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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임기 채운다"던 한동수 사표…한동훈이 '저격수' 띄운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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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채우겠다"고 공언했던 한동수(56·사법연수원 24기)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를 통해 이른바 ‘친윤 검사’로 포위한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장 본인 이외 대검 감찰부의 주축인 1·2·3과장에 한 장관의 신임을 받는 검사들이 포진했기 때문에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거란 평가다.

한 부장은 2020년 ‘채널A 사건’과 ‘판사 성향 문건’‘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놓고 당시 검찰총장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을 잇따라 감찰해 갈등을 빚었다.

중앙일보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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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임기완수"→"떠나겠다"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 부장은 최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한 부장은 지난달 초에도 부하 간부들에게 “대검 감찰부장은 임기제”라며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날 열린 대검 부장단-기자단 간담회에도 전날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급격하게 마음을 바꾼 데는 휘하의 정희도(56·사법연수원 31기) 감찰1과장과 배문기(49·32기) 감찰3과장의 영향이 컸을 거라는 분석이 법조계에선 나왔다. 다만, 한 부장 본인은 이날 주변에서 심경 변화의 이유를 묻자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정희도 감찰1과장은 검찰 내 ‘한동수 저격수’로 꼽힌다. 그는 2019~2020년 감찰2과장으로 한 부장과 3개월 남짓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데 이때부터 악연이 시작됐고 이후 지방으로 떠난 뒤에도 한 부장을 여러차례 공개 비판했다.

한 감찰부장이 2020년 11월 한동훈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당시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직무배제를 놓고 “저는 반대 의견을 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며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을 페이스북에 공개하자 정 과장이 검찰 내부망 e프로스(e-PROS)에 “대검 감찰부장이라는 분이 감찰 업무 내용과 의사 결정 과정을 마구 공개해도 되는 거냐”며 비판했다.

한 부장이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언론이 나를 (당시 문 정부) 친정부 성향의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한다”라며 불만의 글을 쓰자, 정 과장은 “제가 몇 개월간 상사로 모시면서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 그 후 업무를 처리하는 여러 행태에 근거해 정치적 편향, 불공정이 너무도 심한 분”이라며 직격하기도 했다.

특수통인 배문기 감찰3과장도 사법연수원 동기 중에서 할 말은 하는 강골로 분류된다. 특히 감찰 관련 업무 경험이 없는데도 감찰3과장에 임명된 것은 ‘한동수 압박용’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한 장관이 두 사람을 포진시킨 것부터 한동수 부장의 손발을 묶었다는 분석이 따랐다.



지난 정부서 논란 많아… 감찰 대상될 수도



검찰 내부에선 한동훈 장관이 한 부장의 사표를 곧바로 수리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 부장이 지난 3년간 했던 감찰 업무와 관련해 휘하 참모들에게 역(逆)감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차장·부장급 이상 고위직검사 관련 비위는 배 감찰3과장이 전담하고 있다.

한 장관이 직접 나서는 방법도 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를 위반하거나 태만했을 때 또는 체면, 위신을 손상하면 해당 장관이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엔 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사표를 그대로 수리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이전 정부에서 논란이 워낙 많았다”고 말했다.

문 정부의 장관들과 보조를 맞추던 한 부장은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혔다. 2020년 4월 채널A 검언유착 사건 당시 한 부장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한 부장이 '감찰을 개시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윤 대통령은 다음날 감찰을 중단시키고 대검 인권부에서 의혹 당사자들 사이에 대화 녹취록을 먼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중앙일보

2020년 1월 윤석열 검찰총장(가장 왼쪽)과 한동수 감찰부장(가장 오른쪽)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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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한 부장은 지난 5월 한동훈 장관의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이) 책상에 다리 얹고 스마트폰을 하면서 저의 (감찰 개시) 보고서를 좌측 구석에 놓고 가라고 했다. 음성파일 동일성 여부가 쟁점이라 임의제출을 받고 안 되면 압수수색하겠다고 하니 '쇼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부장은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으로 검찰총장 지시 거부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20년 4월, 한 부장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 검사들이 증인에게 위증을 시켰다는 재소자의 진정서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성을 명분으로 해당 진정사건을 대검 인권부에 이관하라고 했지만, 한 부장은 자체 감찰을 고수하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밖에 '판사 성향 문건' 감찰을 벌이고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증인으로 나서는 등 윤 대통령과 자주 대립했다.

판사 출신인 한 부장은 2019년 10월 당시 조국 장관의 임명 제청으로 임기 2년을 시작했고, 지난해 10월 박범계 전 장관에 의해 연임됐다. 임기 만료는 내년 10월까지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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