을 느꼈으며 대수기하학을 들으며 완전히 빠져 그 상태로 수십년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복이 많은 사람이다"고 자신을 낮추면서 "어떤 문제를 풀 때, 어려움이 있을 때, 그 때 그 때 필요할 때 필요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영웅들은 선생님과 친구들이다"며 "이름을 적은 수첩이 있는데 이들이 모두 롤모델이다. 수십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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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한국계 수학자로는 처음으로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39·June Huh)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에 대한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 기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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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한국계 수학자로는 처음으로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39·June Huh)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에 대한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 기사. 연합뉴스
이날 온라인 인터뷰에 참여했던 최재경 고등과학원장은 "허 교수 못지 않게 기쁘다"며 "필즈상 수상은 허 교수의 영광이고 우리 고등과학원의 경사이며 한국의 축복이다"고 감격해 마지 않았다.

최 원장은 "한국 과학기술이 모방에서 창조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제2의 필즈상과 노벨상 수상자도 나올 것이다. 한국의 국운이 상승하고 있다"고 기뻐했다.

허 교수의 석사과정 지도교수였던 김영훈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는 "허 교수는 겸손하지만 뛰어난 학생이었다"고 돌이키면서 "물리는 모르지만 수학에 뛰어나고, 차분하고 내면의 힘이 강한 학생이었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오는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오는 13일에는 고등과학원에서 기자간담회와 수상기념강연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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