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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쥐꼬리 퇴직연금 탈출"… 디폴트옵션 앞두고 은행권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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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금융사 대비 수익률 저조
우리銀 연금관리고객센터 신설
하나銀 디지털 연금닥터 추진 등
연금 상품·서비스 다변화 사활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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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을 둘러싼 은행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오는 12일부터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 속에서 디폴트옵션이 탄생한 만큼, 그간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은행권이 긴장하는 모양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디폴트옵션 도입에 앞서 퇴직연금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상품도 개선한다는 것이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 별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 지정한 디폴트옵션으로 금융사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최초 가입했거나 기존 운용지시한 상품의 만기가 도래한 뒤에도 일정 기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은 경우 적용된다. 계좌 속 '잠자던 돈'을 깨워 보다 적극적으로 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먼저 우리은행은 지난 4일 발표한 조직개편안에 '연금관리고객센터'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센터는 고객관리기획팀, 수익률관리팀, 앤서백(Answer-Back)팀으로 구성돼 고객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문 상담 등 업무를 하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익률을 관리, 상담해주는 비대면 조직"이라며 "조직은 만들어졌고 인사이동이 진행되면 구체적인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 3월 비슷한 역할의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신설한 바 있다. 수익률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현금성 대기 자산 장기보유 고객이나 평균 대비 저조한 수익률을 내는 계좌를 보유한 고객을 우선적으로 관리한다. 또 디지털 자산관리 콘텐츠 및 역량을 강화해 소액 퇴직연금 고객을 위한 디지털 관리 서비스도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오는 8월 모바일 기반 퇴직연금 관리 서비스 '디지털 연금닥터' 출시를 예고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품안이나 출시 예정일은 미정"이라며 "비교군 대비 수익률이 높은지 낮은지 알려주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최근 퇴직연금 상품 및 서비스 다변화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타 금융사 대비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다 디폴트옵션 도입이 가시화 되면서 수익률이 더 높은 증권사로 고객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5대 은행의 확정기여형(DC) 상품 수익률은 KB국민은행 1.86%, NH농협은행 1.37%, 신한은행 2.19%, 우리은행 1.75%, 하나은행 2.12% 수준이었다. 이는 증권사 중 적립금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증권의 수익률(5.77%)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은행에 비해 증권사는 투자자를 주된 고객으로 하기 때문에 더 공격적으로 수익률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디폴트옵션 도입에 발맞춰 새로운 상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오는 12일 디폴트옵션을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전산 개발, 약관 개정 등 선행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 상품 출시를 위해서는 고용노동부 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법안만 만들어진 상태고 실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의 금융권역별 점유율은 은행(50.6%)이 가장 높고 생명보험(22.0%), 금융투자(21.3%), 손해보험(4.8%), 근복단(1.3%)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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