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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최악 인플레에…미국인들 '코로나 저축'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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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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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율로 생활물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미국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저축해놓은 돈을 쓰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급 물가상승률을 임금인상률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미국인들이 생활비 충당을 위해 저축까지 헐고 있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디스애널리틱스 자료를 인용해 코로나19 이후 지난해 말까지 2조7000억달러(약 3535조원)에 달했던 미국 가계 추가 저축액 중 올해 들어 1140억달러(약 150조원)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의 경제분석국(BEA)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4월 미국인들의 저축률은 33.8%까지 치솟았다.

당시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외출을 자제하고 가게들은 영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해 소비가 줄었는데 3차례에 걸친 경기부양책 등으로 수입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해까지 재난지원금 외에 가계에 따라 매월 인당 최대 300달러의 자녀 세금 공제 혜택을 줬으며 실업수당, 학자금 상환 유예 혜택도 제공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미국 가계 지출과 납세 후 잔액을 가리키는 개인 저축률은 5.4%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치를 하회하는 것은 물론 역대 최고치였던 2020년 4월(33.8%)과 비교하면 28%포인트 이상 급감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후 급증했던 미국인들의 예금 잔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도 낮지 않은 수준이다. 크리스 휘트 JP모건체이스 연구소 공동대표는 WSJ에 "미국인들이 올해 들어 당좌 예금액 중 일부를 쓰긴 했지만 잔액은 여전히 2019년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미국 하위 25% 소득계층의 예금 잔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65%가량 많았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가계 대부분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헤쳐나가기 위한 일종의 '예비금'을 갖고 있다"면서 "덕분에 소비자들은 계속 소비를 하며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미국 대부분 소득계층이 저축을 헐어 소비에 충당했지만, 유일하게 소득 하위 20% 계층은 높은 인플레이션율에도 팬데믹 기간 쌓아둔 저축에 의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은 레저나 소매업, 헬스케어 산업 등에 주로 종사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임금 상승 덕에 이들 상당수가 1분기에 계속 저축할 여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금은 미국인들이 저축액에 의존해 소비 지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길어야 9개월이면) 구매력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경제 허리케인이 몰려오고 있다"며 "특히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향후 6개월에서 9개월이면 소진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불안감에 미국인 10명 중 9명은 현재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몬머스대가 미국 성인 9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88%에 달했다. 5월 같은 조사(79%)보다 9%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며 2013년 해당 대학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우려라는 답변이 33%, 기름값 상승을 지적한 응답이 15%에 달해 고물가로 인한 미국인들의 우려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8.6% 급등해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3일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더블딥'과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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